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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등장한 민주당 구청장
지역구 세 번 낙선, 촛불 이후 방향 수정
꿋꿋하게 ‘험지’ 고수, 주민들이 평가한 듯
취임하자마자 일자리 TF 등 위원회 출범
옛 성동구치소 개발은 주민 뜻 최우선
송파 ICT 클러스터 복합 사업
고용 효과만 4만 명, 송파 랜드마크로
노년층 고독사 예방 시스템 8월 시행
직원들과 소통을 즐기는 박성수 송파구청장(왼쪽 끝)이 송파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기 위해 문정동 문정비즈밸리 광장에서 젊은 직원들과 자리를 같이했다. 문정비즈밸리 미래형 업무단지에는 신성장동력 산업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기업 등 약 2100여 업체가 입주해 있다. 민선 7기부터는 구 차원에서 입주 기업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경영 아이디어를 공유하도록 ‘네트워킹 데이’도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박성수(54) 송파구청장은 18년 만에 송파에 등장한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다. 송파는 2000년 보궐선거 이후 한나라당계(현 자유한국당)가 줄곧 구행정을 도맡아왔다. 검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한 박 구청장은 한마디로 ‘노무현과 문재인의 사람’이다. 민주당이 강남 3구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두기 위해 송파구에 전략 공천했다. 그의 엘리트 경력과 송파갑에서 두 번 출마한 경험 등이 문재인 바람을 업으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당선 후에도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개인적 능력도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송파구는 서울 자치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 조만간 70만 명을 넘을 기세다. 젊은층 인구 유입이 두드러진다. 인구 변동은 선거정치의 중요한 변수이다. 다음 총선에서 30여 년째 민주당이 당선된 적 없는 송파갑 승리에 기여할 책임이 그에게도 얼마간 맡겨졌을 것이다.
그도 이런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민주당 후보로서 구청장에 당선된 만큼, 구민들의 송파 발전에 대한 열망을 담아 ‘대한민국 자치구 단위의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법률가 출신으로 입법부인 국회의원을 지망하다가 구청장 출마로 방향을 전환했다. 출마하게 된 과정과 결심 배경 등을 듣고 싶다.
“지난 총선(송파갑)에서 떨어지면서 솔직히 충격이 컸다. 그러던 중에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선거가 앞당겨졌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방선거에 출마할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앞장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저한테도 ‘송파 탈환’이라는 ‘임무’가 맡겨진 것 같다. 조금 고민하다가 출마를 결심했다. 당선돼 와서보니 구청은 국민의 일상과 가장 맞닿은 곳이었다.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송파갑구는 민주당이 30년 동안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여기서 두 번이나 도전했다. 지금 돌아볼 때 교훈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가?
“당내 경선을 포함해 세 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고 올해 네 번째 구청장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두 번째 총선에 떨어졌을 때는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주변의 충고도 들었지만 송파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구민들이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은 ‘이렇게까지 꼭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일까?’하고 낙담하던 제 마음을 다잡아준 원동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겸손한 자세로 구민들에게 위임받은 구청장의 권한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주민과 만날 때마다 새롭게 실감한다.”
선거 때 구정 목표로 ‘일자리 창출’을 첫손에 꼽았다. 송파도 그런가? 구청장이 되어 파악해본 실태를 소개한다면?
“일자리 창출은 국가 최우선 과제다. 송파는 서울 자치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 책임감이 더 막중하다. 취임하자마자 일자리 TF(태스크포스·전담팀)를 포함한 ‘서울을 이끄는 송파정책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각 분야 명망 있는 위원들을 고루 모아 송파의 일자리사업 30년 청사진을 만들 계획이다. ‘송파 일자리 통합지원센터’를 이달 말 개관한다. 다수의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들의 구인 정보가 모여 있는 취업 사이트와 연계해 구민들에게 양질의 컨설팅과 일자리 연결 등 체계적인 지원을 할 방침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년에도 일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의 하나로 ‘시니어컨설팅센터’도 문을 연다. 노인 일자리도 상담하고, 취업 연결까지 총괄 지원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송파의 핵심 지역 현안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취임과 동시에 송파 발전을 위한 ‘7대 현안’을 발표했다. △옛 성동구치소 터 개발 △송파ICT(정보통신기술) 보안 클러스터 개발 △위례신도시 광역교통 대책 마련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잠실관광특구 연결 네트워크 구축 △재건축·재개발과 주거복지 강화 △탄천 동쪽 도로 지하화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7가지 현안이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발 방향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졌던 옛 성동구치소 땅 개발은 주민 의견이 최우선이다. 서울시와 국토부 등에 이런 뜻을 분명히 전달했고 일정한 공감대를 이루었다고 본다. 지난 7월 정부의 기본 계획이 발표된 ‘송파 ICT보안 클러스터 복합개발’은 예정대로라면 고용 유발 효과만 약 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큰 사업이다. 강남 테헤란밸리나 판교 테크노밸리 같은 송파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광역교통 대책도 차질 없이 진행해 송파구와 다른 지역을 빠르고 쾌적하게 연결하는 교통 시스템을 확보하겠다. 공공 추진사업으로 전환된 위례선 트램(노면 전차)은 국토교통부가 개통 전까지 주민 불편 해소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우리도 주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고 생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수도권이 개발되면서 서울 주변부 개발도 한창이다. 수도권과 접경인 송파의 미래상을 그릴 때 어떤 점에 주목하고 싶은가?
“송파는 67만 인구로 현재도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시민이 사는 곳이지만, 앞으로 가락동 헬리오시티에 입주가 시작되면 약 1만 가구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송파에도 대규모 인구 유입과 도시 개발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 한편으로 송파는 2천 년 전 한성백제의 도읍지로 풍납토성, 몽촌토성, 석촌동·방이동 고분군 등 소중한 문화유산도 갖고 있다. 송파의 미래는 오랜 문화유적과 현대적 도시 기능의 조화에 있다. 문화재와 첨단 테크닉이 어우러지는 도시, 역사와 미래를 잇는 도시로서 독보적인 테마와 색깔을 갖춘 ‘21세기 문화 도시’가 바로 송파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취임 4개월째다. 인사도 했을 거고 현황 파악도 거의 끝났을 것 같다. 취임한 뒤 시급히 처리하거나 개선할 일이 있는가?
“맨 먼저 내부 직원과 소통을 확장했다. ‘소통데이’라는 정기적인 만남의 시간을 마련해 직원들의 고충도 듣고, 일선 현장에서 느낀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공유한다. 보고서나 결재 서류에도 구청장의 당부 한마디를 꼭 담는다. 참여정부 법무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운 자세다. 불요불급한 행사와 전시성 행정도 과감히 없애갈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구민에게 필요한 곳에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기존 시책과 사업 효과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구민 위주 신규 사업을 발굴하겠다.”
송파는 강남 3구의 하나로 꼽힐 만큼 부촌의 인상이 짙다. 하지만 다양한 복지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송파구만의 복지 정책은?
“송파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상대적으로 30~40대 연령층이 두껍다. 한 해 태어나는 아이 수도 가장 많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양육 관심이 상당히 높다. 현재 73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보하면서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3월 가락1동과 방이2동에 구립 어린이집을 개원할 예정이다. 두 곳을 합쳐 약 150명의 어린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공공과 민간 시설의 유휴 공간을 청소년 전용 공간으로 운영하는 청소년 문화공간 ‘또래울’ 사업을 민선 6기에 이어 계속 시행한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고독사 고위험군 노년층 600여 명을 대상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안부확인 서비스’도 지난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구청장으로서 주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도 ‘현장 중심 행정’과 ‘소통 행정’으로 ‘서울을 이끄는 송파’를 차근차근 만들어가고자 한다. 민선 7기 슬로건인 ‘서울을 이끄는 송파’는 송파구가 대한민국 성공 모델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되자는 비전을 함축하고 있다. 당장 한 번에 모든 것을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4년 뒤에는 송파의 전성기를 열고 싶다. 주민들께서 일상 곳곳에서 새로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니, 많은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검사 출신 참여정부 근무…역경 딛고 구청장 입문
△노무현재단 감사 △제19·20대 민주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 △울산지검 부장검사(2011)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2005), 법무비서관(2007) △인천지검, 서울지검, 수원지검 검사 △제33회 사법시험 합격(1991),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 용문고, 서울대 법대, 고려대 대학원(박사) 졸업 △1964년 광주광역시 출생, 부인과 2남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현재 유일한 검사 출신의 서울 자치단체장이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근무를 나갔다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 정치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검사로서 참여정부가 검찰 개혁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했던 그는 노 대통령 서거 뒤 검찰 안에서 지방과 한직으로 떠돌았다. “이명박 정부 검찰의 편파·보복 수사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면서” 당시 부산에서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상의 끝에 정계 진출을 결심했다. 문 대통령은 그가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할 당시의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이 무렵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내용과 좌절에 이르는 과정을 자세히 써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란 책을 내기도 했다.
정계 진출은 순탄치 않았다. 2012년 총선에서 애초 공천을 기대했던 지역에서 경선이 벌어진 끝에 탈락했고, 그때까지 한 번도 민주당이 이기지 못한 송파갑에 다시 공천됐으나 역시 완패했다. “정치의 속성을 잘 모르던 시기의 불운이자 경험 부족의 결과”였다. 2016년에는 더욱 뼈아픈 패배를 겪었다. 출구조사에서도 승리를 예상했던 선거에서 2% 표 차이로 떨어진 것. 그의 패배는 강남과 부산 등에서의 민주당 승리와 비교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상심을 달래며 조용히 세 번째 국회의원 도전을 준비하던 중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조기 출범하게 된 것.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왔고, 그 역시 국회의원의 꿈을 접고 지방선거 출마로 방향을 돌렸다. 선거로는 당내 경선을 포함해 네 번째만의 당선이라 ‘3전4기를 이뤘다’는 소리를 들었다.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장래 희망을 쓸 때 판검사로 적었다. 막내아들이 판검사가 되기를 염원한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나, 시대는 그를 ‘언더서클’에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관심을 쏟게 했다. 사법시험 공부는 1987년 대학 졸업 후 시작해 1991년 합격했다. “대학 시절의 소신을 접고 뒤늦게 진로를 바꾼 터라 선후배, 동료, 사회에 늘 빚진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또 한 사람, 아버지에게는 끝내 마음의 빚을 갚지 못했다. 막내아들이 판검사가 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나를 있게 한 이것
선거점퍼, “유권자 마음을 얻게 한 힘”
선거운동 때 입었던 점퍼를 종종 꺼내본다. 지난 세 번의 선거는 내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선거는 결국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연속으로 선거에 떨어지면서도 끝내 송파를 떠나지 않은 것이 결국 새로운 기회가 되었고, 주민의 마음을 얻게 한 힘이었다.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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