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취약계층의 구원투수 ‘주거복지센터’

서울시, 25개 전 자치구에 확대 설치

등록 : 2018-10-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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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셋집서 쫓겨날 아이 셋 한부모 가정

자영업자 등록돼 주민센터도 못 도와

금천주거센터가 나서 임시 거처 마련

공공임대 복잡해 맞춤형 지원 필요

금천주거복지센터가 주거위기 가구를 위해 운영하는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난 22일 지역 파랑새 봉사단과 임숙자(사진 가운데) 도배사가 벽지를 바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금천구 가산동에서 아이 셋과 함께 사는 유현선(40·가명)씨는 한부모다. 힘겹게 사는 그는 최근 또 한 번의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살던 월셋집에서 강제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유씨는 남편과는 몇 년 전 이혼하고 혼자서 음식점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되는대로 돈을 빌렸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는 물론 사채도 얻었다. 하루 벌어서 사채 일수 갚기도 힘들었다. 집 월세가 밀려 보증금마저 다 까먹었다. 집주인은 명도 소송을 걸었고 유씨는 당장 집을 비우라는 강제 퇴거 명령을 받았다.

가산동주민센터의 복지 담당자가 유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었다. 도울 방도를 찾아봤지만 실질적인 소득이 없어도 자영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지원할 길이 없었다. 금천주거복지센터에 지원을 의뢰했다. 동주민센터에서 연락을 받은 금천주거복지센터가 먼저 네 식구가 살 수 있는 임시주거시설을 알아보았다. 지난해 연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운영권을 받은 방 2개, 거실 겸 부엌이 딸린 42.67㎡(약 12평)의 매입임대주택 한 채를 쓸 수 있도록 조처했다. 지역의 임숙자 도배사와 파랑새 봉사단원들이 도배와 장판 작업을 해줬다.

유씨 가족이 살게 될 임시주거시설의 이용 기간은 6개월이다. 1회 연장할 수 있다. 금천주거복지센터는 그사이에 유씨 가족이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으려 한다. 또한 빚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게 금융복지 상담을 연계했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긴급생계비도 지원했다. 유씨는 매달 10만원을 임대료 명목으로 센터에 내지만, 이 돈은 유씨 가족의 자립지원금으로 나중에 되돌려받는다.


유씨처럼 주거위기 가구의 대부분은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어려움에 부닥친다. 동주민센터에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전달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도 주거문제 해결과 사후관리까지 해주기는 어렵다. 공공지원 주거정책이 복잡하고 다양해 주거 취약계층이 스스로 정보를 얻어 실행하기도 쉽지 않다.

동주민센터는 주거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주거복지센터는 이들에게 적절한 주거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며 지원한다. 윤정선 금천주거복지센터 팀장은 “공공임대 주택 유형이 20여 가지나 되는 등 주거 지원 사업이 복잡하고 다양해 주거 사각지대에 있는 가구들은 종합적인 상담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의 주거복지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주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주거복지센터 활성화 논의가 있었다. 정부의 주거 정책 수단이 양적으로 늘어나고 다양화됐지만, 저소득가구의 체감도는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에서 정부정책을 알리고 대상자를 발굴해 정책과 연계해주는 전문화된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주거복지센터를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주거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주거복지를 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 곳이다. 시는 그간 일부 자치구에만 있던 주거복지센터를 올해 들어 자치구 전체로 확대했다. 지난해까지 10곳이었던 주거복지센터를 15곳 더 늘려 운영기관을 공개 모집했다. 비영리 민간단체가 16곳,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9곳을 수탁받아 활동한다. 이들 지역주거복지센터를 지원하는 중앙주거복지센터도 8월에 문을 열었다.

사실 지역 주거복지 활동은 이전부터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역 저소득층 주거서비스 제공 사업으로 민간단체들이 주거복지지원센터를 열어 운영해왔다. 2012년 12월 서울시는 주거복지 기본 조례를 만들었다. 이 조례에 근거해 민간위탁기관을 공모로 정해 자치구 10곳(강북, 노원, 성동, 성북, 은평, 관악, 송파, 금천, 서대문, 영등포)에 주거복지지원센터를 설립했다. 2015년 국회에서 주거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주거복지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2016년부터 SH도 시의 주거복지센터 사업에 나서 일부 자치구의 지역 주거복지센터 위탁 운영을 맡았다.

“서울시의 주거복지센터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정책토론회에서 김혜승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의 주거복지센터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주거복지센터 업무를 표준화해 전국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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