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안전영향평가, 관할 시·도지사에 위임해야

기고│한중근 중앙대학교 교수

등록 : 2020-04-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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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지반 함몰 사고(2014년)를 계기로 각종 지하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지반 함몰이나 침하로 인한 사고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2017년)이 마련되었고, 시행령(2018년 1월)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지하안전영향평가는 대상 사업에 따라 지하안전영향평가, 소규모 및 사후지하안전영향평가 그리고 지반침하 위험도 평가로 수행되며 지반 굴착에 기인한 문제 발생의 영향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수행된 전국의 지하안전영향평가는 총 2048건(2018년 781건, 2019년 1267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며 도심의 고령화, 산업 개발의 고도화와 함께 지하안전영향평가의 규모도 지속적인 확대가 예상된다.

지난 3월 동대문 서평화시장 신축 공사장에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수행하는 업체들의 현황 조사에 따르면 현 지하안전영향평가 제도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협의·검토 기관의 일원화이다. 현재는 관련 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지방청)에서 지정한 검토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검토하고 있는데, 두 기관이 모두 경상남도 진주에 있어 협의를 위한 장거리 출장 등으로 수도권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개발사업자나 평가 대행 업체들은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최근 2년간 국토부에서 협의한 지하안전영향평가의 77.9%가 서울, 인천, 경기 지역으로, 검토 기관을 진주에만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둘째, 협의·검토 수행 기관의 인력 부족과 협의 기간 장기화이다. 현재는 전국의 지하안전영향평가 협의·검토 업무를 국토부(지방청)와 2개의 검토 기관(LH,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수행하고 있어 담당자 수가 적고 업무가 과중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체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지하안전영향평가의 처리 기간은 관련 법에서 최대 50일(평가서를 보완하는 기간은 제외)이지만 충분하지 못한 계획 수립과 협의·검토 기관의 인력 부족 등과 겹쳐 제출된 평가서의 약 90%가 보완 요청돼 실제로 협의 완료까지는 평균 4개월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지반 함몰이나 지반 침하는 4580건에 이르고 시행령 이후 다소 감소하긴 했으나 1년에 500여 건 발생해 아직도 국민은 안전에 대한 염려가 적지 않다. 사고 규모와 관계없이 안전상 문제는 국민이 아주 가깝게 느끼는 현실이므로 일정 규모 이하의 사고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자체 수준의 조사위원회나 자문위원회의 운영이 효율적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자체는 지하안전영향평가 협의와 검토 등 일련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만 요구되는 사회적 상황에 다소 불합리성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한 실정이다.


이미 20여 년 된 환경영향평가는 다수의 검토 항목에 대해 평가위원회에서 전문가 평가를 받고 자문해 좀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즉 체제 보완은 관리감독자와 시행사업자의 전문화된 질적 관리와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불합리한 지하안전영향평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국적인 공사 규모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개발사업이 시행되는 관할 지역의 시도지사에게 지하안전영향평가 검토 업무를 위임해야 할 것이다.

그로 인해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협의 기간의 장기화를 방지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전문적인 평가와 관리감독으로 지하공사 때 발생하는 안전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승인기관에서는 전문가집단의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지하영향평가의 질적 관리를 할 수 있는 등의 평가체계 개선도 요구된다. 이미 ‘지하안전특별법’에 제시한 국토부와 시·도·지자체장 등의 역할을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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