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하고 존중받는 사회

기고ㅣ김기동 광진구청장

등록 : 2017-10-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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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심각한 아동폭력에 대한 기사가 자주 나온다. 사람이, 그것도 친부모가 돼서 자기 자식을 신체·정신적으로 학대하고, 잘 걷지도 못하는 어린아이를 방치하거나 놓아두고 도망가 버리기도 한다. 믿고 맡긴 기관에선 체벌이라며 말 못하는 아이를 다치게 하고, 일부 식당에선 아이가 있으면 아예 출입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뉴스를 들으면 지자체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된다.

아이는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다. 모든 아이는 행복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아동 권리 증진과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 광진구는 아동친화도시를 꿈꾼다. 아동친화도시는 18살 미만 모든 아동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생존권·발달권·보호권·참여권 등 4대 기본권을 실천하는 지역사회를 말한다. 인증은 유엔 산하 아동구호기관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해준다. 광진구는 인구절벽으로 출산율이 낮아지는 시점에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존중받으며 살 만한 그런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지난 6월 말에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추진 지방정부협의회 주관으로, 아동친화도시에 대해 배우고자 스위스를 방문했다가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루체른 주(칸톤)에 있는 바우빌 학교는 놀이터, 운동장, 교실, 화장실 등을 지을 때부터 아이들이 주체로 참여한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워크숍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원하는 공간의 모습을 3차원(3D) 모델로 만들거나 발표한다. 이렇게 제시된 아이들의 의견은 아동친화 전문가의 논의를 거쳐 결과물에 세심히 반영된다. 바덴에 있는 숲 학교는 책상과 칠판도 없이 오로지 자연 속에서만 수업한다. 아이들은 나뭇가지에 가방을 걸고, 흙 위에 글을 쓴다. 숲이 교실이 되고 자연이 학교가 되는 숲 학교는 아이들의 생각을 크게 키워주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스위스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루 평균 아홉 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어떤가? 새로 학교를 지을 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묻는 곳은 거의 없다. 미취학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주로 생활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놀이터 중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 만든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광진구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에 ‘맘껏 놀이터’를 개장했다. 디자인부터 색깔, 구성 등 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에 어린이들의 의견을 듣고, 적극 반영했다. 전북 군산에 새로 생긴다는 ‘아동권리광장’이나 서울 종로구 ‘친환경 자연형 어린이 놀이터’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시설뿐 아니라 아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광진구에서 해마다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동화 세상을 펼치는 ‘서울동화축제’나 어린이를 포함한 교통약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교통특구’를 표방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14일 오후 광진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시민참여 열린토론회’에 아동·청소년, 부모 등 120여명이 참여했다. 광진구 제공

스위스에서 얼핏 어린이 키를 재는 인쇄물 같아 보이는, 상단에 구멍이 두 개 뚫려 있는 독특한 팸플릿을 봤다. 어린이 평균 눈높이인 1m20㎝에 맞춘 계측기라는데, 구멍에 눈을 댔더니 신기하게도 아이 시선으로 세상이 보였다. 이 계측기는 광진구에도 바로 적용해 아이의 시선으로 불평등이나 차별을 없애는 정책과 법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쓸 것이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는 멀리 있지 않다.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아동친화도시다.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에서 아동의 기본 권리인 네 가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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