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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메르스 이후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범국가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해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기술이 적용된 보건의료체계 속에 살지만, 신종 감염병 앞에 인류는 수백 년 전 선대 인류가 겪은 당황스러움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다행히 국내 코로나19 감염 발생률과 사망률은 5월9일 기준 10만 명당 21.1명과 2.4%로 평소 보건의료체계가 잘 갖춰졌다고 여겨지던 서구 유럽 국가들과 첨단의료의 산실이라 자부하던 미국의 수치보다 훨씬 낮다. 선진 의료 시스템을 갖춘 독일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10만 명당 203.6명, 4.4%이니 자연스레 국민 사이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물론 대한민국 의료기술 수준과 자원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충분히 수준급이었으며 공적의료보험제도는 모든 국민이 공평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자만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해묵은 논쟁거리지만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수는 2018년 기준 5.7%이며 공공의료기관 인구 1천 명당 병상 수는 1.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0개에 훨씬 못 미친다. 물론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유럽이 코로나19로 겪는 고통을 보면서 감염병 대응에 공공의료기관 수와 병상 비율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염력이 센 코로나19의 특성상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주지하다시피 국내 방역 역량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선방하고 있다. 방역 초기 일부 지역의 급격한 환자 수 증가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확보된 병상 이하로 관리된 환자 증가 속도는 병원과 의료진의 과부하를 막고 중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해 낮은 사망률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은 높지만 치명률이 낮아, 일부 무증상 감염자와 함께 경증 환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전체 환자 수가 증가하고 이에 비례해 증가한 중증 환자 수가 국내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게 되면 우리가 뉴스에서 목도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뉴욕주의 상황이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자 정부는 전국적으로 67개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정했는데 이 중 지방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이 55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게 확보된 병상으로 인해 감염 환자의 입원 대기와 병에 걸렸을 때 적절히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환자들의 진료 연속성과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중단됨으로써 발생한 의료 이용의 불편에 대해서는 향후 개선책이 강구돼야 한다.
이제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의 감염력과 메르스의 치명률을 겸비하지 않을 것이라 믿을 수 있는 근거도 없다. 따라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새로운 감염병에 대비한 보건의료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 국가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위시한 공공의료체계의 대응 능력 강화가 요구된다.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방호복(레벨D) 착용 집중훈련을 받고 있다. 서울의료원 제공
필수 교육과정이 그러하듯 의료는 일정 부분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료는 자본의 이익과 수익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의료산업의 발전은 수익이 목적인 민간 부분의 투자도 필요로 한다. 한편 감염병 범유행 시기에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환자를 위한 응급진료체계는 유지돼야 하며 암 환자를 위한 항암치료나 수술도 연기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발생과 유행을 예측할 수 없어 민간의료기관이 대비하기 어려운 감염병에 대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중심이 돼 대응함으로써 통상적인 필수 의료서비스는 지속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 의료기술과 첨단 의료산업이 민간 부분에서 꽃피우기 위해서는 궂은일이지만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의료체계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코로나19 이후에도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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