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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국과 새활용 방안 업무협약 맺어”

개관 2주년 맞는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윤대영 센터장

등록 : 2019-09-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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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에 디자인 입혀 새제품 생산

2년 동안 연 6천t 재활용 물품 처리

세계 주목하는 업사이클센터로 성장

“사회적 임팩트 강한 제품 나올 것”

윤대영 서울새활용플라자 센터장이 5일 서울새활용페스티벌이 열리는 플라자 건물 1층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우유 팩 8만 장 재활용, 폐우산 5천 개 새활용에 진공청소기 1만5천 대를 수리했고, 12만 명이 탐방과 체험 활동을 했죠.”

윤대영(56) 서울새활용플라자 센터장은 5일, 지난 2년 동안 이룬 성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연간 6천t의 재활용 물품을 처리하고, 입주 기업 40곳에서 50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17개국 25개 기관에서 방문해 업무 협력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성동구 용답동에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는 새활용(업사이클) 복합문화공간으로 2017년 9월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세계 최대 새활용 복합문화공간이다. 새활용은 폐기물(쓰레기)을 활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활동이다. 재활용이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거나 낡은 물건을 고쳐서 원래 용도로 다시 쓰는 것이라면, 새활용은 디자인을 더해 다른 용도의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소재 공급부터 생산과 판매가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디자인했다.


새활용플라자는 개관 2주년을 맞이해 새활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자원 순환의 날인 지난 9월5일부터 12월 말까지 ‘2019 서울 새활용 페스티벌’을 연다. 올해는 ‘쓰레기 없는 생활 속 새활용’을 주제로 전시, 체험·교육, 국제학술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 진행에 바쁜 윤 센터장에게서 지난 2년 동안의 새활용플라자 성과를 들어봤다. 그는 서울새활용플라자 설립 전인 2016년 10월부터 새활용센터 일을 해 플라자의 역사를 꿰뚫고 있다. 1994년부터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일하면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립에도 기여했다.

윤 센터장은 서울새활용플라자가 개관 2주년을 넘기면서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 자치단체와 기업 등에 새활용을 전파하는 기지가 되었다고 한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세계 각국에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주목하고 있어요.”

아랍에미리트, 인도 델리, 덴마크, 파라과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의 정부 관계자들이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방문했다. 올해 5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모하메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서울새활용플라자와 같은 시민참여형 업사이클센터를 짓는 방안을 협의했다. 윤 센터장은 “아랍에미리트의 환경부 차관 일행과 자원순환팀이 6월과 8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방문해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 7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방문한 독일의 세계적인 굿디자인 인증기관인 국제포럼디자인(IF)의 랠프 비그만 대표는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업사이클 체계가 독일보다 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고 전한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대한 관심은 국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업사이클센터 짓기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인천시, 제주도 등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10여 곳에서 업사이클센터 설립을 준비하며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벤치마킹했다.

새활용플라자는 서울시에서도 업사이클센터가 퍼져나가는 데 모델이 된다. 서울시는 올해 송파구 마천동과 마포구 성산동에 ‘리앤 업사이클숍’을 차려 시민 중심 리폼 사업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성북구와 강동구에 약 500평 규모의 업사이클센터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서울의 25개 자치구의 시민 업사이클 사업이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지원과 협력으로 확대되는 것이며, 서울의 지역 확대가 세계 각국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델 확산과 더불어 새활용플라자는 “사회적 임팩트가 있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등” 내실을 갖추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서울새활용플라자 지하 1층에 있는 소재 은행에는 407개의 재활용 소재가 있다”며 “이를 활용해 창의적이고 사회적 임팩트가 강한 제품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사례로 입주 기업 ‘플레이31’에서 개발한 치료용 교육 키트와 도시양봉 사회적기업 ‘어반비즈’가 개발한 진공 꿀벌 포집기를 꼽았다. 플레이31은 버려진 스펀지로 간단한 스탬프형 도장을 만들어 치매 환자나 재난심리 피해자의 치료를 돕는 교육 키트를 제작해 보급한다. 어반비즈는 버려진 진공청소기의 모터와 양파 자루를 활용해 진공 꿀벌 포집기를 만들어 소방관들의 출동 횟수를 25% 줄이고 일자리도 늘리는 효과를 얻고자 한다.

윤 센터장은 이에 따라 새활용 프로젝트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과 지원도 늘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입주 기업 ‘인라이튼’과 함께 진공청소기 등 2만 개의 전자제품 배터리를 수리하는 지속가능사회 시민 수리 카페인 ‘서울전파사’를 열었다. 씨제이(CJ)는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과 폐팰릿(화물 쌓는 대)를 사용해 무직자들에게 목공 손기술을 가르쳐주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직정원화분 제작 사업을 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책 2천 권을 기증하고, 에스케이(SK)텔링크는 중고 휴대전화기를 재사용하는 새활용 플랫폼 사업을 한다.

윤 센터장은 “서울새활용플라자의 궁극적 목표는 쓰레기 줄이기”라며 “기업과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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