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연기 나던 곳, 녹색 스마트도시로 변신 기틀 마련”

구청장의 ‘엄지 척’ 11년간 구정 이끌며 ‘살 만한 구로’ 만든 이성 구로구청장

등록 : 2021-08-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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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많던 곳이 ‘수해 제로’ 지역 변해

40곳뿐이었던 도서관 114곳으로 늘려

부족했던 문화시설도 하나둘 채워지고

돌봄시설 늘려 아이 키우기 좋은 곳 돼


전국 기초지자체 첫 스마트 전담 부서

낡은 공단이 녹색 스마트도시 변신



“돈 받는 순간 공무원 가치 없다”며

수시로 직원들 청렴과 겸손 강조하고

청렴한 공무원 위한 제도 만들어


코로나 초기 집단감염 위기 겪었지만

구로구 대응방식이 국가 매뉴얼 돼


“주민 위해 마지막까지 일만 하다 떠난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성 구로구청장이 20일 구로구 항동 천왕산 가족캠핑장에서 캠핑장 내 여러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로구는 2020년 7월 항동 천왕산에 가족캠핑장을 만들었다. 캠핑장 주변에는 추가로 생태공원과 인공암벽장을 만들었고, 올해 10월에는 책쉼터, 도시농업체험장, 스마트팜을 조성한다. 내년에는 목공소까지 만들어 단순한 캠핑장이 아닌 가족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된다.

이성(65) 구로구청장은 2010년 7월, 민선 5기 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3선을 하며 11년째 구로구를 이끌고 있다. 이 구청장은 그동안 서울에서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구로구를 다른 자치구에 뒤지지 않는 ‘살 만한 곳’으로 바꿔놓았다. 제일 먼저 해마다 장마철이면 물난리를 겪었던 구로구를 ‘수해 제로’ 지역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주민에게 필요한 문화시설을 하나둘 차곡차곡 채워넣었다. 또한 굴뚝 연기 자욱한 낡은 공단 지역에서 녹색 스마트도시로 거듭나는 기틀도 닦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청렴한 공무원, 마음이 따뜻한 공무원,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되라고 끊임없이 주문해왔다. 한겨레 <서울&>은 내년이면 12년의 임기를 끝으로 퇴임하는 이 구청장을 20일 구로구 항동 ‘천왕산 가족캠핑장’에서 만났다.

“장마철 침수지역은 대부분 반지하였습니다. 피해를 본 곳을 일일이 찾아가서 원인을 조사했어요. 침수 원인이 모두 제각각이라서 집집마다 맞춤 해결책을 세웠습니다. 이듬해 더 심한 폭우가 쏟아졌지만 대책을 강구한 곳 중에는 침수된 곳이 없었죠.”

이 구청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구로구는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오명이 있었다. 이 구청장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2010년 추석 연휴에는 2311가구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며 “침수지도 작성, 수해취약 가구 돌봄공무원 배치 등 다양한 예방대책을 펼친 결과 8년 연속 ‘수해 제로 도시’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2010년 폭우 때 남구로시장이 물바다였습니다. 상인들도 처절하게 울고 있고, 나도 가슴이 메어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주민이 와서 ‘구청장님 잘못 아니니까 울지 마세요’라고 해요.”

이 구청장은 11년 동안 구정을 이끌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남구로시장은 원래 계곡이 있던 자리에 시장이 형성된 곳으로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내리는 지형이라 물난리를 피할 길이 없었다. 이 구청장은 “보통 도로는 가운데가 높고 가장자리가 낮아 물받이는 도로 가장자리에 만드는데, 이곳은 지형을 활용해 도로 가운데를 낮추고 물받이를 도로 가운데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구로구를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2010년 취임 이후 부족한 도시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각 분야에서 서울의 어느 자치구와 견줘봐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이 구청장은 “그동안 구민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을 많이 채워넣었다고 생각한다”며 “생활기반시설(SOC)은 다른 어떤 자치구에도 뒤지지 않게 탄탄하게 갖췄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워 보육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10여 년 전 34곳에 불과했던 국공립어린이집이 현재 96곳으로 늘어났고, 우리동네키움센터 16곳과 구로형 온종일돌봄센터 17곳에서는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을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돌봐준다.

“구청장이 된 뒤 70곳이 넘는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도서관은 서울시 자치구뿐만 아니라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제일 많습니다.”

이 구청장은 “40여 곳에 불과하던 도서관도 현재 신도림동 구로기적의도서관을 비롯해 총 113곳으로 늘었다”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상위권”이라고 했다.

“굴뚝 연기로 가득했던 도시가 정보기술과 지식산업을 주도하는 첨단 디지털단지로 손꼽힙니다. 구로구가 낡은 공단 이미지를 벗고 녹색 스마트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구로구는 이제 아이티(IT), 지식기반 산업을 주도하는 첨단 디지털도시로 변모했습니다.”

이 구청장은 민선 5기와 6기에 이어 행정을 맡은 7기에는 구로구의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도시, 일자리가 많은 스마트산업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서남권 대표도시로 탈바꿈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스마트 전담조직을 만들어 지역 전역에 와이파이·사물인터넷망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위험시설물 스마트 안전관리나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취약계층 안심돌봄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성 구로구청장이 20일 구로구 항동 천왕산 가족캠핑장에서 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천왕역 일자리토털플랫폼 ‘청년이룸’, 하천변 수목원화,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스마트도시 가상체험관과 천왕산 가족캠핑장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기반 시설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안양천이 흐르는 서울과 경기 지역 8개 자치구와 협약을 체결해 안양천을 ‘국가 정원’으로 만드는 안양천 명소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취임 당시 청렴하고 낮은 자세의 구청장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구청장이 구정을 이끌어오면서 가장 소중히 여긴 가치는 “청렴과 겸손”이다. 이 구청장은 직원들에게 “돈을 받는 순간 공무원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진다”고 강조해왔다. 구로구는 이 구청장 취임 이후부터 구청장까지 감사가 가능한 옴부즈맨 제도를 비롯해 공무원의 청렴도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새내기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 따뜻한 공무원이 되라는 것입니다. 많은 공무원이 처음에는 멀쩡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냉정해지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이 구청장은 “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 잘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규정에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는지 노심초사하는 공무원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다중이용시설 종사자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이 구청장은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에게 하루빨리 일상을 되돌려드릴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쏟고 있다”고 했다.

구로구는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수도권 최초의 집단감염 사례인 콜센터 감염 사태, 요양병원 집단감염 등의 위기를 겪었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응 매뉴얼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때지만,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내며 코로나19 대응 노하우를 쌓았다. 이 구청장은 “당시 해당 빌딩의 사무 공간 전체를 폐쇄하고, 건물 앞에 임시선별진료소를 설치해 관련자 전원에 대한 검체검사를 시행했다”며 “이런 구로구의 대응방식은 전국적으로 표준 매뉴얼이 됐고, 관련 내용이 국제 의학 학술지에도 게재됐다”고 했다.

“그동안 주민들로부터 많은 신뢰와 응원을 받아왔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주민을 위해 일만 하다가 떠난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 구청장은 지난달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임기 1년여를 남겨둔 이 구청장은 “마지막 날까지 대충 뒷정리만 하다 갈 생각은 없다”며 “구로차량기지 이전, 교정시설 이적지 복합개발, 가리봉 옛 시장부지 복합화 사업 등이 모두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성 구로구청장이 가족캠핑장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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