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오늘이 여는 성수동 사람들의 축제

원주민과 이주 예술인이 함께 ‘어쩌다 마주친 전시’, 23일까지 성수동 곳곳에서 열려

등록 : 2016-10-14 17:33 수정 : 2016-10-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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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1가. 늘씬한 남녀가 걸어간다. ‘대림창고’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을 관람하며, 실시간 ‘인증샷’을 찍고, 숨겨진 ‘핫스팟’을 찾아 동네를 누빈다.

성수동 원주민들과 상인들은 수년 전부터 ‘격세지감’을 느끼면 산다. 성수동은 60년대초 정부 도시계획의 하나로 ‘준공업 지역’으로 지정된 후 제조업 중심의 공장지대로 발전해왔다. 철강, 의류, 피혁, 인쇄 등 산업군이 약동했으나 세월이 흐르며 공장들이 옮겨가며동네는 쇠락해왔다.

예술가 난민들이 발견한 신대륙

그러던 성수동이 갑자기 뜬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압구정과 강남 등지에서 생활을 꾸리던 가난한 예술인들은 치솟는 월세를 감당치 못했고, 신자유를 찾아 피난 가듯 성수대교를 건넜다. 예술 난민들은 성수동의 공장지대 분위기를 살려 폐목재로 건물을 꾸몄다. 파이프에 조명이 달렸다. 빈터와 골목마다 새로운 리듬과 여가 공간이 생겨났다. 성수동의 새 별명은 ‘서울의 브루클린’이다.

성수동 사람들은 이 흐름이 조심스럽다. 최근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의 시범이 되었다가 화려하게 피고 사라진 동네를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뉴욕 브루클린의 거대한 규모와 서울 성수동 골목은 태생이 다르다며, 매체의 접근과 별명을 우려했다. 실제로 성수동 골목을 깊숙이 돌아보면, 30년 된 감나무를 장대로 흔드는 할머니네 집과 최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는 카페가 뒤섞여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가던 아주머니가 ‘아트마켓’을 구경하는 동안, 폐지 줍는 할아버지들도 익숙한 골목을 지나간다.


이주 예술인과 원주민 사이의 균형을 걷다

15일(토)부터 23일(토)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리는 제3회 <어쩌다 마주친전시>는 함께 만드는 동네, 형태를 갖춰간다는 의미를 담은 ‘포밍’(Forming)을 주제로 정했다. 축제가 성수동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자 원주민과 이주 예술인들이 소통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구두, 가방, 사진, 설치,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들이 참여한다. 선정된 작가들은 성수동이 품은 28개 ‘특별한 공간’과 협력해 일상의 의미를 탐색한다.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며 성동문화재단과 함께 ‘성수 예술마을만들기’가 후원한다.

“동네의 매력을 활용해 마을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시를 기획한 김희정 전시운영위원장은 말한다. “성수동 주민들과 학생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한번 가보려면 먼 데까지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그런데 마을잡지 <오 성수>를 발행하 다보니 동네에 숨은 예술가들이 많더라고요. 이들 작품을 주민들과 나누면 좋겠다 싶었죠. 예술가들은 발표의 기회도 얻고요.”

3회째 꾸준히 열릴 만큼 지역 참여도가 좋다. 지난해 동네에서만 전시 내용을 담은 소책자 2000부가 나갔다. “특히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었냐’며 놀라는 어르신들, 소책자를 들고 다니는 주민들을 만나면 진짜 보람 있어요. 이번 전시 오리엔테이션에 ‘전시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다’며 동네 초등학생들이 선생님과 찾아오기도 했는데정말 기분이 좋았죠.”

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일은 성수동에 밀려오는 ‘부동산 논리’에 대응하는 일과도 같다. “성수동에 불어오는 변화를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아직 이곳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있어요.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소통하고 관계의 고리를 단단히 만들수록, 동네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에 함께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전시 공간 외에 오픈하우스에서는 공방체험행사가 열린다. 전시 기간에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며, 공식 사이트에서 전시 시간과 관광 프로그램, 이벤트 일정을 자주 올려준다. 블로그: blog.naver.com/magazine_oh 페이스북: www.facebook.com/magazine.oh 인스타그램: a.m.z.2016

미리 보는 전시와 체험 공간 6곳

 
 

글·사진 전현주 문화창작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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