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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임대주택 존재 모른 김씨
LH의 연 2% 이자에 6천만원 융자
상담사가 알려줘 입주 혜택
50명 상담사 주거취약자 찾아다녀
‘또 다른 송파 세모녀 돕는 사람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 강서권 마이홈 상담센터의 이경희 상담원(왼쪽 두번째)과 이덕화 상담원(왼쪽 세번째)이 지난 15일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센터에서 다른 직
원들과 함께 주거취약계층 상담자료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말 제가 집과 관련해 그런 큰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대리운전을 하는 김상범(가명)씨는 지난 5월 어느 날 저녁 서초구에 있는 ‘서울이동노동자 서초 쉼터’에 들렀다가 뜻밖의 행운을 얻었다. 서울시가 대리운전기사들의 쉼터로 만든 이곳에서 대한토지주택공사(LH) 마이홈 상담센터의 이경희 상담사를 만난 것이다. 서울 강서권주거복지센터의 마이홈 상담센터에서 주거취약계층에게 상담을 해주는 이 상담사는 이날 ‘찾아가는 마이홈 상담’ 일로 쉼터를 방문했다.
이 상담사는 김씨의 주거 형편과 장애가 있는 아들 얘기를 듣고 김씨가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임을 알려줬다. 엘에이치가 주거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전세임대주택은 최대 6000만원까지 연 2%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다. 사실 김씨는 그때까지 ‘전세임대주택’이라는 제도조차 모르고 있던 터였다. 따라서 자신이 주거취약계층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는 더욱이 알지 못했다. 이경희 상담사는 현재 전국 42곳 마이홈 상담센터에 근무하는 약 50명의 상담사 중 한명이다. 이들 마이홈 상담센터의 상담사들은 흔히 ‘또 다른 송파 세모녀를 돕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상담사가 일하는 마이홈 상담센터의 설립 근거가 된 주거기본법(2015년 5월29일 제정)이 바로 2014년 2월 일어난 ‘송파 세모녀 사건’의 영향 등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송파 세모녀 사건은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에 세들어 살던 모녀 일가족이 생계 불안과 주거 불안 등을 비관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다. 어쩌면 대리운전사 김씨도 우리 사회의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또 다른 송파 세 모녀’ 중 한명이었을지 모른다. 주거기본법은 ‘국민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제2조 ‘주거권’)고 규정하면서, ‘주거복지 수요에 따른 임대주택의 우선공급 및 주거비의 우선지원을 통해 저소득층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수준이 향상되도록’(제3조 ‘주거정책의 기본원칙’)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는 마이홈 상담센터가 2015년 10월 엘에이치 서울 강서권주거복지센터(센터장 배문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 42곳에 설치되었다. 이 상담사도 다른 상담사 둘과 함께 평소에는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주거취약계층 상담에 주력하지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마이홈’이라는 이름으로 방문 상담을 한다. 이 상담사와 동료 상담사들이 올해 찾아간 곳만 해도 이동노동자쉼터를 비롯해 영등포 쪽방상담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관, 강서뇌성마비복지관 등 다양하다. 강서구에서는 구와 협약을 맺고 염창동주민센터를 비롯해 주민센터 16곳을 방문해 상담했으며, 강서구 가양동 허준근린공원에서 지난 10월 열린 허준축제 등 축제 현장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상담센터를 찾아오시는 분들과 찾아가는 마이홈 상담을 통해 주거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주거취약계층이 아주 많다는 데 놀랍니다. 이 정도 주거비로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악한 곳에 살면서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거죠.” 이 상담사는 “폐업한 여인숙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고 한다. 이 상담사가 “이들은 겨울이 되면 전기도 안 들어오고 난방도 안 되는 폐업 여인숙 특성상 더 큰 고통을 받는다”고 하자 강서권 마이홈 상담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이덕화 상담사는 “그런 분들 가운데 자기가 주거기본법 등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거든다. 두 상담사는 이렇게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고, 센터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이들을 좀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끌어주는 길잡이 노릇을 한다. 실제로 지난 2년 사이 강서권주거복지센터 내 마이홈 상담센터를 찾은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 혜택을 받았다. 임시보호시설 거주기한이 만료된 노숙인을 비롯해,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도 계단이 있는 지하실에 살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 실직 후 대리운전으로 살아가며 밀려오는 월세 걱정이 태산인 60대 남성, 일하던 가게에서 몇년째 숙식을 해결하던 50대 남성 등은 이들 가운데 일부다. 이덕화 상담사는 정여진(58·가명)씨를 떠올리면 늘 ‘송파 세 모녀’가 생각났다고 한다. 정씨는 지난해 말 상담할 때 큰딸이 장애인이고, 작은딸도 경제활동이 힘든 상황인데도 자활근로를 해서 번 75만원 중 48만원을 월세로 내고 있었다 한다. 이 상담사는 정씨 세 모녀가 ‘전세임대 즉시지원제도’ 신청 자격이 있다고 알려줬고, 정씨 세 모녀는 지난 7월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마이홈 상담센터의 문턱이 좀더 낮아졌다. 문 정부가 실시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조처 덕이다. 이로써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상담사 셋 모두 내년 1월부터 정규직이 된다. 박은정 강서권주거복지센터 차장은 그 의미에 대해 “이번 상담사 정규직 전환으로 방문객들이 중간에 상담사가 바뀌어 자신의 ‘치부’를 두번 되풀이 설명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상담을 위해서지만 자신의 열악한 주거환경이나 가족 상황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경희 상담사도 “지금도 방문객 중에는 자신의 사정을 드러내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망설이다 마이홈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인다. 상담사들은 2018년에는 좀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낮아진 문턱을 넘어와 대리기사 김씨처럼 ‘뜻밖의 행운’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 상담사는 김씨의 주거 형편과 장애가 있는 아들 얘기를 듣고 김씨가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임을 알려줬다. 엘에이치가 주거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전세임대주택은 최대 6000만원까지 연 2%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다. 사실 김씨는 그때까지 ‘전세임대주택’이라는 제도조차 모르고 있던 터였다. 따라서 자신이 주거취약계층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는 더욱이 알지 못했다. 이경희 상담사는 현재 전국 42곳 마이홈 상담센터에 근무하는 약 50명의 상담사 중 한명이다. 이들 마이홈 상담센터의 상담사들은 흔히 ‘또 다른 송파 세모녀를 돕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상담사가 일하는 마이홈 상담센터의 설립 근거가 된 주거기본법(2015년 5월29일 제정)이 바로 2014년 2월 일어난 ‘송파 세모녀 사건’의 영향 등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송파 세모녀 사건은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에 세들어 살던 모녀 일가족이 생계 불안과 주거 불안 등을 비관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다. 어쩌면 대리운전사 김씨도 우리 사회의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또 다른 송파 세 모녀’ 중 한명이었을지 모른다. 주거기본법은 ‘국민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제2조 ‘주거권’)고 규정하면서, ‘주거복지 수요에 따른 임대주택의 우선공급 및 주거비의 우선지원을 통해 저소득층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수준이 향상되도록’(제3조 ‘주거정책의 기본원칙’)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는 마이홈 상담센터가 2015년 10월 엘에이치 서울 강서권주거복지센터(센터장 배문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 42곳에 설치되었다. 이 상담사도 다른 상담사 둘과 함께 평소에는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주거취약계층 상담에 주력하지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마이홈’이라는 이름으로 방문 상담을 한다. 이 상담사와 동료 상담사들이 올해 찾아간 곳만 해도 이동노동자쉼터를 비롯해 영등포 쪽방상담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관, 강서뇌성마비복지관 등 다양하다. 강서구에서는 구와 협약을 맺고 염창동주민센터를 비롯해 주민센터 16곳을 방문해 상담했으며, 강서구 가양동 허준근린공원에서 지난 10월 열린 허준축제 등 축제 현장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상담센터를 찾아오시는 분들과 찾아가는 마이홈 상담을 통해 주거 문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주거취약계층이 아주 많다는 데 놀랍니다. 이 정도 주거비로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악한 곳에 살면서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거죠.” 이 상담사는 “폐업한 여인숙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고 한다. 이 상담사가 “이들은 겨울이 되면 전기도 안 들어오고 난방도 안 되는 폐업 여인숙 특성상 더 큰 고통을 받는다”고 하자 강서권 마이홈 상담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이덕화 상담사는 “그런 분들 가운데 자기가 주거기본법 등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거든다. 두 상담사는 이렇게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고, 센터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이들을 좀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끌어주는 길잡이 노릇을 한다. 실제로 지난 2년 사이 강서권주거복지센터 내 마이홈 상담센터를 찾은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 혜택을 받았다. 임시보호시설 거주기한이 만료된 노숙인을 비롯해,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도 계단이 있는 지하실에 살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 실직 후 대리운전으로 살아가며 밀려오는 월세 걱정이 태산인 60대 남성, 일하던 가게에서 몇년째 숙식을 해결하던 50대 남성 등은 이들 가운데 일부다. 이덕화 상담사는 정여진(58·가명)씨를 떠올리면 늘 ‘송파 세 모녀’가 생각났다고 한다. 정씨는 지난해 말 상담할 때 큰딸이 장애인이고, 작은딸도 경제활동이 힘든 상황인데도 자활근로를 해서 번 75만원 중 48만원을 월세로 내고 있었다 한다. 이 상담사는 정씨 세 모녀가 ‘전세임대 즉시지원제도’ 신청 자격이 있다고 알려줬고, 정씨 세 모녀는 지난 7월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마이홈 상담센터의 문턱이 좀더 낮아졌다. 문 정부가 실시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조처 덕이다. 이로써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상담사 셋 모두 내년 1월부터 정규직이 된다. 박은정 강서권주거복지센터 차장은 그 의미에 대해 “이번 상담사 정규직 전환으로 방문객들이 중간에 상담사가 바뀌어 자신의 ‘치부’를 두번 되풀이 설명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상담을 위해서지만 자신의 열악한 주거환경이나 가족 상황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경희 상담사도 “지금도 방문객 중에는 자신의 사정을 드러내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망설이다 마이홈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인다. 상담사들은 2018년에는 좀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낮아진 문턱을 넘어와 대리기사 김씨처럼 ‘뜻밖의 행운’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