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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 서울시의원 활약 녹여냈어요”

이온달 서울시의원과 남산 선녀 이야기 담은 웹툰 <남산선녀전> 돌배 작가

등록 : 2019-08-22 15:28 수정 : 2019-08-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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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살아나게 하는 남산 선녀

이온달 의원과 갖가지 민원 해결

‘오늘의 우리만화상’ 받은 작가

“열정 독자의 의견이 최고 러브레터”

네이버 만화에서 지난 21일부터 <남산선녀전>을 연재하는 작가 돌배가 14일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서 울&>과 만나 <남산선녀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많은 사람이 재밌어하고 공감하는 웹툰을 만들고 싶어요.”

<남산선녀전>을 21일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하기 시작한 웹툰 작가 돌배(38·본명 장혜원)를 14일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총 8부작인 <남산선녀전>은 매주 수요일 네이버 ‘수요웹툰’ 코너에서 볼 수 있다. <남산선녀전>은 남산 선녀인 ‘산봄메’와 서울시 의원 ‘이온달’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산봄메는 남산의 조그마한 사당에 돌탑을 만들어놓고 남산의 동식물을 돌보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선녀다.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처럼 보이지만 화가 나면 무섭다. 이온달은 젊고 열정적이며 마음이 따뜻한 초선 서울시의원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학창 시절 달리기 선수를 했을 만큼 발이 빠르다.

어느 날 산봄메의 그림 하나가 사라지는데, 수호신인 주작 그림이라 악인의 손에 들어가면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산봄메가 주작 그림을 찾으러 시내로 내려와 이온달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산선녀전>은 돌배의 대표작인 <계룡선녀전>에서 설정과 등장인물을 빌려왔다. 원작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주인공이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가벼운 판타지물로 돌배의 귀엽고 발랄한 그림체가 돋보인다.

‘웹툰을 연재할 작가를 추천해달라’는 서울시 의회의 요청을 받은 네이버 웹툰 쪽에서 돌배를 추천해 연재가 이뤄졌다. 서울시의회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웹툰을 기획했는데, 시의회 이미지와 돌배의 웹툰 이미지가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시의회는 돌배의 기획 구성력, 작가의 도덕성, 작품의 공익성과 대중성 등을 높이 평가했다. 웹툰 속에 시의회를 자연스럽게 담아내야 하기에 단편 작가보다 서사력이 뛰어난 장편 작가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돌배는 서울시의회의 제안을 받고 좀비물, 로맨스물, 귀여운 동물 캐릭터물 등 아이디어를 냈으나, 마지막으로 선택된 게 남산 선녀 캐릭터였다. “처음에 시놉시스를 3편쯤 썼는데, 결국 시의회 사람들도 재밌어하고 기존 <계룡선녀전> 팬들도 있어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남산 선녀 캐릭터로 결정된 것 같아요.”

그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뒤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 예술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분야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애니메이션과 게임 회사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했다. 다니던 게임회사 카밤(KABAM)이 다른 회사에 합병된 2016년 봄에 한국으로 돌아와 전업 웹툰 작가로 일했다.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그렸는데, 제의가 왔어요. 어떻게 하다보니 물 흐르듯이 하게 됐는데,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향수병을 앓았는데, 이때 회사 근처 태권도 도장 ‘화랑관’에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검은 띠’ 2단이 됐다. “지치고 짜증도 많이 나고 축 처져 다녔는데, 태권도를 하고부터 활력이 솟고 당당해져 회사 생활도 잘하게 되더라구요.”

그는 도장에 다니며 겪은 일상을 일기처럼 전하고 싶어서 회사 다니는 틈틈이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그렸다. 네이버 ‘도전 만화’ 코너에 2011년 6월부터 2년 넘게 비정기로 연재하다 2013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총 121화를 정식 연재했다.

2017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는 <계룡선녀전>을 네이버 웹툰에 연재했는데, 케이블 방송 tvN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9월까지 <헤어진 다음 날, 달리기>를 웹툰·웹소설 사이트인 저스툰에 연재했다. 애니메이터와 웹툰 작가 생활을 병행한데다, 두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려니 무척 힘들었다. “다시는 그렇게는 안 할 거예요” 하며 그가 웃었다. 덕분에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다. “주위에서 작품이 따뜻하다, 색감이 예쁘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그는 올해부터 경기도 이천에 있는 청강문화산업대에서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로 웹툰창작과 만화 프로젝트를 가르친다. 한국에서는 집 근처에서 성인 태권도장을 찾지 못해 태권도를 쉬는 대신 1년 전부터 무에타이를 시작했다. ‘돌배’는 부친이 지어준 태명으로 “못생긴 배, 맛없는 배라는 뜻인데, 친구들이 별명으로 불러요” 하며 웃었다. 천성이 유쾌하고 쾌활해 보였다.

그는 달리기를 하다가, 영화를 보다가, ‘멍을 때리다’가도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온종일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잦아 손목이 아픈 손목터널증후군을 겪기도 했어요. 몸이 아플 때가 가장 힘들어요.”

돌배는 이번 <남산선녀전>을 그리면서 서울시의회의 활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면 이 작품으로도 좋은 독자들과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작품을 보고 구체적으로 조언해주는 열정 넘치는 독자의 의견이 최고의 러브레터예요.”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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