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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0일 서대문구의회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04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 모습. 서대문구의회제공
농구단 등 6개 안 삭감 의결 두고
구청 “예결위 안 거쳐 절차적 하자”
의회 “예결위가 본회의 결정권 침해”
행안부 “본회의 통과하면 유효” 7865억원(기금 포함 8797억원) 규모의 2025년도 예산안을 두고 지난겨울 시작된 서대문구청과 구의회의 갈등이 해가 바뀌고 봄이 오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갈등은 지난해 12월20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예결위원회 합의안을 깨고 이종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정동의안을 상정하면서 시작됐다. 구의회는 민주당 8명, 국민의힘 5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본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을 걸어 잠그고 막아서자 본회의는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종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정동의안은 민주당 의원 8명만의 표결로 찬성 가결됐다. 구청이 제출한 예산안에서 홍제천 카페폭포 한류문화체험관 조성 사업비, 클래식 공연 예산, 여자농구단 운영비 등 5개 항목이 전액 삭감됐다. 민주당 단독으로 예산안이 통과되자 여당 출신 이성헌 구청장과 여당 의원, 개혁신당, 무소속 의원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거리 곳곳에는 ‘예산안 심사 절차 무시’ ‘재의요구 심의 거부’ ‘임시회 소집 요구 불응’ 등 예산 처리는 법령 위반이라는 내용으로 구청이 만든 펼침막이 나붙었다. 핵심은 예결위를 거치지 않은 의원 발의 수정안이 본회의 심사 대상인지, 즉 지방자치법 제120조에서 말하는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다. 먼저 구청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무소속 등 의원 7명은 “예결위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이삭 개혁신당 의원은 “‘서대문구의회 회의규칙’에서 안건에 대한 ‘수정동의’ 절차는 제15조(수정동의)와 제62조(예산안의 수정동의)로 구분돼 있고, 제62조는 본회의 예산 수정동의 대상을 ‘예결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예산안’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예결위에서 뜻하는 대로 의결하지 못하는 구조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예결위 위원은 모두 9명으로 이 중 민주당이 4명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도 “이번 본회의 예산안 승인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여러 차례 재의 요구 중이며 의회 개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판단은 다르다. 서호성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의규칙 제62조에서 규정된 ‘예결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예산안의 수정동의’란 (원예산을 수정해 결의한) 예산안에 대한 수정동의를 말하는 것이므로 본회의에서는 예결위와 본회의 심사과정에서 제출된 원안, 예결위안, 의원발의안 등을 자유롭게 심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또 “만약 회의규칙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예결위는 본회의를 돕기 위한 사전심의회의체로, 본말이 전도돼 예결위가 본회의의 최종 결정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인경 행정안전부 선거의회자치법규과 사무관은 “서대문구의회 회의규칙 제62조에서 ‘예결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예산안의 수정동의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의제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본회의에서 예산안 수정동의는 ‘예결위원회 심사안’을 기준으로 심의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라면서도 “회의규칙 위반 소지는 있지만 의원 발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쉽게 정리될 것 같지 않은 대목이다. 예산승인 절차에 대한 인식차는 소송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구청과 여당 의원들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재의 요구를 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적법한 의결’이라며 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가운데 구청의 준예산, 선결처분집행에 대해 위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대문 주민들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이성헌 후보를 구청장으로 선택한 반면, 구 의원은 민주당 8명으로 다수당을 만들어줬다. 주민들이 중의적인 표심을 보인 것이다. 이런 갈등이 지속되면 서대문구는 당분간 “법령 위반” “적법 통과”를 내세운 법적 공방과 여론전, 이에 따른 주민 분열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주민들과 애꿎은 구청과 의회 직원들이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화가 단절된 가운데서도 지난 4일 여야 의원은 임시회의를 열어 ‘홍제 1구역 정비사업 변경 의견 청취(안)’를 통과시켰다. 개점휴업 상태인 의회에 대해 해당 주민들이 반발하고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 이성헌 구청장도 “주민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며 “준예산 체제를 중단하고 모든 예산을 정상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서호성 원내대표는 서울&과의 통화에서 “예결위 합의안을 깬 부담을 안고 진행한 의총에서 애초 당론에서 후퇴해 농구단 관련 예산만 삭감하고 역세권 활성화 사업 용역 기금을 포함한 나머지 5개는 예결위 합의대로 둘 것인지 논의하던 중 구의회 사무국장이 김양희 의장(민주당)에게 전화를 걸어와 ‘구청장 지시로 의회 파견직원 9명이 지금 철수한다’고 하는 바람에 강경 분위기로 선회했고 그 결과 당론으로 6개 안 모두 삭감하는 수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유재원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에서 협치와 연대가 중요한 가치지만 현실에서는 제도나 관행, 문화, 운영상 미비점 등으로 인해 갈등이 상존한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다보니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부득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라고 했다. 서대문구에서 20년 이상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서대문구와 구의회가 주민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라면 갈등을 풀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며 갈등이 해소될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구청 “예결위 안 거쳐 절차적 하자”
의회 “예결위가 본회의 결정권 침해”
행안부 “본회의 통과하면 유효” 7865억원(기금 포함 8797억원) 규모의 2025년도 예산안을 두고 지난겨울 시작된 서대문구청과 구의회의 갈등이 해가 바뀌고 봄이 오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갈등은 지난해 12월20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예결위원회 합의안을 깨고 이종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정동의안을 상정하면서 시작됐다. 구의회는 민주당 8명, 국민의힘 5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본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을 걸어 잠그고 막아서자 본회의는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종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정동의안은 민주당 의원 8명만의 표결로 찬성 가결됐다. 구청이 제출한 예산안에서 홍제천 카페폭포 한류문화체험관 조성 사업비, 클래식 공연 예산, 여자농구단 운영비 등 5개 항목이 전액 삭감됐다. 민주당 단독으로 예산안이 통과되자 여당 출신 이성헌 구청장과 여당 의원, 개혁신당, 무소속 의원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거리 곳곳에는 ‘예산안 심사 절차 무시’ ‘재의요구 심의 거부’ ‘임시회 소집 요구 불응’ 등 예산 처리는 법령 위반이라는 내용으로 구청이 만든 펼침막이 나붙었다. 핵심은 예결위를 거치지 않은 의원 발의 수정안이 본회의 심사 대상인지, 즉 지방자치법 제120조에서 말하는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다. 먼저 구청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무소속 등 의원 7명은 “예결위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이삭 개혁신당 의원은 “‘서대문구의회 회의규칙’에서 안건에 대한 ‘수정동의’ 절차는 제15조(수정동의)와 제62조(예산안의 수정동의)로 구분돼 있고, 제62조는 본회의 예산 수정동의 대상을 ‘예결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예산안’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예결위에서 뜻하는 대로 의결하지 못하는 구조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예결위 위원은 모두 9명으로 이 중 민주당이 4명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도 “이번 본회의 예산안 승인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여러 차례 재의 요구 중이며 의회 개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판단은 다르다. 서호성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의규칙 제62조에서 규정된 ‘예결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예산안의 수정동의’란 (원예산을 수정해 결의한) 예산안에 대한 수정동의를 말하는 것이므로 본회의에서는 예결위와 본회의 심사과정에서 제출된 원안, 예결위안, 의원발의안 등을 자유롭게 심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또 “만약 회의규칙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예결위는 본회의를 돕기 위한 사전심의회의체로, 본말이 전도돼 예결위가 본회의의 최종 결정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인경 행정안전부 선거의회자치법규과 사무관은 “서대문구의회 회의규칙 제62조에서 ‘예결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예산안의 수정동의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의제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본회의에서 예산안 수정동의는 ‘예결위원회 심사안’을 기준으로 심의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라면서도 “회의규칙 위반 소지는 있지만 의원 발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쉽게 정리될 것 같지 않은 대목이다. 예산승인 절차에 대한 인식차는 소송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구청과 여당 의원들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재의 요구를 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적법한 의결’이라며 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가운데 구청의 준예산, 선결처분집행에 대해 위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대문 주민들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이성헌 후보를 구청장으로 선택한 반면, 구 의원은 민주당 8명으로 다수당을 만들어줬다. 주민들이 중의적인 표심을 보인 것이다. 이런 갈등이 지속되면 서대문구는 당분간 “법령 위반” “적법 통과”를 내세운 법적 공방과 여론전, 이에 따른 주민 분열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주민들과 애꿎은 구청과 의회 직원들이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화가 단절된 가운데서도 지난 4일 여야 의원은 임시회의를 열어 ‘홍제 1구역 정비사업 변경 의견 청취(안)’를 통과시켰다. 개점휴업 상태인 의회에 대해 해당 주민들이 반발하고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 이성헌 구청장도 “주민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며 “준예산 체제를 중단하고 모든 예산을 정상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서호성 원내대표는 서울&과의 통화에서 “예결위 합의안을 깬 부담을 안고 진행한 의총에서 애초 당론에서 후퇴해 농구단 관련 예산만 삭감하고 역세권 활성화 사업 용역 기금을 포함한 나머지 5개는 예결위 합의대로 둘 것인지 논의하던 중 구의회 사무국장이 김양희 의장(민주당)에게 전화를 걸어와 ‘구청장 지시로 의회 파견직원 9명이 지금 철수한다’고 하는 바람에 강경 분위기로 선회했고 그 결과 당론으로 6개 안 모두 삭감하는 수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유재원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에서 협치와 연대가 중요한 가치지만 현실에서는 제도나 관행, 문화, 운영상 미비점 등으로 인해 갈등이 상존한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다보니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부득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라고 했다. 서대문구에서 20년 이상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서대문구와 구의회가 주민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라면 갈등을 풀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며 갈등이 해소될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