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 “혼자 살 자유, 함께 살 권리”

기고 ㅣ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등록 : 2021-08-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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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 정식 출범한 ‘서울시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은 1인 가구 5대 불편(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해소를 위해 수요자 관점에서 기존 사업을 재구조화하는 한편 신규 사업을 발굴해나가고 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 특히 취업과 학업을 위해 이동하는 인구가 많은 서울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적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에 따라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을 꾸려 정책 강화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 정책은 1인 가구의 부상이라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삶의 방식과 가족 현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고, 기존 제도와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계기로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 지금, 혼자 산다는 이유로 위험에 빠지거나 고립되지 않고 잘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1인 가구 정책의 지향점이어야 한다. 1인 가구가 모두 경제적·정서적으로 취약한 집단이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다인 가구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와 배제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1인 가구의 경우 갑작스레 경제력을 상실하면 이를 보완할 다른 가구 구성원이 없어 큰 위기상황을 맞기 쉽다. 또한 일상적인 돌봄과 가사를 줄이거나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부담이 더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자칫 1인 가구의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이들 전체를 취약집단으로 낙인찍어서는 안 될 것이다.

1인 가구의 권리 보장은 개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으로 가능하다. 과거보다 취업-결혼-출산-양육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나 ‘적정 연령’의 생애과업 의무에 대한 인식이 더 이상 공고하지 않다고는 하나, 여전히 타인의 삶을 전통적 관습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인 가구 정책에서 삶의 다양성이 존중되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 1인 가구 정책은 단기 사업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 변화를 도모하는 정책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개선이 추진돼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 1인 가구와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안전 문제인데, 여성 1인 가구의 불안감 해소가 안심패키지(이중잠금장치, 안심점포 비상벨) 지원이나 안심귀가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한 걸음씩 진전이 있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안전 이슈를 협소한 범위에서 논의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환경, 소득, 건강과 여가 등 삶의 여러 영역에 걸친 불평등을 개선하는 장기적 노력을 병행해야 할 때다. 이 때문에 1인 가구 정책은 여러 부서에서 협력하여 추진해야 완성할 수 있으며, 이번에 출범한 ‘서울시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1인 가구의 부상을 통해 가족 다양성의 실재를 좀 더 가까이 마주한 지금, 기존의 ‘정상가족’ 중심 사고를 바꾸고 사실상 특정 유형의 관계에 제한되었던 제도를 모두를 위한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가족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사실 1인 가구의 부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단지 혼자 사는 사람의 숫자가 늘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결합의 가능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혈연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가족이나 주거공동체는 우정과 돌봄을 실천하면서 만들어진 친밀성의 관계로 제도적으로 차별을 받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간 서울시에서는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에 따라 ‘소셜다이닝’ ‘공동체주택’ ‘한지붕 세대공감’ 등의 사회적 가족 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펼쳐질 서울시 1인 가구 정책은 복지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배제해온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도 폭넓게 추진될 것이다. ‘혼자 살 자유, 함께 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서울시를 기대해본다.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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