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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은평구청장 "성장 기반 마련…청년들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모습 기대"

등록 : 2016-07-14 14:38 수정 : 2016-07-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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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은평 역사한옥박물관 옥상에 선 김우영 은평구청장. 김 구청장은 자연경관이 뛰어난 북한산 일대에 우리 역사를 강조한 한문화 너나들이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이유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계획을 잠정 중단했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지 중 한 곳이었던 은평구의 김우영(46) 구청장은 오히려 담담했다. 가장 열정적으로 뛰었기에 누구보다 아쉬울 법도 했건만 정부의 중단 결정 배경을 아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잊고 지냈던 문학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문화가 일자리가 되고, 그 일자리가 새로운 문화로 번성합니다. 우리 은평구는 교육과 문화, 예술, 복지가 순환되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북한산 큰 숲은 어머니 같은 대지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립한국문학관이 결국 은평구로 올 것을 믿기에 넉넉히 끌어안을 준비를 잘하고 있겠습니다. ”    

3대 축을 중심으로 은평 성장 이끌어

북한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셋이서 문학관’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지난 6년간 김 구청장이 은평구정에 기울여온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은평구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기준 19.81%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2번째다. “서울의 지자체는 형편이 다 좋은 줄 알았습니다. 처음 왔을 때 우리 구 예산이 1인당 70만 원 정도인데, 전남 진도군이 700만 원이었습니다.”  

2010년 불과 마흔 살의 나이에 은평구청장에 당선된 김 구청장은 우선 낙후된 은평구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성장 전략에 집중했다. 수색역과 옛 국립보건원, 은평뉴타운 일대를 은평구 성장 동력의 3대 축으로 꼽았다. “수색역 일대는 미디어시티를 보완하는 문화와 물류, 옛 국립보건원은 강남과 차별화된 혁신 아이디어 활용 공간, 은평뉴타운은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공간으로” 발전 방향을 잡았다.  

“수색역 일대는 경의선의 출발점입니다. 신공항철도와 미디어시티가 연결되는 이 일대는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매우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국토 발전 전략에서도 통일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곳입니다.”  

최근의 수색역 일대 개발 추진 현황에 대해서는 롯데가 우선협상 대상자인데, 기업 내부 문제로 진척이 늦어지고 있다며 개발 지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터뷰가 진행된 ‘셋이서 문학관’ 내부. 김 구청장은 한옥을 ‘옛것’이 아닌 우리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라 말한다.

김 구청장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곳은 은평 한옥마을이다. “은평뉴타운 미분양으로 SH공사가 골치를 앓을 때 제가 한옥마을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산 자연과 역사를 활용하자는 생각이었지요.” 애초 분양이 잘될까 주변에서는 우려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전 필지가 분양된 것이다.

김 구청장은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한옥은 옛것이 아닌 새것”이라며 문화관광 자원으로서 한옥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진관동과 북한산 일대는 지난해 4월 ‘북한산 한(韓)문화 체험 특구’로 지정됐다. 은평 한옥마을과 역사한옥박물관, 금성당 샤머니즘박물관, 진관사, 북한산 등의 자원으로 새로운 문화관광 부흥 중심지로 도약할 기반을 갖추었다. “국립한국문학관이 ‘북한산 한문화 체험 특구’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었지만, 문학관 유치와 상관없이 일대에 문학 테마파크 조성을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4년 연속 서울시 일자리 창출 최우수구로 선정

은평구는 한옥마을에 전통 숲을 가꾸는 ‘한옥마을 활성화 마스터플랜’을 올해 안에 세우고, 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한문화 너나들이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또한 한옥의 멋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은평 한옥마을 한옥 전망대’와 미술관과 전통 한옥이 공존하는 ‘삼각산미술관’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 상권을 살리고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14년 수색에 음악창작지원센터를 건립했고, 연신내에 인디밴드 거리도 조성하고 있다.  

지역 내 정당, 정파 간 대립이 주민 행정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개발·재건축과 같은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주택관리와 개보수, 방범, 커뮤니티센터 등 기반시설을 보조해 새로운 주거 형태를 만드는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사업인 두꺼비하우징,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고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 등에 초기 반대가 있었지만, 설득하고 설득해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지역이 갈등의 공간이 되면 안 되지요.”  

은평구는 4년 연속 서울시 일자리 창출 최우수구로 선정되었고, 2012년 대통령 행정 효율화 부문 수상, 2013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생산성 대상을 받는 등 지난 6년간 수상 경력도 화려했다. “제가 자랑하고 다니지 않았지만, 우리 직원들의 생산성이 대단히 높아요”라며 김 구청장은 성과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김 구청장은 2010년 민선 5기 선거에서 전국 최연소 지방자치단체장이 됐다.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주변의 걱정도 많았지만, 사실 준비된 구청장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스승으로, 나중에 정계에 진출한 정치학자 장을병 교수의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1995년 정치에 입문했다. 2000년 스승의 추천으로 이미경 의원 보좌관이 됐다. 2010년까지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부동산 특위 실무 간사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축적했다.  

“국정감사 준비, 특위 활동 등을 하며 정말 공부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국가인권법을 비롯해 남녀고용평등법, 성희롱 방지법, 부동산 정책 등 시민사회 전반의 이슈를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역공동체에 청년이 들어와야 한다  

2011년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그동안 사용 방안을 놓고 대립해온 옛 국립보건원 터를 “혁신과 창의가 꽃필 수 있도록 혁신적 아이디어의 허브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사람도 김 구청장이었다. 그렇게 옛 국립보건원 터는 서울혁신파크가 됐고,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청년 기업가들의 메카로 변신했다.  

“은평구는 공동체 정서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저는 공동체와 문화, 일자리 등이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숙련도가 높은 어르신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청년이 결합하면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생길 것입니다. 마을 재생과 복지 등 지역공동체에 청년들이 들어와야 합니다. 서울혁신파크가 그 실험 무대가 될 것입니다.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가 지역을 발전시키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사진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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