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편의시설 80여곳 늘려 균형발전 이끌어”

권역별 생활기반시설 확충해온 이승로 성북구청장

등록 : 2021-05-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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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삶의 질 나아지도록 권역마다

문화·체육 등 생활SOC사업 추진해

이달 길음 성북미디어문화마루 개관

성북·장위동 문화공간 들어설 계획


현장구청장실 열어 주민 의견 듣고

정비사업 많은 지역 특성 적극 활용

기부채납, 빈집 등 연계해 부지 마련


정부·의회 등 협력 끌어내 재원 확보


21일 현장구청장실 온라인으로 재개

주민 제안 관련 현장 사전 답사 뒤

화상회의로 해결 방안 함께 모색해

“남은 임기 동안 숙원사업 잘 마무리”

지난 20일 성북구 길음동 한 주상복합건물 옥상에서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뒤편에 보이는 서울성북미디어문화마루 건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길음뉴타운 대규모 주거지역에 미디어 거점 공간과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서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7번 출구로 나와 300여m 걸어가면 오른쪽에 번듯한 새 건물이 눈에 띈다. 마치 대학의 중앙도서관과 같은 웅장한 느낌이다. 코로나19로 개관 시기를 미뤄오다 27일 정식 개관식을 한 ‘서울성북미디어문화마루’다.

성북미디어문화마루의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엔 6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7월 준공해 12월부터 차례로 부분 운영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성북구가 직영하는 공연장, 도서관, 수영장이 있다. 서울시의 마을미디어지원센터와 미디어랩도 있다. 미디어랩은 미디어 분야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름 그대로 미디어와 문화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성북미디어문화마루가 자리 잡은 길음뉴타운은 그간 대단위 주거지역인 데 반해 문화체육시설이 부족했다. 성북구는 재개발 과정에서 빈집 터(나대지)로 남은 곳에 편의시설을 만드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그 결과 문화체육시설에 미디어 교육과 창업 지원 등의 기능을 더해 동북권 미디어 거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했다. 국비·시비에 구비를 더해 건립비 약 290억원을 들여 7년 만에 선보였다.

“쾌적한 시설에 접근성이 좋아 제한적인 운영에도 주민 반응이 뜨거워요.” 지난 20일 성북미디어문화마루에서 만난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주민 반응을 전했다. 북카페 같은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글빛도서관은 임시 개관 일주일 만에 장서 5천 권을 대출했다. 일평균 400~500명이 다녀간다. 이달 3일부터 자유수영만 하루 세 타임씩(각 20명) 제한 운영하는 물빛수영장은 개장 보름 만에 1500여 명이 이용했다. 지난 4월 꿈빛극장의 개관 기념 공연은 예매 한 시간 만에 매진됐다.

이 구청장이 민선 7기 구청장으로 취임한 뒤 3년 동안 성북구에는 크고 작은 주민 편의시설 80여 곳이 조성됐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은 지방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해온 이 구청장의 소신이 맺은 열매다. 생활SOC는 공공도서관과 돌봄센터, 문화·체육센터, 주차장 등 일상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말한다.

성북구는 정비사업이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기반시설을 위한 터를 마련했다. 재개발 등으로 생긴 기부채납 터, 빈집 등 유휴 집터를 활용해 사업 부지를 확보했다. 복합시설화로 부지의 효율성도 꾀했다. 현재 성북동, 장위동에는 각각 창작연극지원센터와 성북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SOC 사업 대부분은 대규모 예산이 드는 투자사업으로 국·시비 지원 없이 자치구 노력만으로는 실행이 어렵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성북구로서는 예산이 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외부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 서울시, 구의회 등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30대 중반에 구의원이 된 뒤 지역과 중앙 정치를 오가며 잔뼈가 굵은 그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시의원 시절 예산통으로 활약하며 수백억원대 지역 예산을 따내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지지, 그리고 성원이 가장 큰 추동력”이라고 했다. 취임하자마자 그는 성북구의 20개 동을 정기적으로 돌며 현장구청장실을 운영해왔다. 현장구청장실에서 많은 주민을 만나 지역의 문제를 듣고 해결 방안에 관해 머리를 맞댔다. 주민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지역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구청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과 사업도 결국 주민의 삶과 떨어져 있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믿음을 갖고 주민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애써왔다.

구민들의 성원이 컸던 사업으로 그는 공영주차장 건립과 친환경 도로 열선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주택가 밀집지역이 많은 성북구에서 공영주차장 건립은 가장 민원이 많은 사업이기도 하다. 이 구청장은 취임 초부터 공유주차장, 공영주차장 등을 만들어 계속 늘려가고 있다. 올해는 삼선동 공영주차장이 준공될 예정이다. 구는 월곡동, 장위동, 석관동에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서울성북미디어문화마루에 들어선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의 시민 참여 프로그램 결과물을 살펴보고 있다.

도로 열선 시스템은 성북구와 같이 구릉지가 많은 지형에서는 주민 효능감이 큰 사업이다. 이전에는 눈이 올 때면 주민들이 막대한 불편을 겪는 한편, 제설제 사용으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성북구는 도로 열선 시스템을 설치해 친환경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초에 내린 폭설에 잘 대응한 덕분에 대한민국 서비스만족 대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17곳에 친환경 도로 열선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데 앞으로 11곳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생활SOC 사업에서는 주민 의견수렴이 중요하다. 생활 기반시설의 공급량을 무조건 늘리는 것만으로 생활 수준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으며, 한정된 재원으로 공급량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그래서 어디에 어떠한 방식으로 공급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구청장은 “결국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필요한 것인지 등을 꿰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춤’이었던 현장구청장실은 이달부터 다시 시작한다. 21일 성북동을 시작으로 6월7일 석관동까지 총 20회에 걸쳐 비대면 방식으로 온라인 현장구청장실이 열린다. 이 구청장은 이번 현장구청장실 운영에 앞서 주민 제안이 있는 현장을 사전에 일일이 둘러보고 왔다.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그의 소신과 맞닿아 있다. 현장구청장실은 성북미디어문화누리 스튜디오에서 ‘줌 영상회의’로 진행한다. 성북구청 유튜브 ‘성북티브이(TV)’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에는 지역의 숙원사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챙기려 한다”고 했다. 월곡 청소차고지를 지하화하고 그 자리에 복합문화시설을 만드는 일, 내부순환로 월곡 하향램프를 설치하는 일, 삼양로와 미아리 일대에 아직 남아 있는 불법유해업소를 없애는 일 등을 꼽았다.

“월곡 청소차고지는 설계공모를 거쳐 내년에 착공하고, 내부순환로 월곡 하향램프는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규제심의를 통과하고 현재 하천부 관로 이설공사를 하고 있어요.”

“삼양로와 미아리 일대 불법유해업소는 계속 줄여가고 있고, 청년창업 거리 조성과 신월곡 1구역 주택재개발 사업도 진행되고 있어요.”

현장을 잘 아는 구청장답게 그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했다.

예산 확보를 위한 이 구청장의 잰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코로나19로 주민 이용이 늘고 있는 성북천 등 하천 정비를 위한 추가 예산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취임 첫 현장구청장실 현장에서 그는 “구정 예산의 80%가량을 외부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서울시 등을 수시로 찾아가야 하는 구청 직원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이 구청장은 그날 “힘내세요”라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준 주민들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그러한 주민들의 변함없는 응원은 앞으로도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추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영상 스튜디오에 차려진 온라인 현장구청장실 세트.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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