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올해 6천억원 시민과 함께 설계

기고│오관영 서울민주주의위원장

등록 : 2020-02-20 14:44 수정 : 2020-02-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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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주주의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4년에 한 번뿐인 선거가 아니더라도 시민들은 누구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기관에는 당연한 절차가 됐다. 이런 참여 통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예산에 대한 시민 참여이다.

서울에서는 그간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많은 참여예산 사업이 제안되고 실행됐다.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건립을 들 수 있다. 구민들은 참여예산 사업을 통해 예산을 지원받아 도서관을 건립했고, 운영도 주민 스스로 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을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민 중심의 특화 도서관이자 지역의 정보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2016년 서울시 건축상과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받았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대표적인 국민생활 SOC 우수사례라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시민 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democracy.seoul.go.kr)에 접수된 제안을 온·오프라인 숙의를 통해 예산으로 반영해, 시민 제안을 정책과 예산으로 발전시키는 실험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서초구 재건축 단지의 길고양이들을 도와주세요’라는 제안은 5659명의 시민 공감을 얻어 30일간의 온라인 공론(찬성 5013명, 반대 131명)과 예산 숙의 과정을 거쳤고, 서울시는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 2억6천여만원을 편성했다.

 이렇듯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은 시민 삶 구석구석에 예산이 필요한 부분을 시민 스스로 발굴하면 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2012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참여예산을 도입한 이래 꾸준히 시민 일상의 삶을 개선하고 있다.

서울시가 개최한 ‘2019 참여예산 한마당 총회’가 지난해 8월31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이에 한 단계 더 나아가 시민의 예산참여가 ‘참여’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시민이 더 깊이 ‘숙의’해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숙의예산’으로의 도약을 시도 중이다.

지난해부터 시민이 제안하고 심사하는 700억원 규모의 참여예산 외에도 기존 공무원이 주도적으로 편성해온 시 정책 사업(환경·여성·복지·민생경제·민주서울·시민건강 등 6개 분야, 1300억원 규모)을 시민이 참여, 숙의·공론을 거쳐 예산으로 편성하고 있다.


 시민들은 제안이 예산으로 반영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참여의 효능감이 높아지고, 단순 불평불만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향후 서울시는 시민이 참여해 시와 함께 숙의·공론을 거쳐 예산을 직접 설계하는 규모를 2020년에는 6천억원, 2021년에는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조원은 단순히 규모나 숫자 그 자체보다는 시민 참여의 폭과 깊이가 더욱 확장돼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올해는 6천억원 규모의 시민숙의예산을 편성한다. 더 많은 예산에, 더 많은 시민이, 더 깊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위원과 민·관협의체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관련 제도의 정비 등을 통해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의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예산 편성의 질적 수준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공무원에게 흔히 “너희 집 살림이라 생각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라”고 하는데, 시민과 함께 설계하는 예산은 얼마나 꼼꼼하고 치열하게 설계되고 집행될지는 묻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는 시민제안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3월13일까지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제안할 수 있다. 시민이 제안한 사업은 민·관 숙의 과정을 통해 보완·발전돼 시민 삶을 바꾸는 정책으로 성장하게 된다. 숙의예산을 통해 시민의 주권이 매일 실현되는 민주주의 도시로 서울이 한층 발돋움하기를 희망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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