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구로구 첫 3선 구청장
디지털 산업단지 등
스마트 시티 경쟁 앞서가
임기 중 청사진 마련할 터
구청장 관용차도 전기차
개발 동쪽에 치우쳐
고척동 교정시설 개발 등
균형 발전에 혼신의 노력
이성 구로구청장은 2010년 취임 무렵 592대였던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올해 12월 현재 2991대로 늘렸다. 구로구는 구로구에 설치된 모든 CCTV를 U-구로 통합안전센터와 연계해 범죄 예방, 쓰레기 무단 투기방지, 불법 주차 근절 등을 위해 24시간 모니터링한다. 내년에는 CCTV 영상을 분석해 위험이 감지되면 경찰이나 소방서에 알리는 ‘지능형 CCTV’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선거 기간 동안 마무리 잘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벌여놓은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3선 구청장의 일이 아니다. 주어진 임기 동안 구로가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닦는 데 더 큰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겠다. 다시 초선의 마음으로 구로의 10년 초석을 단단하게 다져놓겠다.”
이성(62) 구로구청장은 구로구의 첫 3선 구청장이다. 63.2%의 높은 득표율로 구로구민의 세 번째 선택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스마트 산업도시 조성, 4대 구로형 복지 정책 등 다양한 새 사업들을 펼쳐 후임 구청장에게 길을 열어놓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구로구청장을 끝으로 더 이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입지전적 스토리, 서울시 국장 승진을 앞두고 온 가족 세계 일주를 감행한 일화 등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어느 고교 졸업식에 갔다가 우연히 구청장님의 축사를 감명 깊게 들은 적이 있다. ‘좋은 친구를 소중히 여겨라, 인생은 늘 공부하는 거다, 사회적 정의감을 가져달라.’
“어느 학교였는지? 고교 졸업식이었다면 그런 얘기를 했을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의롭거나, 정의감을 지켜가기가 쉽지 않다. 한 사회가 지탱하는 정의의 총량은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의감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학생 여러분들이 정의로워야 사회가 좀더 정의로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일부 학부형들이 바로 그 ‘사회적 정의감’ 대목에서 투덜댔다. 애들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그런 서글픈 불평을 옆에서 듣고 있자니 청장님의 연설이 더욱 실감나고 훌륭하게 느껴졌다.…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겠다. 취임사에서 마무리만 하는 3선 구청장은 되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일을 마무리하고 또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해볼 생각인가?
“지난 8년 동안 큰 과제는 거의 해결했다. 옛 영등포교도소 터에 올해 복합단지 공사를 시작했다. 철도 차량기지만 이전하면 사실상 숙제들은 다 마치는 것으로 본다. 철도차량기지는 원래대로 국토교통부가 올해 안에 이전 확정 발표를 하면 좋겠지만, 안되더라도 내년 초에는 발표가 났으면 한다. 제 임기 중에 착공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안 되면 후임자가 잘 마무리해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좋은 도시를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구로가 어떤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나?
“구로구는 어떤 정체성을 가진 도시여야 할까? 그동안 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마트 도시가 되는 거다. 구로에는 디지털산업단지가 있다. 앞으로 전 세계 도시가 스마트 시티를 향해 경쟁할 텐데, 우리가 이것을 선도해보자는 생각이다.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전국 어느 도시도 구로구만큼 진전된 곳이 없다. 제 임무는 어떤 서비스와 시설을 몇 년도까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계획을 완성해놓는 것이다. 그 이후는 후임자의 몫이다. 부디 구로구를 우리나라에서 각광받는 스마트 도시, 현대적인 미래 도시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요즘 구청장 관용차로 전기차를 탄다고 하던데, 그것도 같은 맥락인가?
“사실은 전기차에서 더 나아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본래 제가 구상한 것은 디지털단지 직원들을 위한 셔틀버스, 불법 주정차 단속 차, 구로구 마을버스 중 한두 대가량을 자율주행 전기차로 하는 것이었다. 연구소나 자동차 회사 등과 협의했는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법 때문에 안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다니는 것이 불법이다. 미국은 자율주행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시내로 출퇴근을 한다. 하루빨리 제도를 고쳐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을 지원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자체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른다.”
구로 지역의 주요 현안과 과제를 정리한다면?
“구로 지역의 균형 발전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현재 구로구는 업무·상업의 중심이 신도림 역세권과 구로디지털단지 일대에 형성되어 있다. 두 곳 모두 구 동쪽에 치우쳐 있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지난 8년 동안 고척동 교정시설(옛 영등포교도소) 터 개발, 철도차량기지 이전, 온수 산업단지 재생 사업 등을 추진했다. 이 세 곳이 개발되면 구로구는 현재의 신도림 역세권, 구로디지털단지 일대와 더불어 구로1동 신도시(철도차량기지 개발), 개봉 업무지구(교정시설 터 개발), 온수 융복합산업단지라는 새로운 업무·상업 지역이 생겨나 구로 지역 전체가 고루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이 구청장은 이외에도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남부순환로 평탄화와 도로 폭 확장(6차로에서 9차로), 제일제당 부지 개발과 연결도로 개설, 고척 제4주택 재개발, 개봉동 한일시멘트 터 아파트 건립, 구로2동 공영주차장 건설, 구 가리봉시장 주차장 지하화 등의 사업과 가리봉동 도시재생사업 등을 열거했다. 그는 또 “지난 8년간 1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며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며 “민선 7기에도 매년 1만 개 이상, 임기 내 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21세기가 시작되던 2000년에 용감하게 온 가족을 이끌고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났다. 당시에는 큰 화제였는데,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제겐 밀레니엄 기념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세 가지 도전 이유를 덧붙였다. 가난한 고학생 시절의 꿈이 세계 일주였다, 40대가 되면서 뛰어난 후배들과 경쟁하기 위한 재충전이 필요했다, 당시 부모를 잃은 처조카 두 명을 입양해서 가족의 화합을 위해 꼭 필요한 도전이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24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나 장관 같은 것이 꿈이었는가?
“그 이야기를 하면 독자에게 좀 미안하다. 그런 게 아니니까. (웃음) 나라 자체가 가난하던 시절이었지만, 우리 집은 조금 더 가난했던 것 같다. 누나는 스무 살이 되자 입 하나 덜려고 시집가는 걸 선택했다. 큰형은 고학을 하며 겨우 대학을 다녔고, 작은형은 아예 진학을 포기했다. 나도 못 갈 거라 생각하고 상고에 갔다가 마음이 바뀌었다. 대학 때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형편이 어려워 그 친구랑 결혼을 못할 것 같았다. 빨리 돈을 벌어야 했는데 제일 빨리 취직할 수 있는 길이 고시였다. 재학 중에라도 붙으면 취직이 되는 거니까 결혼도 할 수 있고 집에도 보탬이 되겠다 싶었다. 특별히 공무원이 돼서 나라를 위해 뭘 봉사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빨리 좋은 데 취직하고 결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시를 선택했다.”
그래서 결혼은 했나?
“대학 재학 중에는 합격하지 못했고, 결국 그 친구와 결혼도 못했다. 고시는 나중에 합격했는데,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해보니 천직이었다. 모두 천직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자전 에세이집에서 공무원을 몇 가지 유형으로 평가한 글을 재밌게 봤다. 이를테면 두 번째로 좋은 공무원은 돈 받고 해결해주는 공무원, 가장 나쁜 공무원은 돈 받고 해결 못해주는 공무원…. 리더라면 어떤가?
“책임지지 않는 리더를 가장 싫어한다. 책임질 만한 일은 부하에게 떠넘기고, 어떨 땐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리더 주변에는 일하는 사람은 없고 아부꾼만 잔뜩 있게 된다. 공직을 맡아선 절대 안 되는 유형이다.”
3연임 이상은 출마 제한이 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구청장직을 마친 뒤 어떤 정치적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임기를 마치면 내가 하고 싶을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공직은 하지 않는다는 거다.”
3선 구청장인데, 정말 공직에서 완전히 은퇴할 생각인가?
“주변에 국회의원에 나가보라 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럴 생각이 없다. 서울시에서 30년 가까이 일했고 구청장을 세 번째 하고 있다. 공무원을 계속했으면 60살 때 이미 정년퇴직했을 텐데 오히려 66살까지 하게 됐으니 6년은 보너스가 아닌가. 다음에 뭘 할지는 차차 고민해보겠다.”
문학과 미술이 전문가 수준이니, 예술 쪽으로 나가도 좋을 듯하다.
“예술가까지는 아니고 예술가 친구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친한 사람 중 큰 그룹이 예술가들이다. 이분들 좋은 점이 나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90대부터 30대까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그런 점이 참 좋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24살 행시 합격·44살 서울시 국장…전형적 외유내강형
△민선 5·6기 구로구청장(2010~2018) △서울시 감사관(2009) △서울시경쟁력강화본부장(2008) △구로구 부구청장(2002~2006) △서울시정개혁단장(2000) △청와대비서실 행정관(1994~1995) △서울올림픽 홍보계장(1985~1988) △행정고시 24회(1980) △서울 덕수상고, 고려대 행정학과 △1956년 경북 문경 출생, 부인 홍현숙씨와 4남.
이성(62) 구로구청장은 겉으로는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책만 판 학자나, 내면세계가 깊은 시인, 화가의 냄새가 더 짙다. 조용한 성격, 낮은 목소리에 말까지 더듬어, 서울시 감사관 시절 사표를 던지고 나올 때 주변의 그 누구도 그가 정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24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44살에 국장(부이사관)이 될 만큼 서울시 행정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공직자의 청렴을 무엇보다 강조해 감사관이 되자, 한 번의 금품 수수와 향응에도 공직 사회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만들었다.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외부청렴도 평가 1위가 구로구였다.
시에 사표를 내고 구로구청장 선거에 나선 것은 순전히 인간적 신의 때문이었다고 한다. “2002년 맡게 된 구로구 부구청장 시절부터 수년 동안 끈질기게 출마를 권유한 이인영 의원(민주당 구로갑)에게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민주당 소속으로 구로구에 출마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출마를 사절했다고 한다. 2009년 그가 진짜로 출마를 결심하고 사표를 쓰자, “오세훈 시장 쪽에서 서울시 5개 구를 놓고 마음대로 출마 지역을 고르라고 했다. 조건은 하나,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으로 출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성이라는 사람을 세상에 알린 사건은 따로 있다. 2000년 서울시 국장 발령을 앞두고 별안간 온 가족을 이끌고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난 일이다. 이 일이 매스컴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일에 지치고 입시 공부에 찌든 한국 가정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그 자신도 부모를 잃은 처조카 2명을 아들로 입양해 가족 간 화합을 위해 애쓰던 중이었다.
이 구청장은 7남매 중 2명이 가난 때문에 먼저 세상을 떠날 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유학자였던 아버지는 돈과 담을 쌓았고, 그런 남편을 무한 존경한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자식들도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했다. 5남매가 아버지와 화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원망만큼이나 깊었던 존경 사이의 갈등 탓이었는지 모른다.
고시 공부는 빨리 사회에 나가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픈 마음에 시작했다고 하지만, “붙고 보니 공직이 천직이었다”는 그는 비상한 두뇌와 문장력, 탁월한 기획력 등으로 조순, 고건 등 역대 서울시장의 사랑을 받았다. 한 엉터리 점쟁이에게 불길한 예언을 들은 것을 계기로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문학과 미술, 음악 등을 익혔다. 그가 부모님을 생각하며 그린 유화 ‘봄날’은 프랑스 한 도시의 미술관에 걸려 있다. 에세이집 <돈바위산의 선물>(2010)을 펴내기도 했다.
나를 있게 한 이것
아버지 어머니, “없는 사람도 이웃이라는 걸”
아버지는 평생 돈 버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며 모셨다. 두 분은 우리 가족에게 없이 사는 삶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그리고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가족이 없이 살아가는 다정한 이웃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셨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울& 인기기사
-
1.
-
2.
-
3.
-
4.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