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악기도서관으로 바뀐 ‘음침한 지하보도’

송파구청 앞 지하보도에 만든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

등록 : 2021-07-01 15:25 수정 : 2021-07-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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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종류 다양한 악기 400여 점 갖춰

음악창작실·연습실·소공연장 활용

송파쌤 연계 교육프로그램도 운영

점심시간 활용 ‘정오 버스킹’ 계획도

송파구 송파구청 앞 지하보도 안에 있는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 모습. 유리로 된 무빙월을 밀어내자 지하 통행로와 한 공간이 돼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소형 공연장으로 변했다.

“외지고 음침했던 지하보도가 음악과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산실로 바뀌었습니다.”

송파구는 지난 5월26일 송파구청 앞 사거리 지하보도에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송파쌤 악기도서관)를 만들었다.

6월23일 송파쌤 악기도서관에서 만난 정유석 송파구 교육협력과 스마트평생교육팀장은 “악기도서관 용지를 물색하던 중 온도변화가 적어 악기를 보관하는 데 좋을 것 같아 지하보도를 주목하게 됐다”며 “이곳은 잠실역 지하 공영주차장과 바로 연결돼 악기를 빌려 이동하기에도 편하다”고 했다.


송파구청 앞 사거리 지하보도는 1980년대 만들어졌지만 이후 2000년대 들어 ‘사람 우선’ 교통 정책이 시행되면서 도로 위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이후 점차 시민들의 지하보도 통행이 줄어 외진 공간으로 변해갔다. 송파쌤 악기도서관은 지하보도 중에서 시민이 다닐 수 있는 통행로(폭 6.5m)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약 287㎡를 활용해 만들었다. 이곳은 악기수장고, 악기전시실, 창작실, 연습실,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갖췄다. 또한 송파구민을 위한 음악·문화 플랫폼으로 악기 대여, 시설 대관, 음악 강좌 운영, 음악 창작 지원, 음악 콘텐츠 기획 등을 맡아 한다.

송파쌤 악기도서관은 크게 중앙홀, 중앙홀 오른쪽에 있는 음악창작소, 왼쪽에 있는 악기도서관으로 나뉜다. 음악창작소는 1인 음악창작실 2곳과 소연습실, 대연습실로 이뤄져 있다. 1인 음악창작실은 음악 창작과 레코딩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컴퓨터와 전용 프로그램, 마스터 키보드, 오디오, 스피커, 마이크 등을 갖췄다. 소연습실은 3~5인 규모 밴드가 연습실로 사용하기 적합한데 전자드럼, 키보드, 앰프 등을 갖췄다. 대연습실은 6~10인 규모의 밴드나 오케스트라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소연습실과 달리 리얼드럼이 있다.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중앙홀은 소규모 공연이나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소공연홀로 사용한다. 이곳에 있는 피아노는 자동 연주 기능이 있어 사람이 직접 연주하지 않아도 건반이 저절로 움직여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창작소는 창작자 개인이 갖추기 어려운 고가의 장비를 갖추고 있어, 시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당 3천~7천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정 팀장은 “수익 목적보다는 예약만 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악기도서관에는 악기 수장고가 있는데 건반악기,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국악기, 전자음악 장비 등 총 21종류 400여 점의 악기를 구비하고 있다. 악기는 항상 최적의 온도(21.5도)와 습도(48%)를 유지해야 해서 항온·항습 장치도 갖췄다. 악기는 1~3개월까지 대여할 수 있고, 악기 종류에 따라 대여료는 1개월에 1천원에서 1만원까지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입으로 연주하는 관악기는 당분간 대여하지 않는다. 송파쌤 악기도서관의 악기 대여와 대관 신청은 송파쌤 온라인 교육 포털에 접속해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면 된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송파쌤 악기도서관 중앙 전면부는 유리로 된 무빙월로 만들어졌다. 이 유리 벽을 밀어내면 송파쌤 악기도서관 중앙홀과 지하 통행로의 구분이 사라지고, 전체가 하나의 소규모 공연장으로 바뀐다. 또한 중앙홀 맞은편 지하 통행로 벽면도 필요하면 영상스크린으로 변신시켜 다양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정 팀장은 “중앙홀과 지하 통행로 전체를 트면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고 했다.

중앙홀 왼쪽 전면부는 악기 전시관이다. 드럼, 바이올린, 기타, 트럼펫, 우쿨렐레, 첼로 등 6개의 악기가 전시돼 있다. 악기를 선택해 앞 유리 벽을 손으로 누르면 해당 악기연주음과 함께 뒤쪽 벽면과 지하 통행로 바닥에 인터랙티브 영상이 나타난다. 천장에 달린 두 대의 빔프로젝터는 발 움직임에 상응하는 다양한 영상을 바닥에 만든다.

송파쌤 악기도서관은 구민을 대상으로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송파쌤 음악클래스를 진행하는데 클래식, 국악, 밴드, 음악 작곡 등 분야별로 개설한다. 송파구 내 음악인들로 음악 분야 ‘인물도서’를 구축하고, 송파쌤 교육포털과 연계해 교육 신청을 받고 접수한다. 그런 뒤 인물도서·교육생·교육장소를 연결하고, 여기에 악기가 없으면 악기를 대여해주는 방식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일부 음악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네에 이런 시설이 있으면 좋죠.” 이날 식사를 하고 우연히 지나가다 들렀다는 이주철(43)씨는 음악창작소 이곳저곳을 둘러보고는 무척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도 음악 관련 계통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씨는 “악기 대여도 좋고, 합주실(연습실)도 좋다”며 “더구나 위치가 좋아 모이기도 쉬워 인기를 끌 것 같다”고 했다.

송파쌤 악기도서관은 개관 뒤 악기 대여 신청 100여 명, 매일 시설 참관을 하는 시민이 100여 명에 이르는 등 관심이 높다. 김민정 송파쌤 악기도서관 매니저는 “학생들 방학 기간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송파쌤 악기도서관은 7월에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정오 버스킹’을 계획하고 있다. 정 팀장은 “앞으로 송파쌤 악기도서관을 송파구민 누구나 쉽게 악기를 접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지나가다 우연히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에 들른 이주철씨가 1인 창작실에서 악기를 만져보고 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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