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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2일 열린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 축제 방송제 ‘마이리틀라디오’에서 우마미틴 조현우(왼쪽), 장예진(오른쪽) 학생이 공개방송을 하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제공
“정당별 청년, 청소년 정책을 보면 ‘또 똑같다, 예전 정책을 갖다 썼다’고들 하잖아요. 이번 총선공약도 지난 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들을 재탕했을 뿐 새로운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네요. 새누리당은 행복주택 공급, 연합 기숙사 설립을,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 70만개 창출, 청년 안전망 확충을 내세웠어요. 국민의당은 그 두 개를 아울러서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일명 컴백홈법을 약속했죠. 청소년 정책은 더민주당이 입시와 관련해서 내세운 지역균등 확대 외엔 눈에 띄는 게 없네요.”
은평구를 기반으로 청소년이 만드는 인터넷 팟캐스트 우마미틴(우리마을미디어 틴)의 정출다문(문외한으로서 정치에 대해 아는 체한다는 뜻) 팀이 방송에서 정당들의 청년·청소년 총선공약을 비교했다. 피디(PD), 오퍼레이터, 게스트까지 모두 고등학생들이다.
청소년은 정치와 거리가 멀 거라는 통념과 달리 정출다문 출연자들은 일상에서 정치를 접한다. 최근에는 세월호, 국정교과서, 한일 위안부 협상 등을 지켜보며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상처는 분노로, 자각으로 변했다고 한다. 정출다문 게스트로 나온 전웅재(18)군은 “광화문 세월호 집회에 가서 세월호 유족들과 일주일가량 보내면서 제 또래 일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전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요. 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는지, 지난 민중총궐기 때 2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왜 나와야 했는지 말이죠.”
우마미틴을 처음 꾸리는 데 참여한 곽수현 교사는 영어교사 출신으로 20년을 학교, 학원 등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변화가 교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사회가 불확실해지면서 청소년들마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고 스펙 쌓기에 골몰하기 시작했어요. 부모들도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몰라 혼란스러워했죠. 억압적인 권위는 사라졌지만 청소년들은 여전히 삶의 주도권을 갖지 못해 급속도로 무기력해졌어요.”
그래서 뜻 맞는 사람들과 청소년들이 자율과 책임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마을미디어라는 멍석을 깔았다. 우마미틴은 기획, 대본 작성, 녹음, 편집까지 청소년들에게 모든 권한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고 어떤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 미리 정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연애, 애니메이션, 게임, 정치 등 어른들이 ‘탐탁지 않아할 만한’ 주제로 방송이 만들어졌다. 외톨이처럼 게임에 푹 빠진 아이들 모습을 떠올리는 어른들의 생각과 달리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친구 사귀기의 수단이다.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의지충만’의 최시우(13) 피디는 게임을 하면서 친구도 많아지고 공감대도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뜻밖에 진중한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청소년 고전과 만나다’에선 논어를 과거 우리 선비들이 읽었던 방식대로 성독하며 토론한다. 이 프로를 맡은 이준민(17) 피디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동양고전에 대한 청소년들의 편견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한다. 우마미틴의 아이들은 직접 방송을 만들면서 기획 의도에 따라 방송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다 보니 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나름의 평가도 한다. 정출다문 출연자인 장시우(17)군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미디어에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가장 흡수력이 뛰어난 세대가 청소년인데, 청소년을 둘러싼 미디어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우마미틴은 그간의 경험을 살려 올해는 마을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 당장 마을의 독거노인 어르신과 청소년이 같이 방송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한자녀 가족에게 형(오빠), 누나(언니)가 되는 여름방학 라디오 캠프와 마을신문도 준비하고 있다. 곽수현 교사는 은평이 베드타운이 되기 전 마을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마미틴에 대한 기대를 내비췄다. “은평이란 마을에서 많은 것을 받은 토박이로서 다음 세대가 마을을 지켰으면 해요. 청소년들이 청년이 되어도 마을에 남아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우마미틴이 진화해 갔으면 합니다.”
우마미틴의 방송 활동은 입시 스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방송을 통해 봉사활동 점수를 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소개서에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참여하는 아이들은 방송 활동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어른들은 ‘지금은 공부하고, 하고 싶은 건 나중에 대학 가서 하라’고 말하지만 지금 하고 싶은 것 못 하면 대학 가서도 못 해요. 저흰 하고 싶은 일 지금 하고 있어요”라고 정출다문의 남상백(17) 피디는 말한다. 양제열 용산FM 피디
우마미틴의 방송 활동은 입시 스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방송을 통해 봉사활동 점수를 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소개서에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참여하는 아이들은 방송 활동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어른들은 ‘지금은 공부하고, 하고 싶은 건 나중에 대학 가서 하라’고 말하지만 지금 하고 싶은 것 못 하면 대학 가서도 못 해요. 저흰 하고 싶은 일 지금 하고 있어요”라고 정출다문의 남상백(17) 피디는 말한다. 양제열 용산FM 피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