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마음에 들 때까지 아부·봉사하는 게 내 목표”

초선이 민선 7기 서울 구정 이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

등록 : 2018-08-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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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상 거주한 ‘마포 전문가’ 자처

최연소 구의원, 시의원 당선

초등 졸업 뒤 오십 줄에 방송대 졸업한

의지의 사나이, 혁신과 소통 주창

‘마포1번가’ 통해 주민 의견·제안 접수

폐지보다 값나가는 고물 수거를

허용해달라는 어르신 편지 인상적

뜨는 지역 젠트리피케이션 해결 고민


가슴 따뜻한 구청장 소리 듣고 싶어

마포구는 구민들의 교육과 문화 향상에 큰 관심을 보여온 지역으로, 옛 청사 자리에 대형 도서관을 짓고 새로 지은 청사 맨 위층(12층)을 도서관으로 개방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러 방문한 지난 8일 오전에도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어려서 학업을 중단하고 주경야독한 유동균 구청장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등 ‘학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유동균(56) 신임 마포구청장은 10대 때부터 40년 넘게 마포에 살면서 사업과 정치를 해와 “마포라면 구석구석 모르는 게 없다”고 할 만큼 스스로 ‘마포 전문가’를 자부하는 사람이다. 1987년 ‘디제이 민주당’에 입당 원서를 쓰면서 정치에 들어와 1995년 지방선거에서 만 32살의 나이로 최연소 구의원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 정치에 복귀한 뒤 구의원(6대) 한 차례와 시의원(9대) 한 차례를 거쳐 8년 만에 마포 살림을 책임지는 구청장의 자리로 ‘직진’하는 데 성공했다. 정청래 전 의원의 사무국장을 8년간 한 덕분에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사람’으로 통한다. 7남매의 장남으로 중학교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던 ‘초년고생’을 겪으며 검정고시로 중·고등 과정을 마쳤고, “학력 ‘증명서’를 얻기 위해” 오십 줄에 방송대를 졸업한 의지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마포구정의 캐치프레이즈를 ‘소통과 혁신으로 더 크고 행복한 마포’로 정한 그는 살기 좋은 마포 건설에서 더 나아가 교육과 문화 등 정신 분야에서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모범이 되는 행정을 펼치고 싶다고 한다. 취임식에서 유 청장은 “든든한 기둥이 바위처럼 버티고 있으면 세상이 바른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사자성어 ‘지주반정’(砥柱反正)으로 구정에 임하는 자세를 요약했다.

초선 구청장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당선되고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직접 현장을 돌아본 소감은?

“한 달 남짓인데 마치 1년이 지난 것 같다.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16개 동을 순회했다. 이번 ‘주민 상견례’에서는 제기된 민원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것들이라 직접 답변했다.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바로바로 말씀드리니 시원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주민 의견을 제일 먼저 반영하겠다는 공약 실천의 뜻으로 주민과의 온·오프 소통 플랫폼인 ‘마포1번가’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마포1번가’는 주민센터 등에 설치한 편지통에 민원 내용을 써넣거나 온라인에 올리면 접수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벌써 의미 있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접수된 의견은 민간 자문단과 부서별 위원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치고 토론 결과 등을 주민에게 공지해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복지사업, 행정 혁신 등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공론화할 생각이다.”

인상 깊었던 민원은 어떤 것들이었나?

“폐지를 수거해 생활하는 어르신 한 분이 보낸 편지다. 폐지보다 좀더 값나가는 고물도 수거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정책에 이분들 사정이 반영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치와 행정의 혜택이 어떻게 주민들에게 골고루 미칠 수 있는지 깊은 고민하게 했다.” 

민선 6기까지의 구정을 총평하면?

“전임 박홍섭 청장과 오래 같이 활동하면서 구민이 물질적으로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이 풍부해질 수 있도록 교육과 문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철학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행정 철학이 반영되어 마포중앙도서관과 마포인재육성장학재단 건립, 마포문화비축기지 조성 등이 이뤄졌다. 그 덕분에 민선 6기 마포구는 ‘교육과 문화’에 있어 앞선 행정을 펼쳤다.”

유 구청장은 이런 행정의 연속성과 자기 철학을 반영하기 위해 “‘소통’ ‘참여’ ‘혁신’을 자신의 행정 키워드로 삼아 구민이 참여해서 만드는 정책, 골목과 마을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의 실현을 통해 다른 지자체의 모범이 되는 더 큰 마포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급히 개선해나가야 할 마포구정의 과제는?

“과거 마포 하면 난지도 쓰레기장, 망원동 물난리 등 낙후된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가장 역동적이고 발전하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대와 서교동, 연남동, 망원동 일대가 모두 ‘뜨는 거리’ 아닌가. 하지만 뜨는 만큼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 같은 문제도 적지 않다. 구청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상생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올 하반기에는 ‘지속가능한 상생·협력적 연구’ 용역을 실시해 심도 있게 실태를 조사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얻어 우리 구만의 해법을 찾을 생각이다. 또한 중장기적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종합계획을 세우고 주민협의체도 만들 생각이다.”

유 구청장의 정치 이력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부분은?

“마포에서 40년 이상을 살다보니 누구보다 마포를 잘 아는 ‘마포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마포구의회에서는 행정건설위원장으로, 서울시의회에서는 도시계획관리위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중요한 기구인데, 한 해 31조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시 집행부를 감시하면서, 예산의 흐름과 행정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마포가 발전할 것인가 늘 고민하고 연구했다.”

의회를 거쳐 행정 책임자까지 되었는데, 지방자치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중앙정부에 종속되어 있다. 무늬만 지방자치다. 가령,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대 2를 유지하는 ‘2할의 지방자치’가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없다. 마포구를 예로 들면, 올해 구 예산이 총 5662억원이다. 여기에서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 예산 4959억원 중 75.8%가 사회복지 예산과 인건비 등의 행정 운영 경비로 쓰인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청소, 보건, 교육 경비 등을 제외하면 구청장이 순수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이 100억이 채 안 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 실질적인 재정 분권이 이뤄지도록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어려운 선거를 통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정치적 포부나 꿈이 있다면.

“이제 겨우 초선인데 큰 포부를 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재선은 할 수 있을 만큼 주민들의 사랑과 아낌을 받고 싶다는 정도다. 행정가는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행정을 이끄는가가 대단히 중요한데, 저는 그것을 ‘주민에게 아부하는 것’이라고 새긴다. 다시 말해 주민의 마음에 들 때까지 봉사하고 또 봉사하는 것이다. 특히 힘없고 어려운 이웃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보듬어주어야 한다. 정치적 포부는 무엇보다 ‘가슴 따뜻한 구청장’이란 소리를 듣고 싶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마포구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도 덧붙여달라.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마포구의 민선 7기 구청장으로 일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마포구는 이제 새로운 변화,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 구민이 참여하는, 구민이 행복한, 구민이 주인 되는 더 큰 마포를 만들겠다. 이를 위해 ‘마포를 바꾸는 힘은 구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신념으로 구민 속에서 소통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 구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 밀착 행정부터 누구나 부러워할 혁신 행정까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열린 행정을 실천하겠다. 관심과 애정으로 참여해주시고, 언제나 함께 동행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저 또한 희망을 전하는 구민의 꿈 배달부가 되고, 구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바위가 될 것을 굳게 약속드린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유동균 구청장은?

소년가장·32살 마포구의원…‘초년고생·’ 출세 다 겪은 ‘정청래 맨’

△제2대(1995)·6대(2010) 마포구의원, 제9대(2014) 서울시의원 △평화민주당 입당(1987), 새천년민주당 창당 발기인(1997) △민주당 마포을 정청래 위원장 사무국장(2010)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2015~2018) △중·고교 학력 검정고시, 방송대, 연세대 행정대학원(재학) △1962년 전북 고창 출생, 어머니 강삼례, 부인 박용자(53·회사원), 자녀 1남1녀.

유동균 구청장은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화민주당 청년당원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그에게 입당 원서는 민주화운동 가입 원서와 같았다. “함께 모여 데모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뭔가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 당사 청소와 심부름, 일선 선거운동원 등 무슨 일이든 부지런히 수행했던 그는 “노(no)를 모르는 젊은 일꾼”이었다. 그런 좋은 모습이 ‘높은 분’들 눈에도 들어 1995년 구의원 출마 추천을 받았고, 달변에다 남다른 선거운동(재학 중인 명지대 대학원 마케팅학 교수의 도움으로 당시로서는 드문 선거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고 한다)까지 펼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최연소 당선의 주인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다음 선거에서는 당내 계파 투쟁에 희생돼 공천조차 못 받는 아픔을 겪었다. 한동안 “배신감”으로 정치를 멀리했던 그는 2006년 민주당 서울시당 마포을 사무국장으로 ‘마포 정치’에 복귀한 뒤 2010년 정청래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으로 6대 구의회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역정치를 시작했다. 박홍섭 전임청장의 은퇴로 공석이 된 이번 구청장 선거도 마포 지역 민주당 내의 복잡한 역학 구도 탓에 본선보다 당 후보 경쟁이 더 치열했다. “경선 과정에서 흑색선전이 난무해 비애도 많이 느꼈다”는 그는 정청래 전 의원과의 끈끈한 유대에 힘입어 결국 당 후보 자리를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유 구청장의 젊은 시절 이력은 ‘초년고생’의 전형이다. 전북 고창의 부유한 가정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선량하기만 했던” 부친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몰락하면서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14살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봉제공장 공원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무렵 가족들이 성산동으로 이주하면서 마포와 인연도 시작됐다. 그가 입대할 나이에 이르렀을 때, 그의 사정을 잘 아는 공무원이 가정 형편에 의한 입영 연기 제도를 알려주었고 결국 군 면제에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을 통해 그는 “"공무원 한 사람의 힘이 서민 한 가정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치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꿈을 가지게 되자 자연히 ‘학력’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 옥편을 가지고 다니며 한자 공부를 즐겨 했던 그는 검정고시로 중·고교 학력 인정을 받은 뒤 명지대 무역대학원 유통학과를 수료했다. 만학으로 방송대를 거쳐 지금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에 도전 중이다. 그는 행정학 공부를 마치고 나면 천체물리학을 공부해볼 생각이다. “늘 세상 만물의 운행 원리가 궁금했다”고 한다.


나를 있게 한 건

어머니, “절대 남의 돈 받지 마라”

어머니는 늘 “자식에게 해준 게 없다”며 겸손해하시지만, 유동균에게 어머니는 어렵던 시절을 버티게 해준 기둥이었다. 정치한답시고 동분서주할 때도 어머니는 한결같은 응원자였다. 마포구청장실 책상에는 구청장 자리에 앉아 계신 어머니 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 속 어머니가 구청장 자리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 매일같이 당부한다. “아침밥은 꼭 먹고 다녀라.” “절대 남한테 돈 받지 말아라.” “운전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거라.”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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