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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누리 10년, 민간지원 약 83억원
2011년 시작, 구 직원 소외계층 결연
2년 뒤 동 희망복지위원회도 꾸려져
현재 주민 1600여 명 참여해 활동 중
활성화 계획 세워 4천 가구 결연 목표
갈등 심한 거리가게 허가제 사업은 더 미루지 않고 결단 내려 실행할 것
남은 임기에도 발로 뛰는 행정 이어가 도서관·문예회관 등 건립 가시화 노력
배봉산 둘레길 찾는 주민 많아 보람 ‘잘해냈다’는 평가받게 최선 다할 것
갈등 심한 거리가게 허가제 사업은 더 미루지 않고 결단 내려 실행할 것
남은 임기에도 발로 뛰는 행정 이어가 도서관·문예회관 등 건립 가시화 노력
배봉산 둘레길 찾는 주민 많아 보람 ‘잘해냈다’는 평가받게 최선 다할 것
6월30일 동대문구 용신동 신설보쌈칼국수 가게 앞에서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더나누리’ 현판을 보여주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유리 너머로 용신동 희망복지위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구는 동대문형 복지공동체 ‘보듬누리’ 사업에 참여하는 동 희망복지위원의 선한 활동을 알리기 위해 이들이 운영하는 점포에 ‘더나누리’라고 쓰인 현판을 붙인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4번째 구청장직을 맡은 풀뿌리 목민관이다. 민선 2기와 5·6·7기를 이어오면서 그는 구민 누구나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구정의 방점을 복지에 찍었다. 공공 지원으로만 소외계층을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가 생각해낸 방안이 ‘보듬누리’ 사업이었다. 동대문구형 복지공동체 ‘보듬누리’ 사업은 구 직원들이 복지 사각지대 주민과 일대일로 결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2년 뒤엔 14개 전체 동에 희망복지위원회가 꾸려져 구민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15년 차 임기 시작 전날인 6월30일 오후 유 구청장이 용신동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 용신동 희망복지위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170여 명 회원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금도 내고, 재능기부로 봉사활동도 한다. 위원 가운데 식당을 운영하는 13명은 격주로 모여 13가구에 나눠줄 밑반찬을 통에 담는 작업을 한다. 배달은 용신동 주민센터가 맡는다.
등에 ‘사랑나눔 행복채움’이라 적힌 노란 조끼를 입은 위원들은 계란말이, 표고버섯볶음, 멸치볶음, 취나물 등 맛깔스러운 반찬을 통에 나눠 넣었다. 유 구청장이 “영양가가 풍부한 반찬을 (소외 이웃들에게) 나눠줘 복 많이 받을 겁니다”라고 말하자, 회장을 맡은 신옥생 신설보쌈칼국수 대표와 회원들은 “좀 더 많은 분께 나눠주고 싶은데…”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오전 동대문구청장 집무실에서 <서울&>은 유 구청장과 인터뷰했다. 그는 보듬누리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물품이나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함께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또 “처음 직원들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1년 정도 해보니 사연도 듣고 문제점도 해결하는 사례가 하나둘 생기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보듬누리 결연사업에는 민간단체 200여 곳도 참여해 3700여 가구가 결연 혜택을 받고 있다. 안부 전화, 명절 방문, 어려울 때 상담 등이다. 동 희망복지사업에는 현재 자영업, 주부, 보건복지계 등 16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한다. 이들은 각자 개인 특기를 살려 반찬 지원, 이·미용 서비스, 세탁 서비스, 홀몸 어르신 생신상 차려드리기, 목욕쿠폰 지원, 음료 배달 등의 활동을 한다. 많은 위원이 결연사업에도 함께한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용신동 희망복지위원들과 함께 홀몸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밑반찬을 통에 담고 있다.
동대문구는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2년 동별 희망복지위원회 구성을 위한 조례를 개정했고, 2015년엔 보듬누리 활성화를 위한 사업 전담팀(보듬누리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동희망복지위원 활성화와 사기 진작을 위한 경진대회도 열었다. 2018년엔 돌봄 시스템인 ‘내이웃케어’를 만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보듬누리 사업으로 민간자원 약 83억원이 어려운 이웃 지원에 쓰였다. 동대문구의 자살 사망자 수가 2009년 115명에서 2019년 23명으로 줄어드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거로 보인다. 구는 사업 결과로 제2회 대한민국 나눔 봉사대상 대상, 전국 매니페스토 주민참여분야 최우수상, 대한민국헌정대상 대상 등 13차례에 걸쳐 상을 받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주민들의 활동에 견줘 지역 기업이나 기관 참여가 활발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유 구청장은 “건물주, 지역 병원들, 금융기관, 대형마트 등의 기여가 적은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보듬누리 사업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동마다 회의하고 토론회도 열었다. 희망복지위원회의 자긍심을 높이고 참여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협약 기관과 내용을 정비하고 민관협력 사업도 넓혀가려 한다. 그는 “희망복지위원 수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4천여 가구만큼 늘 수 있게 활성화 계획을 세워 추진해나가려 한다”며 “내실 있게 잘 다져 후임 구청장이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4번의 구청장직 가운데 지금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유 구청장은 말한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상황도 있지만 세상이 각박해져 갈등 해결이 쉽지 않단다. 대표적으로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거리가게 허가제 사업이다. 시민의 보행권과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 일정 요건을 갖춘 거리가게에 정식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고, 운영자는 점용료를 내는 등 의무를 다하며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제도다.
동대문구는 3년 전 지역 노점상들과 1년여 걸려 어렵게 협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업을 2년째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노점상 단체가 새로운 요구 조건을 내세워 구청을 난감하게 만드는 한편, 청량리역 주변에 입주를 앞둔 주민들의 반대 민원 또한 거세다. ‘구청이 노점상 요구에 끌려다닌다’는 민원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문자나 온라인 게시판 글에 올라온다. 유 구청장은 “답답한 상황이지만 더 미루기는 어려워, 결단을 내려 실행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1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에도 유 구청장은 ‘초심으로’ 발로 뛰는 행정을 이어가려 한다. 동대문구 전농 재정비촉진지구 터에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발표 문화시설 건립 계획에 따라 서울대표도서관이 들어선다. 총면적 3만5천㎡ 규모로 세워진다. 2025년 개관을 목표로 올해부터 타당성 조사, 투자 심사 등이 진행된다. 장평 근린공원에는 종합문화예술회관을 세우고, 구민회관이 있던 부지는 공원화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유 구청장은 “도서관 건립이 잘 추진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구민회관 터에 대한 소유권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청량리역 주변 개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청량리역 광역환승센터 조성, 교통편의 체계 확립 등도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챙길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C 노선을 건설하고, 수서까지 운행 중인 고속철도 SRT를 청량리역을 지나 수도권 동북부까지 연장 운행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려 한다.
요즘 유 구청장은 일주일에 네댓 번은 배봉산 둘레길을 찾는다. 8년여 걸려 가꿔놓은 무장애길을 즐겨 찾는 주민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둘레길은 인근 동네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고,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나무 그늘이 햇볕을 가려줘 더운 여름에도 산책하기 아주 좋다.
유 구청장은 5년 뒤 자신의 모습을 ‘이웃, 선후배, 친구들 만나 밥 먹고 술도 마시며 편하게 얘기 나누는 동네 아저씨’로 그렸다. “이들에게 ‘구청장직 잘해냈다’ ‘수고 많았다’는 말을 들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민들이 즐겨 찾는 배봉산 둘레길의 안전점검에 나선 유덕열 구청장.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