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보건소 설립, 이제 논의해야 할 때

이기재ㅣ양천구청장

등록 : 2023-05-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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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산 반려견쉼터를 찾아 주민과 소통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 양천구 제공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인이 25.4%로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인의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다. 2021년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는 반려가구의 88.9%가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고 답했으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일반가구의 64.3%도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긴다고 답했다.

국내외 발표된 논문을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행복에 대한 경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며 반려동물을 통해 우울감과 외로움이 감소했고 노인성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춰준다는 결과도 있다. 반면 이런 긍정적 효과에도 의료비 문제로 반려동물이 의료 방임에 놓이는 사례가 많은 실정이라고 한다.

구청장으로 당선된 직후 구민들의 제안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은 구립으로 반려동물보건소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으나 비싼 병원비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동물유기의 일부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천구는 반려가정과 일반주민들을 위해 반려동물 지원사업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뛰어놀고 운동할 수 있는 반려견 쉼터를 현재 3곳에서 2025년까지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동네 동물병원 사업’은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진료비를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하며, 구 특화사업으로 수급대상을 65살 이상 기초연금수급자까지 확대 지원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했다. 아울러 광견병 예방접종, 내장형 동물등록비 지원, 양천 반려동물 문화교실, 유기동물 입양 구민 입양비와 인식표 지원 등 총 6개 사업에 연 1억5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반려동물 등록에서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질적인 서비스가 강화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기존 반려동물 지원사업들과 연계해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반려동물보건소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반려동물보건소에 대한 논의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전라남도 담양군에는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가 있으며, 2021년에는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공공동물병원 도입에 관한 정책토론회도 열렸다.

토론회에서 나온 반려동물보건소의 주요한 장점은 저소득 취약계층의 반려동물에게 공공진료를 제공함으로 얻는 경제적 부담 완화다. 동물은 사람과 달리 질병에 대해 의사 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상이나 질병이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질병 등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나 병원을 방문하게 돼 회복이 더디고 진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려동물보건소에서 1차적으로 간단한 치료, 예방접종 등 진단을 통해 질병 발생을 억제하고 만약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한다면 2차적으로 일반 동물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불필요한 진료비까지 절감할 수 있다.


양천구청에서 반려동물보건소 건립 움직임이 있자 동물병원에서 반대 의견이 전달돼 왔다. 반려동물보건소는 동물병원의 영업이익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함에 따라 관련 시장 규모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구민에게 제공하는 보건소 의료서비스가 있다고 동네병원의 경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반려동물보건소 건립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과 사회적 효능성, 예산 확보, 기존 동물병원과의 업무 구분 등 다각도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하는 게 선결 과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구민과 동물병원 관계자들의 동의가 없으면 시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1500만에 이르는 반려인 시대를 맞이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단계적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기재ㅣ양천구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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