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폐가구·폐목 재활용 ‘생활 목공’ 인기

금천구 마을공방 ‘여우랑’, 강서구 ‘희망나무목공소’ 등 구청마다 붐

등록 : 2017-09-07 14:38

크게 작게

‘여우랑’, 여성 회원 8명으로 구성

폐가구 고쳐 이웃에 나눠줘

강서구 ‘희망나무목공소’는

쓰러진 가로수로 공원시설물 제작

금천구 마을공방 ‘여우랑’ 회원들이 구청에서 수거해온 폐가구들을 지역에 기부하기 위해 수리하고 색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우랑’ 제공

버려진 가구와 쓰러진 나무는 소각장에서 태워지면서 대기를 오염시킨다. 이런 폐가구, 폐목들을 재활용해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거나 공공시설물로 활용하는 자치구가 늘고 있다.

금천구의 마을공동체 ‘꿈꾸는 마을공방, 여우랑’은 지난해부터 폐가구 리폼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정에서 버린 가구들을 새로운 친환경 가구로 변신시키는 사업이다. 지난해 금천구청 청소과의 쓰레기 재활용 주민 공모사업으로 시작해서, 올해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40~60대 여성 회원 8명으로 이루어진 ‘여우랑’은 3년 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모임이다. 퇴직 공무원들과 지역주민들이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뜻있는 일을 해보자며 만들었다. 성향희(44) 대표는 “폐가구를 예쁘게 고쳐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고, 환경오염도 줄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여우랑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독산3동 주민센터 2층의 공방에 모여 작업을 한다. 목공예를 배운 회원 한명이 다른 회원들에게 리폼 방식이나 도구 사용법 등을 알려준다. 기본 도안은 함께 의논해 정한다. 사포질해 먼지와 묵은 때를 벗겨내고 도안에 따라 꽃 그림을 그린다. 회원 전선희(63)씨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용하도록 친환경 페인트를 칠하고, 빈티지 색상을 쓴다”고 전했다.

지난 한해 식탁, 의자, 모니터 받침대 등 50여개 리폼 가구를 무료급식소, 아동센터, 저소득 가구 등에 보냈다. 올해는 100여개가 목표다. 주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무료 교육도 연다. 성 대표는 “‘버리기 전 다시 한 번’ 교육 프로그램에서 주민들이 집에서 쓰지 않는 작은 가구들을 가져와서 고쳐보는 체험을 한다”고 말했다. 여우랑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현재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강서구는 산에 쓰러진 나무나 수명을 다한 가로수들을 수거해 친환경 공원시설물 등으로 만들어 활용한다. 2010년 개화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희망나무 목공소’는 이들 나무가 다시 태어나는 곳이다. 작업반장 윤종식(57)씨는 “썩은 부분만 깎아내고 칠하면 쓸모 있는 목재로 바뀐다”며 폐목을 활용한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윤 반장과 여섯 사람은 구청에서 필요한 수납장 등 비품도 만들고 기존 시설물 보수도 한다. 목공소 앞 공터에는 2m 길이로 잘린 나무통이 수십개 쌓여 있다.

강서구청의 ‘희망나무목공소’는 쓰러진 나무들을 활용해 공원 벤치 등을 만들고 주민 목공 프로그램을 연다. 강서구 제공

희망나무목공소에서는 지난 한해 의자, 탁자, 통나무 화분 등 7종류의 가구 1500여개가 생산됐다. 돈을 주고 샀다면 2억5000만원어치에 해당한다고 한다. 희망나무목공소는 공공일자리 만들기에도 한몫한다. 김성경 공원녹지과 과장은 “버려지는 나무를 활용하고, 예산도 절감하며 일자리도 만드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는 7곳의 희망목공소가 있다. 강서, 도봉, 노원, 서대문, 양천, 강동, 서울대공원 등이다. 이곳들은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시는 2013년부터 자치구와 함께 희망목공소 운영 사업을 순차적으로 펼쳐왔다. 지역의 폐목을 재활용하고, 목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생활 목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시는 해마다 자치구 희망목공소의 인건비, 목공 장비, 안전 장구 등을 지원하는데, 올해 예산은 9억원가량이다. 김상국 서울시 산림관리팀장은 “시민의 참여로 더욱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