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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곁들여 흥미 끌고 재미 더해 아이들 만족도 높아”
탐험놀이 온·오프라인 콘텐츠 입혀
학교 인근 100곳에 정보무늬 부착
지도 보며 동네 걷고 미션 수행도
학교·청소년기관과 연계 운영 계획
강남구 대치동 한티근린공원에 지난 8월 아동 신체활동을 돕는 디자인 시설 ‘예스! 키즈존!’이 들어섰다. 지난해 서울시의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사업지 공모에서 강남구가 선정되어 조성됐다. 학교 인근의 안전한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일상 속 활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꾸몄다. 7종의 놀이기구와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입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범 운영이 이뤄진 11월7일 오전 도곡초 4학년 1반 아이들이 ‘예스! 키즈존!’을 찾아 기구를 이용해 놀고 있다.
지난 11월7일 강남구 대치동 한티근린공원 안 ‘예스! 키즈존!’. 도곡초 4학년 1반 아이들 28명이 연두색, 주황색 형광 안전조끼를 입고 신나게 뛰어다녔다. 탄성 소재 바닥에는 초록, 파랑, 노랑 바탕에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졌다. 그 위로 7가지 놀이기구가 설치돼 있다. 처음 보는 놀이기구들이 신기한 듯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이것저것 만져보고 점프도 하고 올라타보기도 한다.
한 아이가 “우리 술래잡기하자”라고 말하자 대여섯 명의 아이가 모여 술래잡기 놀이를 했다. 5분도 채 안 돼 아이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볼이 빨개지거나 숨을 헐떡거리는 아이도 있다. 올해 들어 첫 한파주의보에 패딩과 털조끼까지 두툼한 옷을 입었던 아이들이 하나둘 겉옷을 벗었다. ‘예스! 키즈존!’은 학교와 학원 가기 바쁜 아이들이 일상에서 틈틈이 신체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공공디자인 놀이시설이다. 강남구가 서울시와 함께 지난 8월 어린이·청소년의 균형 잡힌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을 적용해 조성했다.
구는 지난해 4월 서울시의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디지털 헬스케어 디자인 ‘플레이 온!’’ 사업지 공모에서 선정됐다. 어린이·청소년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 비만 문제로 우울감, 무기력감을 겪는 비율이 늘어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사업이다.
구는 지난해 4월 서울시의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디지털 헬스케어 디자인 ‘플레이 온!’’ 사업지 공모에서 선정됐다. 어린이·청소년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 비만 문제로 우울감, 무기력감을 겪는 비율이 늘어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사업이다.
바닷소리 나팔.
선정된 공간은 원래 공원의 한 모퉁이에 있는 319㎡ 규모의 유휴지였다. 폭은 좁고 세로로 긴 부지로 옆 건물과 바로 붙어 마땅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구는 2021년 보상 사업을 추진해 공유지로 전환하고 활용 방안을 찾던 가운데, 서울시 공모사업을 보고 지원했다. 김소연 강남구 공공디자인팀 주무관은 “인근 대치초, 대곡초 등 초교 네 곳의 통학로이고 학원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라며 “아이들이 잠깐 들러 10분 정도라도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격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구와 시는 각각의 예산으로 역할을 나눠 지난 7월까지 조성 작업을 추진했다. 서울시는 2억5천만원의 예산으로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설계해 설치하며, 앱을 개발해 시범 운영을 했다. 강남구는 7천만원을 들여 바닥 평탄화와 나무 제거 등의 대지 정비 작업을 한 뒤 시설물과 앱의 유지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안전검사와 안전교육, 보험가입 등으로 조성을 마무리했다.
예스 키즈존에는 아이들의 신체활동이 지속해서 이뤄지게 온·오프라인 콘텐츠도 입혀졌다. 스마트폰 없이 체험할 수 있는 오리엔티어링(여러 지점을 지나며 목적지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찾아가는 활동) 북과 스마트폰 활용 ‘옐로우 에픽’ 앱 콘텐츠, 두 가지로 나눠 내년에 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올록볼록 오르기.
오리엔티어링 북은 학교와 동 주민센터 등에서 받을 수 있다. 옐로우 에픽은 예스 키즈존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로 5개(숲·해양·사막·달·과학) 나라에 흩어진 ‘옐로우 에너지’를 채워 보물을 찾는 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주인공이 정글의 나무 덩굴을 이용해 이동하는 미션을 실제 놀이기구의 밧줄을 이용해 아이들이 스토리에 따라 상황을 상상하며 재밌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놀이시설 바닥엔 숲, 해양, 사막 나라 느낌을 주는 색상과 문양이 그려졌다. 기구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세움 간판에 공간에 대한 설명과 탐험 스토리, 기구 이용 방법, 정보무늬가 붙어 있다. 주의 사항도 안내한다. 정보무늬를 이용하면 기구 놀이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 서비스는 내년에 정식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강남구는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을 촬영한 홍보 영상을 12월 말까지 만들어 구청 누리집에 올리고, 내년엔 정보무늬로도 볼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예스 키즈존에는 바닷소리 나팔, 올록볼록 오르기, 우주 중력 점프대 등 모양도 이름도 색다른 노란색 놀이기구들이 간격을 두고 일렬로 이어져 있다. 요철 모양 철봉을 잡고 위로 올라가면 미끄러지지 않게 힘을 주면서 근력을 키운다. 점프대에선 풍향계 모양의 물체를 터치해 높이를 서로 비교하는 팀별 놀이로 순발력을 기른다. 이 밖에 균형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원통 평균대, 외줄 매달리기 등도 있다.
놀이시설까지 오는 길에도 신체활동이 이뤄질 수 있게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정보무늬가 100곳에 부착되어 아이들은 오리엔티어링을 하며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도 5개 나라를 탐험하는 스토리를 따라 신체활동 미션을 수행하면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오리엔티어링 맵을 보여주고 있다.
놀이시설 첫 시범 운영이 이뤄진 11월7일, 도곡초 아이들은 학교에서 출발해 10여분 걸어 한티근린공원으로 왔다. 7명씩 한 조, 모두 4개 조가 두 개 코스로 나눠 움직였다. 담임 선생님과 프로그램 운영자 2명이 아이들의 안전한 활동을 도왔다. 담임 최준영 교사는 “체험학습 대부분이 실내에서나 차를 타고 외부로 나가 이뤄졌는데, 오늘처럼 학교 인근에서 신체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이 지도를 보고 걸으며 동네와 가까워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4조 아이들은 오리엔티어링 맵 6개 지점에 있는 펀칭기를 이용해 위치 기록을 남겼다. 사막나라 탐험으로 식량과 낙타를 구하는 임무를 맡아, 무릎 들기와 몸통 돌리기 활동도 했다. 차가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신나했다. 펀칭기로 찍은 튤립, 하트, 나무 등의 무늬를 서로 보여주며 깔깔 웃기도 하고 친구들과 조잘조잘 얘기도 하며 담임교사에게 질문도 했다. 공원 입구에서 3조 친구들을 만나서는 환호하며 한껏 높은 목소리로 ‘3조다!’라고 외쳤다. 최 교사는 “(지점을 찾아 미션을 수행하는 등) 게임도 곁들여 흥미를 끌고 재미도 더해 아이들이 만족도가 높다”며 “다른 학급이나 학년으로 프로그램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곡초 4학년 1반 아이들 중 4조 학생들이 11월7일 오전 ‘예스! 키즈존!’까지 가는 길에 오리엔티어링을 하고 있다. 사막나라 탐험 스토리를 따라 식량과 낙타를 구하기 위한 동작으로 몸통 돌리기를 했다. 차가운 날씨에도 아이들이 신나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보기 좋은지 지나가는 주민들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쳐다보기도 했다. 한 60대 주민은 “놀이기구 설치 뒤 이용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기 어려웠는데, 오늘 이렇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니 잘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스 키즈존의 사회적 가치는 국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예스 키즈존으로 지난 9월 국외 디자인상(디자인 밸류 어워드(DVA) 2023)을 받았다. 국내 공공기관 가운데 첫 수상이다. 디자인 경영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불리는 DVA는 사회적 영향을 종합 평가해 우수한 디자인을 해마다 선정해 상을 준다. 예스 키즈존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균형 잡힌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을 적용한 놀이시설로 공익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강남구는 세 차례에 걸친 오리엔티어링 코스 시범 운영과 검토 과정을 바탕으로 내년도 운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인근 학교 학생들이 틈틈이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와 협력해 프로그램을 알리고 운영해나가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다른 동에 있는 학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해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신체활동 코스를 연계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는 통학로 위주의 코스로 운영했는데, 내년에는 양재천 코스, 다른 사업 장소와 연계한 코스 등으로 넓혀가려 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공원 안 유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어린이·청소년이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며 “앞으로 주변 초등학교, 청소년 기관과 연계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