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작은 것부터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11년째 변함없이 ‘구정 철학’ 지켜와
도시대상 7연속 수상 동력으로 작용
13년 삼청공원 내 숲속도서관 건립 서울시의 공원정책 바꾸는 계기 돼
지난해 시작 ‘벤치 더 놓기’ 프로젝트
기업·시민 호응받아 180개 설치 완료
‘인간 중심’ 정책, 어린이·노약자 배려 보도·계단 개선, 실내외 공기질 개선
2024년 완공 예정 새 통합청사는 백제건축의 미 닮도록 추진 예정
13년 삼청공원 내 숲속도서관 건립 서울시의 공원정책 바꾸는 계기 돼
지난해 시작 ‘벤치 더 놓기’ 프로젝트
기업·시민 호응받아 180개 설치 완료
‘인간 중심’ 정책, 어린이·노약자 배려 보도·계단 개선, 실내외 공기질 개선
2024년 완공 예정 새 통합청사는 백제건축의 미 닮도록 추진 예정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지난 10일 숲속도서관 안에서 과 인터뷰하고 있다.
“작은 것부터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3선인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처음 업무를 시작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11년째 변함없이 지켜온 구정 철학이다. 사실 김 구청장은 서울아산병원, 현대백화점 미아점 등 큰 건물을 짓는 데 참여해온 건축가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공직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작은 것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구청 직원들에게 “작은 것부터 제대로 챙겨서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자”고 강조한다.
그의 이런 ‘장인 정신’이야말로 종로구가 지난해까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도시대상’을 7년 연속 수상하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제대로 된 작은 것을 통해 ‘명품 종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김 구청장을 지난 10일 삼청공원 내 숲속도서관에서 만났다.
김 구청장은 우선 삼청공원 입구에서 출발해 500m 정도 떨어진 숲속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공원 안 보행로 옆에 놓인 벤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벤치는 2020년 8월부터 종로구가 추진하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의자) 더 놓기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벤치 기부자는 ‘가수 장민호 팬클럽’이다. 김 구청장은 “지금까지 장민호 팬클럽을 비롯해 삼표그룹이나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그리고 퇴직하는 구청 공직자들로부터 기부 등을 받아 모두 180개 가까운 벤치를 공원 등에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에도 ‘주민들이 쉴 공간이 많은 도시가 명품 도시’라는 김 구청장의 ‘꼼꼼 철학’이 살아 있다.
벤치가 많은 삼청공원의 아늑한 곳에 자리잡은 숲속도서관은 서울시 공원 속 작은도서관들의 원조다. 서울시 공원 안에 만들어진 첫 번째 작은도서관이라는 얘기다.
도서관 내에 들어서자 1층에서 책을 읽으며 차를 나눌 수 있는 북카페가 시민들을 맞이한다. 1층과 지하 열람실을 메운 8천여 권의 장서를 읽는 시민들은 숲속에 안긴 듯 아늑한 느낌을 얻게 된다. 김 구청장은 “2013년 공원 안 매점을 리모델링해 도서관을 만들자고 했을 때 구청 직원들 사이에서도 서울시 허가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그러나 서울시 공원조성계획을 심의하는 도시공원위원회 위원들에게 공원 속 도서관의 필요성을 잘 설명한 결과 한 번에 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도서관은 2018년 12월7일치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에 ‘혁신에 대한 집착을 끝내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첨단 기술로 가득한 서울 속에서 발견한 ‘인간 중심 미래에 중점을 둔 혁신’이라고 숲속도서관을 극찬했다. 이후 서울시는 공원 속 도서관을 장려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고 한다.
‘인간 중심’은 김 구청장이 추구하는 ‘명품 종로’의 핵심 요소다. 김 구청장은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에 놓고 보도블록, 계단, 실내외 공기, 놀이터 등의 편의성을 높여왔다. 그는 이런 자신의 철학을 “종로구를 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를 걸어갈 때 어떠한 위험이나 불편함이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말로 표현한다.
이런 마음으로 종로구에서는 2011년부터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화강석 친환경 보도블록을 깔아왔다. 또 계단의 경우에도 단 높이가 높지 않으면서 고르게 만들고 경사가 급하지 않도록 하는 등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정비했다. 현재까지 조성된 친환경 보도는 전체 13만9534m 중 2만8500m로, 종로 전체 보도의 20%에 이른다. 또 친환경 계단은 164곳 중 83곳을 정비했는데 올해도 10곳을 정비할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미처 정비하지 못한 곳은 쪽계단을 놓는 방식 등으로 우선 할머니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또 실내외 공기 질 개선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우선 거리 공기 개선을 위해 김 구청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9대의 물차로 새벽 3시부터 청소를 계속해왔다. 실내 공기 역시 2011년부터 ‘실내공기질 관리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어린이집, 유치원, 경로당,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 6개 항목을 측정했다. 처음 1300만원짜리 측정기 한 대로 시작한 뒤 지금은 측정기를 두 대로 늘렸다. 측정 횟수도 2011년 195건에서 2020년 1180건으로 늘렸다. 김 구청장은 “이런 꾸준한 노력 덕에 종로가 수도권에서 가장 공기질이 좋은 곳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로 미세먼지의 경우 2018년 평균 11㎍/㎥로 수도권 최저 수준이다. 실내공기질 개선사업의 성과는 2016년 환경부 주관 환경보전기관표창, 2019 다산목민대상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평가받았다.
높은 건물 등이 아닌 삶의 질 개선을 통해 명품 도시를 구현하는 김 구청장의 철학은 종로가 서울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심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경복궁이나 북촌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종로구의 문화재와 조화를 꾀하려는 취지가 김 구청장의 구정 운영 철학에서 묻어난다.
종로 숭인·창신동이 서울시 도시재생 1호인 것도 이런 오랜 역사를 지낸 종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숭인·창신동은 2013년 뉴타운에서 해제된 뒤 2014년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김 구청장은 “당시 서울시에서는 세운상가를 도시재생 1호로 삼고 싶어 했지만, 숭인·창신지역 도시재생이 우선돼야 한다고 서울시를 설득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문화재가 많은 종로의 특성상 도시재생은 중요하다”며 종로가 추구하는 도시재생 모델로 일본 요코하마를 꼽았다. “요코하마의 경우, 항구에 있는 오래된 창고 건물을 그대로 두고 최고급 음식점 등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또 철길을 걷는 길로 만드는 등 근대적인 역사적 흔적을 지우지 않고 남겨놓으면서 도시재생을 추진해 문화재가 많은 종로가 벤치마킹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이번 3선 임기를 마치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더는 구청장에 출마할 수 없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에도, 11년을 한결같이 펴온 ‘명품 종로’ 정책을 변함없이 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어쩌면 앞으로 남은 임기는 김 구청장이 기존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서는 건축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종로구는 일제강점기 지어진 오래된 구청사를 리모델링과 증축을 거쳐 종로소방서 등과 통합하는 통합청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통합청사는 내년 5월 착공에 들어가 2024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새로운 통합청사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정신이 살아 있는 건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삼국사기> 중 백제본기에 나오는 백제 궁궐 건축미에 대한 평이다. 넓어진 공간에 멋과 실용성을 고려해 업무시설을 배치하는 것은 물론 도서관이나 문화공간 등도 알뜰하게 넣겠다는 것이다. 명품 건물을 여럿 지은 건축가이자 ‘상품이 아닌 작품’을 추구해온 자치단체 수장인 김 구청장이 자신의 구정 철학을 새 통합청사에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할지 기대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지난 10일 숲속도서관 안에서 과 인터뷰하고 있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울& 인기기사
-
1.
-
2.
-
3.
-
4.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