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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직·민간 위탁직의 노동 상황에 관심 가질 것”

초대 서울시 노동조사관에 임명된 이수원 노무사

등록 : 2018-05-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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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 특별시 정책의 하나

관련 조례 개정 뒤 2명 채용

“노동권 침해 예방 활동 주력”

현장 체험 하고파 지원해

이수원 서울시 노동조사관이 지난 4월30일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 사무실에서 <노동소법전>을 한 손에 든 채, 새로 생긴 노동조사관 업무를 힘차게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시 노동조사관’

지난 4월30일 서울시청에서 만난 이수원(40) 공인노무사가 건네주는 명함에 적힌 직함이다. 낯설다. 그런데 그것은 당연한 느낌이기도 하다. ‘노동조사관’은 지난 4월19일부터 서울시 임기제공무원이 된 이 노무사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용하는 직함이기 때문이다.

노동조사관의 연원은 2015년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천명한 ‘노동존중 특별시 서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울시는 이후 노동하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1단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이사제 등을 도입해나갔다. 이어 지난해 8월 2단계 노동정책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노동조사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후 6개월 동안 ‘서울시 근로자 권리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에 노동조사관을 채용할 근거를 만드는 조례 개정 등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마침내 이 노동조사관을 포함해 2명의 노동조사관을 지난 4월 중순 채용하게 된 것이다.


‘이수원 노동조사관’은 앞으로 서울시가 감독권을 가진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자치구·투자출연기관·민간위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시간·부당해고 등 모든 노동조건을 조사하고 부당·위법 사례를 적발하면 시정 권고하게 된다.

이 노동조사관은 4월 말까지 아직 ‘현장’에는 나가보지 못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본계획 세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사관은 현재 5월 중 기본계획이 완성되면 현장을 누빌 꿈에 부풀어 있다. 새 차가 막 도로에 나서기 전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의 규모로 볼 때 구체적인 현장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 33곳, 서울 자치구 25곳,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2곳, 시에서 업무를 맡긴 민간위탁 사업장 352곳이 노동 상황을 점검해야 할 ‘현장’이다. 하지만 초점은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이나 민간위탁 사업장 종사자가 될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들과 투자출연기관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노동권 보호를 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며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맺은 이들’인 공무직원들이나 일반 시민들로서 민간위탁 사업장에 고용된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업장의 경우 노동법 위반 사례가 많은가?

“그렇지는 않다. 서울시 노동조사관 제도의 주목적은 예방이다. △노동조사관이 노동권을 침해당한 노동자 권리구제 △각 기관의 서울시 주요 노동정책 이행 여부 점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은 직권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 각 기관이 노동 문제에 좀더 경각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고 노동존중 문화가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긴 자리인데, 어떤 동기로 지원했나.

“공인노무사로서 좀더 가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원했다. 2013년에 늦깎이로 공인노무사가 됐는데, 그 이전에 다양한 노동 현장을 경험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금융권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가 적성에 안 맞아 2년 만에 퇴사했다. 그 뒤 근로복지공단 인턴 일도 하고, 중앙 부처의 기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단시간 근로자, 즉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일할 때는 팔이 잘려서 온 외국인 노동자도 봤고, 중앙 부처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일 때는 동일노동을 했는데도 임금 차이가 큰 현실도 겪어봤다. 그런 노동 현장을 거치면서 공인노무사가 돼서 보람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 조사관은 공인노무사가 된 뒤 노무법인에서 2년간 일하다가 2015년 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장’에 다가가고 싶어서였다. 교육청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교육공무직 노조들과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는 일을 맡았다. 올해 서울시로 옮긴 것도 똑같은 이유다. 현장에 ‘조금 더’ 다가가 보람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노동조사관 제도가 앞으로 다른 지자체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는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도는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시행하는 생활임금제가 대표적이다. 생활임금제는 최저임금보다 시급 1천원 정도를 더 주는 제도인데, 처음엔 서울시에서만 했다가 2016년 이후 여러 자치단체에서도 이를 모델 삼아 하고 있다.

더욱이 노동조사관 제도는 지방분권 개헌을 염두에 둘 때 다른 지자체에서도 눈여겨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분권 개헌을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직 구체적 논의는 없지만, 정부에 몰려 있던 근로감독 권한 등이 지방정부로 넘어오는 형태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서울시의 노동조사관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 조사관이 시작하는 새로운 일이 서울시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노동존중 사회로 가기 위한 ‘마중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임금만을 목적으로 노동하지 않습니다. 노동의 보람과 가치를 존중받아야 사회가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이 조사관의 이런 목소리가 필요한 곳이 비단 서울시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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