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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도심 분리해 20년째 상권 형성 못해
자양동 첨단업무단지 수십 층 첨단 빌딩과
테크노마트 일대 개발 위해 지중화 필수
68개 선거 공약 실현 가능한 것으로 판단
시의원 세 번 연속 낙선 고배 마신 경험
눈물 젖은 빵 먹어 서민 애환 알아
인간적인 인연 관계 소중하게 여겨
65.9% 고득표율에 오히려 ‘식은땀’
낙후된 지역 인프라를 정비해 광진의 지역 가치를 높이겠다는 공약으로 구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은 김선갑 광진구청장이 지난 13일 오후 광진구 청사 벽면을 장식한 그림 앞에 서서 환하게 웃었다. 벽화는 손만진, 권혜영 작가의 작품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김선갑 신임 광진구청장은 재선의 전임 구청장(김기동, 민주당) 불출마로 비게 된 당내 후보 선출에서 단수추천을 받아 경선 없이 본선에 나갔다. 그가 얻은 득표율 65.9%는 13명의 초선 당선자 중 두 번째로 높다. 광진을구가 지역구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2016년 총선(광진을)에서 얻은 48.53%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문재인 바람을 고려하더라도 그에 대한 개별적 지지도도 꽤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당선이 예상되는 집권당 후보가 “광진의 지역 가치를 높이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비민주당 정서의 유권자들도 기대감을 보인 결과일 것이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두 차례 구의원을 지낸 김 구청장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보궐선거를 포함해 연속으로 치러진 세 번의 시의원 선거에서 모두 낙선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낙선의 실의 속에서 생업에 몰두하다가 그의 정치적 능력을 아까워한 지지자들과 1997년부터 정치적 동반 관계를 맺어온 추미애 당대표의 지원사격 속에 2010년 8대 시의회에 진입하면서 지역정치에 복귀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자라야 서민의 애환을 안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하고,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때의 3전4기가 남겨준 정치적 자산이다.
8번 선거 끝에 마침내 구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시의원 때와 많이 다르지 않나?
“의원 시절에는 많은 일을 혼자서 했는데 지금은 도와주는 공무원들이 많이 생긴 게 좋다. 물론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취임 한 달 반이 지나고 있다. 업무 파악은 잘 마쳤나?
“의원 시절부터 봐온 일들이라 구정을 파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선거 때 내놓은 공약들을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제게는 더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구정 업무 4개년 계획’ 입안에 주력하고 있다. 그에 맞는 조직 개편 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인사도 조금 늦어지고 있다. 역시 인사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조직 개편의 포인트는?
“역대 구정의 연속성 위에서 민선 7기만의 변화를 추구하는 한편, 제시한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먼저 구축하는 일이다. 제 선거 공약은 큰 틀에서 ‘광진의 지역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모인다. ‘지역 가치’라는 말에는 여러 함의가 있지만 기본 줄거리는 광진의 경제를 활성화할 도시계획과 관련된다. 문제는 오랫동안 낙후된 도시를 개발해 지역 가치, 즉 주민의 재산권을 향상시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도시계획 문제 외에도 저는 정치인으로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 중·장년 은퇴자를 사회에 재투입시키는 이른바 ‘50+ 정책’ 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제 단체장이 된 만큼, 이런 정책들을 광진구에서 활성화시켜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공약 실천 우선순위는?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이 ‘8대 비전 68개 공약’인데, 이 68개 공약이 모두 실현 가능한 것이다. 저는 공약을 만들 때 주변의 자문을 받되 제가 직접 검토한 뒤 실현 가능하다는 확신이 서는 것만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 가운데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도 있지만, 대부분 이번 임기 내 실현 가능하다고 확신한 것들이다. 다만 광진구 전체 차원의 도시계획 사업안과 전철 2호선 지상 구간(한양대역~잠실역)의 지중화 사업의 공약화는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고민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도시계획 측면에서 보는 광진구는 개발할 데가 많다. 이런 지역에서 개발의 우선순위를 구청장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서울시와 협의해서 결정하는 방향으로 공약을 만들었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무엇보다 전철 지중화 사업은 박원순 시장이 결단해줘야 가능한 일인데, 제 공약에 넣은 것은 이 문제가 광진구 지역주민의 숙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임 구청장으로서 약속한 것이니 저로서는 꼭 지켜야 한다. 만약 임기 내에 확정이 안 되면 실현의 토대라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시장은 개발보다 재생 쪽에 관심이 많으니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박 시장은 이후 삼양동 체험을 마치면서 강북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울은 큰 도시다. 재생의 원칙이 필요한 곳이 있고, 개발이 시급한 곳도 있다. 광진구가 요구하는 전철 지중화는 일부 지역의 뉴타운 개발이나 재개발·재건축 사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서울에서 전철이 지상으로 통과하는 곳이 네 곳인데 광진구 구간만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전철이 도심을 분리하는 바람에 20여 년째 지역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앞으로 자양동 첨단 업무복합단지에 광진구청 새 청사 등 11개의 수십 층짜리 고층 빌딩군이 형성되고, 동서울터미널 주변의 테크노마트 일대가 크게 개발될 예정인데 현재의 지상화 노선은 이 상업 벨트를 분리시키는 형국이다. 이 문제는 1995년 노선 개통 이래 줄곧 지적돼왔고,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도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금껏 미뤄져왔다. 이번엔 반드시 풀어야 할 서울시의 과제다.”
김 구청장은 박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65살 이상 시민의 무임승차에 따른 서울시 손실금의 정부 보전금 적립, 지중화가 결정되면 개발 기대 효과가 높아질 쇼핑몰과 지하 상권의 민자 유치 등 약 2조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마련 방안까지 설명하기도 했다.
다시 선거 얘기를 해보자. 민주당 후보 선정 때 경선 없이 단독 후보로 추천됐고, 선거에서는 65.9%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후보 선정 문제는 제 자랑 같아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다. 다만 서울시당의 후보적합도 조사와 여론조사 등에서 제가 월등히 앞서자 경선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한다. 본선 득표율이 높았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가장 컸음은 물론이다. 거기에다 광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제가 나름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저는 높은 득표율을 보고 오히려 2006년 지방선거(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서울에서 전패한 선거)가 생각나 식은땀이 흘렀다. 국민의 무서운 심판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정치적 동지 관계로 알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저는 정치를 떠나 인간적인 인연과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 광진에서 수십 년 정치를 하고 있지만, 반대 당에서도 저를 아는 사람은 ‘인간 김선갑’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추 의원과는 구의원 시절부터 알게 돼 지금껏 존경하는 정치인이고, 어려울 때 도움도 많이 받았다. 정치인이 가장 어려운 게 자기 관리인데 추 대표한테 그런 점을 많이 배우고 있다.”
초임자로서 광진 구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선거 연설 때, 선출직은 인사권자가 유권자이고 주민이라고 말씀드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디 인사권자로서 많이 지적해주시고, 혼내주시고, 그래도 안 되면 다음 선거 때 심판해주십사, 말씀드리고 싶다. 구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구정 참여를 당부드린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김선갑 구청장은?
김선갑 구청장은?
세번 낙선 끝에 당선 뚝심…추미애 의원과 20여 년째 동행
△2~3대(1995~2002) 구의원(구의동) △추미애 민주당 의원 보좌관(2002~2004), 17~18대 총선 추미애 후보 선대본부장 △8~9대 서울시의원(민주당) △8대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 △수원대,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58살, 전남 장성 출생, 부인 오향옥(59)씨와 1녀 △저서 <서울, 사회적 경제에서 희망찾기> 등.
23년째 “광진의 생활정치인”을 자부하는 김선갑(58) 구청장은 1995년 성동구에서 분구된 광진구 구의동에서 구의원이 되면서 지역정치에 발을 디뎠다. 1997년 광진구에서 처음 국회의원이 된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정치적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정치적 동반자로, 지원자로 20여 년을 동행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집안도 정치와 관계가 없지 않다.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야당 돌풍을 일으킨 1985년 총선에서 종로·중구에 출마해 당선돼 화제가 됐던 6선의 이민우(1915~2004) 의원이 그의 외가 작은할아버지다. 평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 그는 일찍부터 정치에 뜻을 두고 30살이던 1990년 스스로 민주당을 찾아갔다고 한다. 구의원을 재선하는 동안 부의장까지 지냈으나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세 번의 시의원 선거(보궐선거 포함)에서 연달아 낙선했다. 당시 그의 정치적 후원자이던 추미애 의원마저 2004년 총선에서 낙선한 상태여서 정치적 재기가 어려워 보였으나, 4년 만에 보기 좋게 재기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그는 8대 시의회에서 초선으로 예결위원장을 맡을 만큼 예산 통으로 알려져 있다. 구의원과 시의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으로 구정과 시정, 국정 등 “3정을 두루 경험한” 이력도 갖추었다. 이런 ‘경륜’을 바탕으로 “광진구의 세출 예산을 구정 목표에 맞게 재조정하고 서울시 조정교부금과 시비 사업을 최대한 확보해 광진구 재정을 건전화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평소 쓰던 딱딱한 사각 테 안경을 벗어던지고 부드러운 ‘문재인 스타일’ 안경으로 바꿨다. 다소 차갑고 날카롭게 보이는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노력의 하나다.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첫인상에 구애받지 말고 시간을 두고 지켜봐줬으면 고맙겠다”는 그는 ‘정치인 김선갑’에 대해 “약속과 신의를 천금처럼 여기고 한번 맺은 인연은 먼저 거두지 않는다”는 자평으로 정리했다. “시의회에 들어가보니 선거 공약을 잘 지켰다고 주는 상이 있었다. 약속은 지키는 게 마땅한데 포상제도가 있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는 그는 시의원 시절 이 상을 8년 연속 받았다.
나를 있게 한 이것 김대중 대통령, “그분의 정치철학 늘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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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청년 김선갑에게 동향의 대정치인 김대중은 일종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다. 본격적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한 곳도 당연히 김대중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었다. 1995년 당시 강수림 국회의원의 추천으로 구의회에 진출한 김선갑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 광진(을) 유세위원장을 맡아 강변역 등지에서 지원연설을 벌였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추진력,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던 그분의 정치철학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