‘서울형 배달라이더 상해보험’의 의미

등록 : 2022-01-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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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12월13일 전국 최초로 배달업무 중 사고를 당한 배달노동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플랫폼 배달라이더 서울형 안심상해보험’을 시행했다. 서울시 제공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의 형태는 많은 분야에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플랫폼 노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2021년 전국의 플랫폼 종사자 수는 약 66만 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 플랫폼 종사자 중 50만 명이 배달, 배송, 운전 관련 직종에 종사하며 서울에만 22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10대와 20대의 비율이 평균 대비 2배 이상 높아 청년층이 플랫폼 일자리에 대거 유입됐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192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전국의 배달라이더 수는 1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도로 위를 질주하며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누구나 배달을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위험도 존재한다. 라이더들의 난폭 운전과 이로 인한 교통 불안 그리고 급증하는 사고다.

지난해 이륜차 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는 약 2만4천 명이며 사망자 수는 약 440명이다. 사망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부상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종사자의 70% 이상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하지않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배달라이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음에도 여전히 가입률은 저조한 편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함께 배달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배달라이더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시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오토바이 사고 시 큰 부상 위험이 있으며 실제로 교통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안전 사각지대의 존재로 시민과 배달종사자들의 불안이 증대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서울시는 배달라이더가 업무 중 사고를 당했을 때 보상해주는 보험을 전국최초로 도입·시행한다. 바로 ‘플랫폼 배달라이더 서울형 안심상해보험’이다. 산재보험·상해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그동안 사고가 나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배달라이더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마련해 안전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7월부터 배달라이더를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보험 가입이 힘들어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보험료는 보험계약자인 서울시가 연간25억원 전액을 부담하며 서울시 거주 배달라이더는 별도로 보험에 가입할 필요 없이 누구나 자동으로 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보장범위는 △상해사망시 2천만원 △상해 후 유장해시 등급에 따라 최대 2천만원 △수술비 30만원 △골절 진단비 20만원 △뺑소니 및 무보험차 상해사망·후유장해 200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한다. 이륜차 또는 도보로 배달 업무 중 사고가 났을 때 라이더가 플랫폼 앱을 통해 보험금을 신청하면 시와 계약한 민간보험사에서 배달라이더에게 직접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매우 편리하다.


배달라이더의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서울형 안심상해보험’의 안정적 정착도 중요하지만 사고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배달라이더 스스로가 교통법규를 지키며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플랫폼 기업에 대해선 배달앱 내부에 안전운전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배달할 때 최단거리가 아닌 가장 안전한 거리와 여유로운 배송 시간을 보여주고, 배달 경로나 위치, 속도 추적 기능 등을 사용해 난폭 운전 라이더에게 경고하고 페널티나 경찰 고발을 하는 기능을 추가해주기 바란다.

서울시가 마련해준 ‘서울형 안심상해보험’은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실질적으로 표현하고 그들의 안전과 복지를 증진하는 작은 초석의 의미가 있다. 보험을 통해 서울시의 모든 배달라이더가 보다 안전하게 일하고 한층 더 행복해지기를 기대한다.

김창기ㅣ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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