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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광장동 도시양봉 체험학습장에서 김주혁 현장반장(오른쪽)이 벌통의 소비(벌집)를 꺼내 꿀벌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광진구 제공
지난해 벌통 5개로 90㎏ 꿀 수확
겨울나기 실패…2개로 줄어 위기
분봉 여왕벌 포획해 반전 성공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게 소중”
지난 6월30일 오전 광진구 광장동 ‘자투리 텃밭’ 뒷산으로 노란 방충복을 입은 어린이 10여명이 줄지어 올라갔다. 중곡4동 공동육아 ‘즐거운 어린이집' 등에서 도시양봉 체험학습을 온 것이다. 나지막한 산 중턱에 벌통 5개가 놓여 있었다. 원익진 한국양봉협회 서울지회장이 벌통을 열어 소비(벌집)를 하나씩 꺼내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꿀벌들이 날갯짓을 하며 내는 ‘앵앵’ 소리에 잔뜩 긴장하면서도 “와, 벌들이다!”라며 신기해했다. 원 지회장이 “찾았다”며 벌 한마리를 조심스럽게 잡아 작은 통 안에 넣어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올해 태어난 여왕벌이네요. 여왕벌은 벌통마다 한마리씩 있어요. 꿀벌은 꽃의 짝짓기를 도와줘요. 꽃도 여자꽃이 있고, 남자꽃이 있어요. 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모으기 위해 여자꽃과 남자꽃을 오가면서 열매를 맺게 하는 거예요.” 어린이집 교사가 “지금처럼 꽃이 없을 때 꿀벌은 어디서 꿀을 따요?” 하고 묻자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훈연기로 연기를 뿜고 있던 광진구 공원녹지과 도시농업팀 김주혁 현장반장이 “요즘은 꿀벌들이 진딧물이나 깍지벌레의 분비물을 모아요. 벌레들이 나무 수액을 먹고 소화하지 못한 당분을 그대로 배설하거든요. 그 꿀을 감로꿀이라고 해요” 하고 설명했다. 훈연기는 말린 쑥을 태워 연기를 뿜는 장치로, 긴장한 꿀벌들을 유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도시양봉하려는 분들이 이웃들이 꿀벌에게 쏘일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선입견일 뿐입니다. 야생 벌은 사납지만, 양봉하는 꿀벌은 수천년 동안 사람 손에 길들었기 때문에 온순해서, 건들지 않으면 사람을 쏘지 않아요. 꿀을 딸 때는 벌집을 털 때 충격을 받아 사나워질 수 있어서 방충복을 입지만, 평소에는 방충복 없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광진구가 도시양봉 체험학습장을 만든 것은 지난해 봄이다. 꿀벌의 생태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서울 토박이라 양봉은커녕 농사일도 처음인 김 반장은 노원구가 6개월 동안 실시한 ‘노원 도시양봉 교육'을 수강하고, 원 지회장의 지도를 받아 벌통 5개를 설치했다. 배운 대로 꿀벌에 치명적인 진드기나 가시응애 같은 벌레들을 방제하고, 부지런히 물을 공급한 덕에 지난해 90㎏의 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겨울이었다. “겨울나기를 잘못해 꿀벌의 세력이 약해져 올 초에는 2통만 남았어요. 정말 암담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많이 부족해서 벌 관리를 잘못한 탓인 것 같아요. 꿀을 딸 때 여왕벌을 죽였을 수 있고, 꽃이 없는 무밀기에는 따로 밥을 줘야 하는데, 때를 놓쳐 벌들을 굶겨 죽였을 수도 있어요. 아직 배우는 과정이라 정확한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도시양봉에서는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 무엇보다 겨울이 오기 전에 벌집을 적절히 줄였다 봄이 오면 다시 늘리는 게 중요하다. 벌집 수를 줄여 모여 있게 만들면 식량을 최소화할 수 있고, 벌들이 밀착해 보온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의기소침했던 김 반장이 다시 웃은 날은 지난 4월27일이었다. 벌통을 살피러 갔는데 근처 나무에 공처럼 뭉쳐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분봉’ 난 꿀벌들이었다. 새 여왕벌이 태어나기 전에 기존 여왕벌과 일부 일벌들이 빠져나가 뭉쳐 있는 것을 분봉이라고 한다. 김 반장은 빈 벌통을 여왕벌 옆에 대고 나뭇가지를 살살 털어 들어가도록 유도했다. 여왕벌이 들어가자 나머지 일벌들도 우르르 들어갔다. “처음 성공했는데 기분이 엄청 좋았어요. 바로 부서에 사진과 함께 ‘분봉 난 벌 포획하였습니다’라고 보고했죠. 지난해에는 잘 보이지 않고,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몰라서 분봉을 다 놓쳤거든요. 그런 식으로 지금 4통까지 다시 늘렸습니다.” 김 반장은 꿀벌 관찰을 끝낸 아이들을 위해 직접 딴 꿀과 토마토를 준비했다.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 수정한 덕에 토마토가 자랐으니 모두 꿀벌이 생산한 셈이다. 꿀을 맛보는 아이들에게 “무슨 맛이야”라고 묻자 “조청 맛”이라는 답이 돌아와 다들 웃었다. 어린이집 교사가 “간식으로 떡을 줄 때 조청을 함께 줘 조청에 익숙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 반장은 “아이들에게는 직접 보고 만지고 맛보며 경험하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꿀벌이 보기에는 보잘것없고 하찮아 보이지만, 식물의 70% 이상이 꿀벌 도움으로 꽃가루 수정을 하니까 꿀벌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1㎏의 꿀을 모으기 위해 2만번의 비행을 하는 성실한 존재를 도시의 어린이들이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값진 경험이라 생각해요. 벌의 소중함을 가르칠 수 있어 저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