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의 베를린살이

프랑크와 비너 소시지의 차이

등록 : 2017-02-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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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동네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랑크와 비너 소시지. 이재인 제공
“겉모양이 같다고 해서 섣불리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독일의 유명한 음식 월간지 <팔스타프> 속 한 구절이다.

독일 하면 대뜸 맥주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소시지를 빼놓고 맥주의 명성만을 논할 수는 없다. 1500종 이상의 소시지를 보유한 독일은 소시지의 파라다이스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프랑크푸르터’와 ‘비너’는 가장 대표적인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프랑크’와 ‘비엔나’(비너)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생김새도 맛도 비슷한 두 종류의 소시지가 왜 다른 이름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독일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소시지나 치즈 등의 이름과 명패에 적힌 지명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이유는, 첫째로 종류가 너무 많아서 모양만 보고는 사려는 것을 골라내기가 힘들고, 둘째로는 지방마다 고유의 풍미가 있어서 지명만 보아도 맛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와 나라 간의 차이는 더욱더 확연하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폴란드, 어떤 나라 이름이 눈에 띄느냐에 따라 군침이 다 다르게 돌 정도다.

이런 맛의 차이는 그 나라의 지형이나 기후 등과 관계가 깊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맛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805년, 일찍부터 소시지로 명성이 자자했던 프랑크푸르트에서 육가공 기술을 연마한 요한 게오르그 라너는 빈(비엔나)으로 건너가 가게를 열었는데, 직접 만든 소시지에 ‘오리지널 빈 프랑크푸르터 소시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이름이 참 재미있다. 자신의 고향 프랑크푸르트를 부각시키면서도 빈에서는 자기가 일인자임을 강조하고자 했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라너의 소시지 속에는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엄격한 전통을 지켜오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용납되지 않던 일이었다.


하지만 라너의 시도는 의외로 성공했다. 그의 소시지는 점점 유명해져 189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자 너도나도 소시지에 이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겉모양으로는 내용물을 분간하기 힘든 특성을 이용해 심지어는 말고기를 넣은 소시지까지 같은 이름을 달게 되자 프랑크푸르트에서는 1929년 ‘프랑크푸르터’라는 이름을 보호하기에 이르렀다. 이 소시지가 우리도 잘 아는 ‘프랑크소시지’다.

오늘날 ‘프랑크푸르터’라는 이름은 특별한 기준에 따라 생산된 소시지에만 붙일 수 있고, 그 밖의 가느다란 종류는 ‘비너’(비엔나 소시지)라 한다. ‘프랑크푸르터’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로 만들어야 하며 양의 창자를 쓴다. 양념이나 훈연 기술도 지정된 방법만 허용된다고 한다. 우리 같은 소비자에게 프랑크푸르터와 비너를 분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프랑크푸르터는 항상 두 개씩 묶여 있다. 이에 더해 아래와 같은 충고 또한 명심할 필요가 있다.

“두 개씩 묶여 있다고 해서 길이도 같을 것이란 생각은 위험하다.”

글 이재인 재독 프리랜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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