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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발표한 약자동행지수는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교육·문화, 안전, 사회통합 등 6개 영역 50개
세부지표로 구성됐으며, 매년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수렴해 신규 지표 추가, 기존 지표 보완 등 지수의 신뢰성
과 적확성을 높일 예정이다. 서울시 제공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약자복지’가 등장했다.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 능동적 복지, 포용복지 등 역대 정권이 내걸었던 복지 구호와 달리 보편적 복지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반면, 정책 초점과 대상이 분명하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다. 복지 대상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명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모두 약자가 된 것처럼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다. 신복지 사각지대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몰락한 중산층이 손을 뻗을 곳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의 대상으로서 선명한 듯했던 ‘약자’의 범위와 실체가 확대되면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시점에서 서울시에서 ‘약자동행지수’를 제시하면서 약자복지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회변화를 반영한 ‘약자’의 개념도 두 가지로 내놓았다. 첫째, 약자복지가 복지 사각지대 논쟁과 함께 등장한 배경을 반영해,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이면서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약자가 있다. 둘째,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 가족관계 붕괴, 지나친 부채 등으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몰락 중산층으로서 약자가 있다.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받을 생각도 못하고 도움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못한 채 목숨을 거둔 많은 약자가 이 범주에 속한다. 우리 모두 약자가 될 수 있는 절박한 현실을 반영한 개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약자동행지수는 약자복지의 실천 여부를 가늠하는 좋은 잣대가 된다. 따라서 서울시가 실제로 약자복지를 지속 가능하게 정책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생계·돌봄지원, 주거지원, 의료·건강지원, 교육·문화지원, 안전 보장, 사회통합 등 6개 영역에서 50개 세부지표를 구성해 약자복지 실천을 시민이 알아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세부지표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약자복지를 정치적 선언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정책화하려는 의지를 지표가 보여준다. 지표 자체가 약자복지 실천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약자복지를 발표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서도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볼 수 있다.
실천 의지도 강력하고 정책적 효과 측정 기준도 확실하면 약자복지 관련 예산의 증가도 따르게 된다. 많은 복지 사업이 선언적 차원에서 발표는 되지만 용두사미 격으로 실제 실천 규모와 결과가 초라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자동행지수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마당에 서울시 입장에서 약자복지 실천을 위한 예산 투자에 망설일 이유는 없다. 약자복지 관련 예산 확보 기준과 목표를 명확하게 해주는 기능도 약자동행지수가 하는 것이다.
약자동행지수에 기반한 약자복지 실천이 갖는 의미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비판적 동행도 중요하다. 서울시가 약자와 동행하겠다면 시민 역시 그러한 서울시와 동행할 필요가 있다. 약자복지 확대를 위한 비판적 문제 제기와 제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표값 달성만을 위한 전시행정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위기가구 지원율이나 자살 고위험군 관리율을 높이기 위해 모집단으로서 위기가구와 자살 위험군 규모 자체를 낮게 측정할 수 있다. 노숙인 규모를 줄이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노숙인이 생겨날 수도 있다. 둘째, 지표가 설정한 목표 자체가 적정한 것인지 검토도 지속해야 한다. 영유아 대상 틈새돌봄, 노인 대상 재가돌봄, 마약 중독자 대상 치료재활지원 등 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 대비 약자복지제도의 수준이 적절한지 고찰이 필요하다. 제대로 정리된 복지서비스 목록에 비해 서비스와 급여 수준이 낮아서는 안 된다.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서 영역별 지수와 종합지수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시민의 비판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빈말이 난무하는 시대지만, 지표까지 공개하면서 한 시장의 약속을 근거 없이 의심할 필요는 없다.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시, 서울시와 동행하는 시민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정재훈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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