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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업사이클링 램프
나는 막연히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정치를 전공했다. 여전히 정치가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꾸는 아주 힘센 도구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큰 힘이기에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작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활동가로서의 나는 더 많은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내가 알게 된 진실을 알리고 싶은 의지가 넘쳤지만 늘 외로웠다. 내 말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사회의 어두운 면 등 사회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쓰레기라고 부르는, 모두가 공통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야에서는 더 심해진다. ‘모르면 맘 편한데 괜히 환경에 관심을 가졌다가 편안한 내 일상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며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
‘터치포굿’은 이렇게 무관심 속에 지속해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터치’하여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가가 된 지금, 여전히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알리는 것이 내 일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기꺼이 행복하게 참여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전략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교실숲 조성
사회적기업가는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해 소각을 방지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기꺼이 돈을 주고 살 만큼 품질이 우수하고 상품성을 가진 제품을 기획해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쓰레기로 만든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모든 신경을 기울인다.
가장 자랑스러운 프로젝트는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업사이클 램프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행사가 끝나고 철거된 성화대 연결 다리를 활용해 성화대를 상징하는 램프를 디자인했다. 고급 나무로 만든 것도 아니었지만 어떤 기념품보다 더욱더 올림픽을 기념하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김연아 선수가 성화대 점화를 위해 밟았던 나무라니 이처럼 특별한 쓰레기가 있을까?
우리의 가장 큰 위기는 2013년, 회사가 재정적으로 풍족한 시기였다. 기존에는 버릴 때 죄책감이라도 있었는데 ‘터치포굿에 주면 되지 뭐, 더 맘껏 만들자’는 기관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없어지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할 정도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우리의 가장 큰 위기는 2013년, 회사가 재정적으로 풍족한 시기였다. 기존에는 버릴 때 죄책감이라도 있었는데 ‘터치포굿에 주면 되지 뭐, 더 맘껏 만들자’는 기관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없어지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할 정도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립스틱 크레용
긴 고민 끝에 터치포굿의 가장 큰 특징인 리싱크(Re-Sync) 사업이 시작된다. 리싱크는 쓰레기의 주인이 반드시 업사이클 제품을 가져갈 수 있게 해서 버리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을 싱크가(같게) 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속해서 폐기물 발생에 관여하는 기관·기업들이 정말 다양한, 버려지는 자원을 가지고 찾아온다.
코로나19로 판매되지 않은 립스틱으로 오일 크레용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대한항공과 협력해 항공 담요와 유니폼을 활용해서 취약계층을 위한 핫팩을 제작했다. 현대백화점과는 수년간 고객들과 함께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수거해서 조립식 화분으로 만들어 교실 숲을 조성하는 교육을 한다.
코로나19로 누구나 어려운 시기 터치포굿은 사회적기업의 전문 육성기관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새로 길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더 빨리 미션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선배 사회적기업가로서 시행착오의 역사를 전달한다. “고민에 대해 ‘척하면 척’ 알아주고 현실적인 대처법을 같이 찾아주는 것이 너무 든든했다”는 평가가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는 전문 기관으로서 환경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들을 돕기 위한 기회와 자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미현ㅣ터치포굿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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