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 시대, ‘회복력 사회’가 돌파구”

초점&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 지자체 활용 눈길

등록 : 2025-07-31 12:47 수정 : 2025-07-3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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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는 지난 18일 부구청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 부서장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을 교재로 삼아 정책 독서토론회를 개최했다. 중랑구 제공

사회 체제 전환 위한 새로운 사고 틀
정책 현장에 활용할 구체적 대안 제시
광진구 ‘광사넷’으로 활용 사례 주목
중랑구 간부들 회복력 사회 독서토론

기후위기, 지역 소멸, 전례 없는 재난과 불평등은 오늘날 지방정부가 마주한 복합위기다. 지금의 정책체계로 이 모든 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정책 총서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펴냄)이 지난 5월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여덟 명의 현장 연구자가 공동 집필해 기후위기와 양극화, 지역 소멸 등 구조적 불안정 속에서 ‘회복력’을 중심으로 한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2022년 같은 주제로 ‘회복력과 전환’을 펴냈지만 공무원 등 실무자들로부터 개념이 모호하고 정책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이번에 보완작업을 거쳤다.

책은 그동안 한국 사회가 겪어온 압축 성장의 이면에 감춰진 불평등 심화, 생태 위기, 높은 자살률 등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2023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7.3명으로 여전히 높았고 2024년에는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자들은 효율성과 최적화를 우선시해 온 기존 정책 시스템이 오히려 사회적 불안을 키워왔다고 비판하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복합 재난 사례를 통해 그 한계를 보여준다. 이들은 단순한 복구나 효율 중심 대응으로는 복합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근본적으로 더 나은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회복력 사고’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회복력 사고는 전체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시스템 사고’를 기반으로 하며, 다양성, 중복성, 포괄성, 모듈화, 사회적 자본, 거버넌스, 생태계 서비스 등의 원칙을 강조한다. 책은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회복력 개념을 사회 여러 현장에 적용하고, 정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담았다.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오현순 소장은 “이 책은 효율성과 생산성에 매몰된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공존과 공생,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며 “회복력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사회 체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사고 틀”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의 메시지는 이미 현장 정책 발굴에도 반영되고 있다. 광진구는 책에서 제시된 사회연대경제 개념을 기반으로 ‘광진구 사회적경제네트워크’(광사넷)를 운영 중이다. 광사넷은 주거복지, 먹거리, 돌봄, 교육, 환경 등 영역별 분과를 통해 조직 간 협동과 상호거래를 촉진하고, 연구소와 기금위원회를 통해 정책 기반과 조직 육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지역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조망하는 회복력 전략의 실제 구현 사례로 타 지자체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는다.

중랑구는 지난 18일 부구청장을 비롯한 간부 20여 명이 참여한 정책 독서토론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간부들이 직접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을 읽고 정책 적용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회복력 사고를 정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다. 구는 “정책 독서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경북 안동 국립경국대에서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를 제외하고 매년 열리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우수 정책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올해 대회는 이 책의 내용을 기초로 ‘회복력 도시, 인간다운 도시’를 핵심 기조로 삼았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자체가 위기 발생 시 충격을 분산·완화하고 공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기후·생태, 경제·사회 분야의 회복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실현하자는 취지다.

올해 경진대회에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159곳이 총 401건의 사례를 접수했으며, 1차 서류 심사를 거쳐 본대회에는 191건이 경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총 7개 분야에서 최우수와 우수 사례가 각각 43건씩 선정됐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수상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경제 및 지역산업 지원-중구(최우수·전통시장 상권발전소), 도봉구(우수·청년의 창업과 창작) △불평등 완화-영등포구(최우수·시각장애인의 내 생애 첫 봄꽃 나들이) △인구구조 변화 대응-마포구(최우수·마포형 생애주기별 출산·양육 통합모델), 관악구(최우수·모두가 연결되는 1인가구 포용도시) △안전 및 재난관리-종로구(우수·지하가구 119연계 종로 비상벨) △기후·환경·생태-동대문구(최우수·탄소중립 Net-Zero), 노원구(최우수·학교 온실가스 감축), 서초구(우수·주민과 함께 만드는 탄소중립 생태도시) △사회적 자본-중랑구(최우수·중랑동행사랑넷) △공동체 강화-성북구(우수·공론장을 통한 주민 참여의 일상화), 구로구(우수·구로형 공익이음생태계 구축)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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