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도시 서울, 디지털 격차와 싸우다

기고│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

등록 : 2019-12-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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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도시. 도로에는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차량에 탑재된 각종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자율주행차량이 운행되고, 사무실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해 웬만한 관리업무는 인공지능 비서가 대신 해준다. 공장에서는 고품질 제품이 자동화된 로봇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가정에서도 인공지능이 적용된 스마트홈 시스템이 주인 취향을 학습하고 이에 맞춰 집안일을 척척 대신 해준다. 많은 사람이 언급하는 “곧 다가올” 스마트 도시 미래다.

 서울시도 스마트 도시 구축을 위해 지난 10월, 오는 2022년까지 ① 총 4237㎞의 공공 자가통신망 확대 구축 ② 서울 전역에 무료 공공 와이파이 2만3천여 대 설치 ③ 공공 사물인터넷(IoT)망 설치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스마트 서울 네트워크(S-Net)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본격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일상을 살펴보면 스마트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 해결되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이 있다. 중학생 민준이는 얼마 전 유튜브에 직접 게임을 하는 영상이나 게임 경기 리뷰나 해설을 올리는 청소년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구독자도 늘어나 공부도 하며 키즈 크리에이터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민준이의 3만원대 요금제로는 사용가능한 데이터가 부족해서 방송 작업에 지장을 받을 때가 많다.

 ‘어르신계의 BTS’라 불리는 대표적인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구독자 수 101만 명)는 특유의 솔직함과 유머를 담은 여행기와 화장품 리뷰 영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구글과 유튜브의 CEO들이 찾아와 비결을 묻기도 했다고 한다. 반면, 스마트폰 활용 자체가 어렵거나 은퇴 후 소득 감소 등에 따라 데이터 요금 부담으로 스마트폰 이용에 곤란을 겪는 어르신도 많다.

 요즘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라고 한다(월 460억분). 카카오톡(월 220억분)과 네이버(월 170억분) 이용시간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다. 디지털 환경이 모바일 동영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무선데이터 중 동영상 데이터는 55.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데이터 이용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매년 무선데이터 이용량은 30% 이상 급증했으며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들은 월평균 24기가바이트의 무선데이터를 쓰는 것으로 나타난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년 9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

 그러나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는 전체의 약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에 가까운 이용자는 제한요금제를 이용하는데 제한요금제 이용자들의 평균 무선데이터 이용량은 3기가바이트에 그쳐 무려 21기가바이트의 통신 격차가 발생하고, 많은 이용자가 월말이면 데이터 부족에 시달린다. 사교·문화·오락에서 정치·경제·생활 영역까지 디지털 영역 비중이 나날이 커져가는 현실에서 데이터 격차(data divide)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는 반지하방에 사는 기택네 가족이 와이파이 접속을 위해 화장실 변기 위로 올라가는 장면으로 디지털 시대의 양극화를 극명히 드러낸 바 있다. <기생충>의 국내외적 흥행 돌풍과 수상은 여러 작품적 요인과 함께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문제에 대한 예리한 통찰에 관객이 공감한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이러한 디지털 격차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실생활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스마트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인프라나 운영 시스템 구축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도시의 주인인 사람을 중심에 놓고 개인과 공동체가 부닥치는 수많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내는 도시가 바로 스마트 도시다. S-Net이 미래 서울의 기반 인프라임과 동시에 시민들의 통신기본권 보장 수단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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