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부동산 불로소득 국민공유제’

기고│김용창 서울대 교수·지리학

등록 : 2019-12-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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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국회 부동산 정책 세미나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의 국민공유제를 주창하였다. 혹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색깔론 시비를 걸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생산자본과 노동윤리를 강조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발상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가 불로소득의 국민공유제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론의 태두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애덤 스미스는 일찌감치 지주의 토지지대에 대해 아무런 기능은 없고, 그저 거두기만을 좋아하는 이전소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대 주류경제학의 핵심인 한계효용론을 제시한 레옹 발라는 아예 토지 국유화를 주장하였다. 그리고 토지임대료는 사회배당금이나 공공재 형태로 대중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12월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순기능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해서 국민공유로 하자는 박원순 시장의 주장은 백번 타당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최근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 불평등에 따른 사회 불평등이 극심해지는 것을 고려할 때 더욱더 절실한 정책이다. 지난 50년간 쌀값이 50배 오를 때 땅값은 약 3천 배가 뛰었다. 2017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36조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했고, 이 많은 소득을 누군가가 가져갔다. 그중 부동산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이 약 85조원이며, 상위 10%가 전체 부동산 불로소득의 약 63%를 가져갔다. 하위 50%는 단지 5%를 차지하는 것에 그쳤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양도소득은 무려 243조원에 달한다. 또한 상위 50만 명이 전체 토지의 약 54%인 38억1천만 평을 소유하고 있다. 게다가 상위 10%가 소유하는 토지 공시가격은 전체 가액의 90%를 차지한다. 주택도 다를 바 없다. 상위 1%인 14만 명이 약 94만4천 호를 가지고 있다. 1인당 6.7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이들 1%의 집값은 약 204조원이나 올랐다.

 이러한 종류의 소득은 말 그대로 노동과 자본 노력의 대가가 아닌 불로소득이라는 것이고, 국가와 사회 전체가 노력해서 창출한 것이다. 1990년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 바 있다. 토지가격 상승에 따른 개발이익은 토지 소유자의 노력이나 자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볼 때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일찌감치 판결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국민공유 또는 국민환원의 정당성은 이처럼 확고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먼저 공유기금을 조성하여 국민소비기금이나 미래세대 창업기금, 복지기금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조성 방법으로는 현재 협소하게 규정되어 있는 개발이익 환수 대상의 확대, 국토보유세 부과, 다가구 고가 부동산 양도차익 환수 강화, 다양한 개발부담금 및 기부채납 재원,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기금조성 등을 강구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공적개입이 이루어진 부동산에 대해 공공토지주택은행을 통해 환수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분양가 상한제 주택 등 공공개입으로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되, 추후 매도가격은 공급가격과 같게 한다. 즉 공적개입이 있는 주택은 공공토지주택은행을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최초 분양자의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한다. 시장의 주택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가격 안정을 통해 국민 전체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금융위기나 경제위기 때 하우스 푸어, 주택부실채권 발생 등 시장 붕괴에 대응하는 방법도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140여 개의 토지은행이 운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심부의 노후 쇠퇴지역, 지방 쇠퇴도시나 소멸지역의 도시자원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이들 지역의 빈집이나 방치 주택, 과소 이용 토지 등의 도시자원을 비축·개량하여 공유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저렴한 주거와 토지를 공급함으로써 국외나 외부로 나간 기업을 유치하는 데 활용하고, 쇠퇴도시의 재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

일부 계층만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배타적으로 향유하는 것은 남이 노력한 가치와 성과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탈취에 기반한 자본주의, 불량하기 그지없는 자본주의일 뿐이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루소가 말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얽매여 있다.” 불로소득의 불평등한 향유는 이 시대 한국 최대의 속박이자 사슬로 작용하고 있다. 불로소득의 국민환원제가 답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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