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의 힘으로’ 청소년 한부모와 함께하다

연중 기고 l ‘사회적 경제를 다시 본다’ ⑤
양차민ㅣ마리에뜨 대표

등록 : 2023-05-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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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에뜨는 2022년 11월9~11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 참가해 친환경 제품 향기샤워기를 선보였다. 마리에뜨 제공

마리에뜨㈜는 여성 사회적기업이다. 향기 제품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청소년 미혼모와 아기의 꿈을 지킬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한다. 사회적기업 운영을 통해 행복한 소셜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6년에 설립된 마리에뜨는 2015년 사회적경제 혁신모델 창업오디션, 2016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며 야생에 나올 준비과정을 거쳤다. 마리에뜨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의 우수창업팀으로 선정됐다. 2018년에는 기타형(창의·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마리에뜨는 ‘교희’라는 특별했던 한 아이에서 시작됐다. 20대 때 사진 스튜디오를 하다가 그만두는 등 개인적으로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음성 꽃동네 등 지역의 다양한 곳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 미혼모 쉼터를 방문하게 됐고 잠시 청소년 미혼모의 아이 교희를 맡았다. 아기 엄마는 17살 여학생이었다.

두 달 동안 나는 아이를 돌봤다. 아이는 병약해 감기에 자주 걸렸고, 나는 엄마처럼 아이를 품고 보듬었다. 교희도 내 품을 떠나지 않았다. 주위의 만류에도 병원에서 백일잔치도 열어줬다. 아이에게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행복은 봄꿈처럼 짧았다. 퇴원을 이틀 앞둔 날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 교희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끝내 하늘나라로 갔다.

이 경험으로 방황하던 내 삶은 180도 바뀌었다. 청소년 미혼모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를 사업화했다. 더는 버려지는 생명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마리에뜨는 청소년 미혼모의 선택을 존중하고 생명의 탄생을 지지하는 소셜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미혼모 가운데 특히 청소년층에 주목한다. 청소년 미혼모의 아이들을 맡은 개인적 경험도 있지만 십 대 미혼모만의 정서적 특징이 있는데 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청소년 미혼모는 한곳에서 오래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청년이 되면 또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한다. 때로는 다양한 갈등으로 시설을 나오기도 한다.

청소년 미혼모를 만나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이런 상황의 근본 원인이 오랫동안 지속해서 보살핌을 받을 공간이 없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를 마리에뜨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마리에뜨는 향기 인테리어 제품을 기획 개발하고 있다. 주 생산품은 총 5종의 블랙아로마 디퓨저이다. 마리에뜨숲, 메모리숲, 세레니숲, 오로나숲, 썸머숲 등이다. 소중한 마음과 함께 오래 간직하고 싶은 편안한 자연의 향기가 나는 가족의 소중한 공간을 생각하며 집 모양을 모티브로 아로마디퓨저, 향기샤워기 등 향기 제품을 기획·개발하여 제조한다.

특히 세레니숲, 썸머숲은 제작 과정에 실제 미혼모들의 고민을 담은 특별한 상품이다. 미혼모들이 원데이 클래스 중 ‘우리 아이가 밤에 코가 막혀 잠을 잘 못 자요’ ‘밤에 모기에 물렸어요’란 의견을 내며 기획 부분에 참여했다.

상품의 시장 반응도 재구매율이 높아 매우 호의적이다. 사회적기업의 상품 경쟁력 강화 부문에 선정되는 등 디자인 부분에서도 평가가 좋다. 국내 이에스지(ESG) 박람회인 ‘2022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도 참가해 친환경 제품들을 선보였다. 현재 미국,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에 향기샤워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물량을 확대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글로벌시장 진출을 준비해나가고 있다.

마리에뜨는 조향전문 사회적기업으로서 퍼퓸작가를 육성 발굴하고자 제2회 공모전을 개최했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지원하려 지난해 임팩트인소셜 창업센터를 개소했다.

마리에뜨 창립기념일은 5월13일로 교희가 별이 된 날이다. 교희는 나에게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존재이며, 마리에뜨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사업에 지치거나 지금 가는 길이 너무 힘들 때면 교희와의 약속을 곱씹으면서 나아갈 것이다. ‘어린 아기와 어린 엄마가 함께 반짝이는 청소년 한부모들의 가정을 지켜내겠다고.’

양차민ㅣ마리에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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