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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의 대변신 “일주일간 물을 퍼냈다”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 박상두 센터장

등록 : 2017-07-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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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두 센터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 안에 마련한 텃밭에서 주민들이 가꾼 각종 채소를 돌아보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서울 성산대교 남단 고가 밑에 ‘천혜의 요새’처럼 감춰놓은 듯한 중요한 시설이 하나 있다. 영등포구 주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이다. “님비현상을 극복한 쓰레기장의 대변신”으로 소문나 전국 지자체는 물론 멀리 외국에서도 견학을 오는 명소 아닌 명소로 거듭나 있다.

이곳은 쓰레기처리장이라고는 하지만, 환경미화원을 위한 식당, 세탁실, 북카페 등을 갖춘 휴게실과 주민 산책로, 넓은 텃밭, 각종 생활체육시설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까지 들어 있다. 주말이면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 생활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로 북적대기도 한다. 공무원부터 선입견을 없애자는 취지로 구청 간부회의가 열리고, 각종 직원 아카데미와 엠티도 열린다. 이쯤 되면 “냄새와 악취, 오염된 공기 등이 떠오르는 쓰레기처리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박상두(57·영등포구청 청소과 자원재활용팀)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장을 찾아갔다. 그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자원순환센터의 역사를 지켜봐온 터줏대감이다.

“모든 일은 조길형 구청장님의 의지에서 시작됐죠. 어릴 적부터 영등포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 ‘혐오시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인지, 취임하자마자 환경미화시설 개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원래 경기도 부천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취수장이었다고 한다. 2005년 용도 폐기된 채 방치돼 있다가 2009년부터 영등포구의 재활용·음식물쓰레기처리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악취와 먼지, 공포스런 폐기 시설물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조차 꺼렸어요. 과연 이런 곳이 친환경 주민시설로 바뀔 수 있을까 긴가민가했지요. ”

2010년 구청장에 당선된 조 구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쓰레기처리장 이름부터 ‘재활용쓰레기 적환장’에서 ‘자원순환센터’로 바꾸고 박 센터장을 비롯한 현장공무원들과 “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한 끝에 친환경 설비와 자원 회수, 환경미화원 복지, 주민공유시설 등 복합 기능을 할 수 있는 청소시설을 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당시 과장님, 송희남 직원 등 청소과 공무원들에게는 너무나 의미 있는 사업이었기에 가진 열정을 죄다 쏟아부었습니다.”

이들은 맨 먼저 환경미화원 복지시설부터 개선하기 시작했다. 휴게실 7실, 식당, 세탁실, 주방 등을 갖춘 후생관이 세워지자, 영등포구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이 더 이상 컨테이너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는 고역이 사라졌다. 개선 작업은 계속됐다. 2012년 600평의 텃밭을 가꾸었고, 2014년에는 재활용쓰레기 선별장과 적환대가 설치됐다. 탁구장 같은 주민생활체육시설과 재활용전시관, 각종 문화활동이 가능한 대강당 등도 차례로 완공됐다. 올해에는 전국 쓰레기처리시설로는 최초로 양면태양광 방음벽이 설치돼, 소음 차단과 함께 전력 일부를 자체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4월에는 한강변과 순환센터 사이에 소나무숲을 가꾸어 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쉼터도 생겼다. 이제 산책로와 인근 도로 사이의 방음벽 200여m만 더 설치하면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한 자원순환센터 조성 사업이 얼추 마무리될 것이라고 박 센터장은 설명한다.


이와 같이 몇년에 걸친 계획적인 변신의 뒤에는 ‘총사령관’인 조 구청장과 함께 ‘현장 지휘관’으로 박 센터장이 있었다. 박 센터장은 센터를 마련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미화원 휴게시설을 짓기 위해 깊이 20m의 취수장 펌프시설을 매립할 때를 꼽는다. “너무나 깊고, 오래 방치돼 모두 ‘건축 불가’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이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면 휴게실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일주일만 달라고 했죠.”

꼬박 일주일 동안 물을 퍼내자 비로소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판정이 났다. 그때부터 24톤 트럭 120대 분량의 흙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당시는 대형트럭이 이곳에 들어올 수 없어서 어귀부터는 작은 차로 흙을 옮겨 날라야 했기 때문에 매립을 끝내는 데 무려 5개월이나 걸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지은 휴게실 덕분에 많은 미화원들이 더 이상 덥고 추운 컨테이너에서 지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늘 뿌듯하다.

정년을 몇년 안 남긴 박 센터장은 32년째 영등포구에서만 근무하며 8년째 자원순환센터를 관리하고 있다. 일선 경험이 풍부한 기술직 공무원(6급)인 그는 청소과장이 7명 바뀌는 동안에도 계속 센터 관리를 맡을 정도로 열정과 능력을 인정받아 2016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는 현재 40명의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36명의 선별작업 용역, 차량 기사 4명, 청소과 직원 3명 등이 근무하면서 하루 음식물쓰레기 120톤 등 총 293톤의 쓰레기를 연간 9만톤가량 처리하고 있다. 연 5000여명의 주민이 텃밭을 일구고 있으며, 약 1만5000여명의 주민, 어린이, 장애아 등이 생활체육시설, 대강당, 견학시설 등을 찾았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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