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우리의 미래다

기고 |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록 : 2017-03-30 14:20 수정 : 2017-03-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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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동 마을계획단은 지난해 5월 마장동주민센터 옆 동마장어린이공원에서 마을축제를 열고 ‘나눔과 돌봄으로 살기 좋은 마장동’을 만들기 위해 마을 비전을 선포했다. 성동구 제공
‘마을’ 이야기가 들려올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까?

마을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로 설명되어 있다. 마을 하면 도시 마을보다는 시골 마을이 연상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농경 시대가 대가족 위주의 마을공동체 중심이었다면, 현대 도시는 핵가족들과 다양한 개인이 모여 이웃이 된 마을인 것이다.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사촌, 온기와 삶의 지혜가 있는 공동체적인 마을이 분명 서울 안에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늘고, 생활 패턴이 개인주의 성향을 띠면서 그 마을들이 급격히 해체되고 삭막해져가면서 이웃 간에 단절이 심화됐다.

초고속 경제성장과 재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소통과 돌봄 영역은 도외시되면서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중앙정부에서는 복지제도를 통해 취약한 시민들을 구제하겠다고 많은 정책들을 내놓는다. 그러나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돈만으로 될 일이 아니고,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해야 되는 일이다.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쉽지 않은 차원의 문제들이다. 성장의 한계, 불확실성의 시대, 저출산 고령화 사회, 위험사회 이런 용어들이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돌파해낼 주체가 필요한 때다. 해결이 힘들어 보이지만 시대적 전환을 해낼 사람, 주체의 역량이 필요하다.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연구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쓴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에 따르면 행복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좋은 관계”라고 한다.

더불어 살아가려는 태도, 서로를 돕고 살리려는 의지, 상부상조하는 습관을 가진 이들이 모여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해법이 아닐까 한다. 즉 문화나 경제, 여가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웃 간에 나눔과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성동구 금호동의 ‘보물단지’는 2011년 마을공동체로 설립한 재활용품 상설매장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물품과 재능을 기부해 가게를 완성했고, 주민 15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모임은 당번을 정해 가게 일을 돕는다. 판매 수익금과 35명의 장학회원이 모은 후원금은 ‘보물단지 장학회’에서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쓴다.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장학금을 기부하며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마장동에는 온마을체험학습 프로그램 ‘마을과 함께 놀자’가 있다. 공동체 영화 관람, 벼룩시장 개최, 마을축제 기획과 운영 등 마을 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체험 및 재능나눔 활동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뿐만 아니라, 청소년, 어르신, 지역 상인, 기관 실무자 등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로 인해 다양한 관계들이 맺어지고 소소한 일거리들에서 기쁨이 생기는 마을이 살아나고 있다. 만남과 상호 돌봄이 가능한 마을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상호 존중과 돌봄의 관계망으로 소외된 이웃까지 끌어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복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골목길에서 이웃과 만나 인사하는 즐거움, 그 속에 절로 사회적 안전망이 가동하고 지역문화가 살아날 것이다. 꾸준한 상호 돌봄의 관계망을 엮어내는 활동은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만들면서 동시에 지역경제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일 것이다. 자발적인 소통과 나눔이 일어나는 만남과 공유의 공간, 곧 마을이 우리의 미래인 것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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