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선생님’ 덕에 매출 향상 성과”

사람& 양천구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 도움받은 ‘홍봉자치즈굴림만두’ 가게 주인 홍필순씨

등록 : 2021-06-10 15:02 수정 : 2021-06-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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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도움으로 스마트스토어 등 입점

온라인 마케팅 등도 처음으로 시도

“디지털 때문에 새로운 인생 경험 중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 나섰으면”

홍봉자치즈굴림만두 가게 주인 홍필순씨가 3일 주문 들어온 만두를 택배로 보내기 위해 포장 준비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횟집은 매출이 크지만 그만큼 경비 지출도 많았죠.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수지가 안 맞았어요. 계속 적자가 나서 고심을 많이 하다가 업종을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홍봉자치즈굴림만두 가게 주인 홍필순(60)씨는 지난해 10월, 10년 동안 운영하던 횟집을 접고 대신 만두 가게를 열었다. 한때 손님이 줄을 서서 찾을 정도로 소문난 횟집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아쉽게 문을 닫았다. 홍씨는 3일 “코로나19로 횟집 매출이 절반이나 줄어들어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만두 가게를 차린 홍씨는 횟집을 운영할 때 ‘딸림 음식’으로 만둣국을 내놨는데, 손님들이 맛있어하면서도 만두피는 먹지 않고 만두소만 먹는 데 착안해 ‘만두피 없는 만두’를 만들어 팔았다. 호텔 조리사 출신인 남편이 연구 끝에 만들어 낸 ‘굴림만두’다. “만두는 배달 판매도 가능할 것 같아서 온라인 판매를 해보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홍씨는 횟집을 운영할 때는 오프라인 영업을 주로 해서 온라인 영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만두는 배달도 가능해 온라인 영업이 절실해졌다. 더욱이 코로나19로 대면 방식 영업보다 비대면 방식의 디지털 영업 능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홍씨는 노트북을 여는 것밖에 못하는 ‘컴맹’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양천구에서 온라인 지원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어요.” 때마침 양천구에서 시작한 소상공인의 온라인 영업 활동을 돕는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의 도움을 받았다.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활동하며 지역 소상공인의 배달 앱 환경 구축, 통신판매업 신고, 온라인 판로 개척을 도왔다. 올해도 2기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 20명이 12월까지 활동한다. 홍씨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온라인 스토어 입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코로나19는 ‘내가 뭘 하고 살았나’ 하는 자괴감을 느끼게 했죠. 선생님들 덕분에 이런 기분에서 탈출하게 됐습니다.” 홍씨는 자신에게 필요한 디지털 활용법을 알려주는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를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10월부터 주 1~2회씩 2명의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가 홍씨 가게로 찾아왔다. 이들은 만두 가게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시켰고, 홍씨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홍씨는 자신은 아날로그 세대여서 아주 기초적인 것도 너무 어렵더라고 했다. “손님한테 주문받고 발송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한두 번 해서 익혀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홍씨의 만두 가게는 ‘선생님’ 도움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당근마켓 등에 입점했다. “당근마켓이 동네 상권을 기반으로 판매하는 곳인 줄 몰랐죠. 정말 그곳에서 손님이 올까 싶었는데, 당근마켓 보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너무 세상을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만두 가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주문이 늘어났다. 홍씨는 “멀리 강원도나 전라도에서 주문이 들어왔다”며 “시대가 변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씨는 겨울에는 매출의 30~40%가 배달 주문이었다면 지금은 20% 정도라고 했다.

그는 “만두가 계절을 탄다”며 “그래도 디지털 덕분에 매출이 점점 늘어나 적자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홍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번 겨울에는 매출이 더욱 늘어나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젊은이가 5분이면 할 일을 나는 30분, 1시간 걸려서 하죠. ‘선생님’들은 하루도 안 걸릴 일을 나는 3일 동안 여태껏 못하고 있어요.” 홍씨는 온라인 수제품마켓 플랫폼인 아이디어스에 입점했지만, 판매 물건을 올리거나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기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 사업이 지난 5월 말로 끝나서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다.

홍씨는 혼자서 하려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들은 한정돼 있고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가게는 많은데, 나만 계속 도움받을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면서도 지원이 종료된 데 대해 아쉬워했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 동네 소상공인도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고 광고도 해야 하는데, 나처럼 디지털에 대해 모르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요. 정부나 서울시 차원에서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 같은 제도를 운영하면 정말 좋겠어요.” 홍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에게 분기별로 돈을 주는 것보다 디지털 교육을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펼치는 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육센터에서 디지털을 배우는 것보다 생업에 필요한 내용을 직접 배우니 훨씬 이해하기도 쉽다”고 했다.

홍씨는 20여년 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데, 가게 이름에 들어 있는 ‘홍봉자’는 홍씨가 그림을 그리면서 사용한 예명에서 빌려왔다. 홍씨는 “돈과 그림 중 하나를 고르라면 그림을 고르겠다”며 “그림 그리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디지털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고 있어요. 힘든 시기에 양천구청 도움을 받아 너무너무 고맙죠.”

홍씨는 “이제 자영업자에게 디지털은 꼭 필요한 필수 항목이 됐다”며 “소상공인이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생긴 경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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