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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를 찾아가는 ‘정조대왕 능행’ 재현 행사를 연출하고 있는 박재호 감독이 한강 이촌지구에서 노들섬까지 배다리를 놓아 강을 건너가는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조선 정조대왕 능행(임금이 능에 감)을 재현하는 행사가 8일과 9일 서울과 수원에서 펼쳐진다. 정조대왕 능행 관련 문화제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수원에서 주로 열려왔으나, 올해부터 서울과 수원을 잇는 능행 전 구간에 걸쳐 재현 행사를 시도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행사 규모도 총 3069명의 인원과 408필의 말이 동원되는 역대 최대이다.
총 45㎞에 걸친 능행 구간 중 창덕궁에서 시흥행궁까지 서울시 구간(20.8㎞)의 연출을 맡은 박재호 감독은 “올해를 시발로 정조대왕 능행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 상징 퍼레이드로 키워보고 싶다”고 말한다.
올해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에는 어떤 의미를 주로 담았나?
“‘효와 소통, 나눔이 있는 행복한 행차’가 주제다. 정조는 비명에 간 아버지 사도세자 능을 참배하는 행차를 하면서 과거를 시행하거나 노인 돌봄 행사를 열고, 서민들의 민원을 직접 듣기도 했다. 임금과 백성이 효도와 소통을 통해 행복을 함께 나눈다는 여민동락(임금과 백성이 함께 즐김)의 표현이었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사도세자의 무덤을 수원으로 옮기고 13차례에 걸쳐 수원 화성으로 능행차를 벌였다. 창덕궁을 출발해 배다리로 한강을 건너 수원 화성에 들렀다가 다시 궁으로 돌아오는 8일간의 행차는 당시 조선 최대의 왕실 행사였다.
옛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의미 살리기 노력
이번 행사는 어떤 능행차를 재현한 것인가? “정조는 1795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어머니를 사도세자 능행에 모시고 가서 회갑연을 차려드렸다. 이 ‘을묘년 화성원행’의 모습을 김홍도 등 당대 제일의 화원들이 그려 의궤(원행을묘정리의궤)에 담았다. 재현 행사는 이 의궤를 바탕으로 한다. 1770명의 인원과 말 770필이 등장하는 당시 행렬을 그대로 되살릴 수는 없지만 의미만은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시민들의 관람을 위해 행차 일정과 구간을 소개해달라. “8일 오전 8시 창덕궁 앞에서 백관들이 600여m에 걸쳐 도열한 가운데 정조가 궁을 떠나는 행사를 가진 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정조가 시민들과 인사하고 혜경궁 홍씨에게 배례하는 의식을 올린다. 행렬은 숭례문과 용산을 지나 한강 이촌지구에서 노들섬까지 약 300여m에 이르는 부교를 놓고 그 위에 배다리를 꾸며 한강을 건넌다. 노들섬에서는 정조가 어머니에게 미음을 올리는 행사를 원형대로 재현한 뒤 시흥행궁으로 간다. 시흥행궁에서는 호위무사들이 정조를 맞이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이어서 백성들이 임금에게 민원을 호소하는 ‘격쟁’의 모습도 재현한다.”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배다리 장면이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다. “1239명의 참가자와 168필의 말이 행렬을 이뤄 한강을 건너는 모습은 장관일 것이다. 그러나 배다리는 예산 문제상 수십 척의 목선을 건조할 수 없어서 육군 도하부대의 부교로 대신한다. 부교 위에 홍살문을 설치하는 등 당시 배다리 모습을 최대한 재현할 것이다. 전체 한강 도하 장면을 사진에 담고 싶은 분들은 먼저 노들섬 쪽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겠다.” 정조나 혜경궁 홍씨 같은 주연급 역할은 시민 공모로 뽑는다고 했는데. “지원자 중에 혜경궁 홍씨 역할로 두 분을 선정했다. 정조대왕 역은 서울시 홍보대사인 탤런트 이광기 씨와 중견 연극배우 한 분을 섭외했다. 특별한 상금이 없고 10㎞ 이상을 도보로 참가해야 하다보니 순수 시민 자원자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역사 재현 축제는 최소 5년 이상 공들여야 해마다 하게 되면 재현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궤를 분석해보면 능행차는 27가지 테마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예산이 뒷받침되면 해마다 한 가지씩만이라도 원형대로 재현해보고 싶다. 180명에서 220명에 이른 정조 어가와 혜경궁 홍씨 행렬, 150명의 기마 취타대 행렬 등은 원형대로 재현하면 특히 장대할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많이 등재하는 것도 의미가 크겠지만, 조상이 남긴 완벽한 기록을 후손이 원형대로 재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만든다면 문화유산 10개 이상을 올리는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 본다.” 축제 전문 감독으로서 우리나라 도시들의 축제 문화에 대해 조언한다면. “단발성 이벤트는 비용만 들 뿐 지속성이 부족하고 지역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장기적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주제는 역사 재현 축제뿐이라고 후배들에게 강조한다. 역사 재현 축제는 최소 5년 이상은 공을 들여야 콘텐츠로서 완성도가 갖춰지는데, 지역의 단체장이 바뀌는 데 따라 흐름이 끊어지거나 아예 사라지는 게 문제다.” 박재호 감독은 축제 퍼레이드 연출의 베테랑이다. 2007년부터 서울의 대표 시민 축제인 ‘하이 페스티벌’ 총연출을 맡는 등 전업 축제 연출가로 서울시가 주관하는 공연과 축제 감독을 맡고 있다. 1983년 처음 공연 기획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쌓아온 다양한 현장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도 했다.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번 행사는 어떤 능행차를 재현한 것인가? “정조는 1795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어머니를 사도세자 능행에 모시고 가서 회갑연을 차려드렸다. 이 ‘을묘년 화성원행’의 모습을 김홍도 등 당대 제일의 화원들이 그려 의궤(원행을묘정리의궤)에 담았다. 재현 행사는 이 의궤를 바탕으로 한다. 1770명의 인원과 말 770필이 등장하는 당시 행렬을 그대로 되살릴 수는 없지만 의미만은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시민들의 관람을 위해 행차 일정과 구간을 소개해달라. “8일 오전 8시 창덕궁 앞에서 백관들이 600여m에 걸쳐 도열한 가운데 정조가 궁을 떠나는 행사를 가진 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정조가 시민들과 인사하고 혜경궁 홍씨에게 배례하는 의식을 올린다. 행렬은 숭례문과 용산을 지나 한강 이촌지구에서 노들섬까지 약 300여m에 이르는 부교를 놓고 그 위에 배다리를 꾸며 한강을 건넌다. 노들섬에서는 정조가 어머니에게 미음을 올리는 행사를 원형대로 재현한 뒤 시흥행궁으로 간다. 시흥행궁에서는 호위무사들이 정조를 맞이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이어서 백성들이 임금에게 민원을 호소하는 ‘격쟁’의 모습도 재현한다.”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배다리 장면이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다. “1239명의 참가자와 168필의 말이 행렬을 이뤄 한강을 건너는 모습은 장관일 것이다. 그러나 배다리는 예산 문제상 수십 척의 목선을 건조할 수 없어서 육군 도하부대의 부교로 대신한다. 부교 위에 홍살문을 설치하는 등 당시 배다리 모습을 최대한 재현할 것이다. 전체 한강 도하 장면을 사진에 담고 싶은 분들은 먼저 노들섬 쪽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겠다.” 정조나 혜경궁 홍씨 같은 주연급 역할은 시민 공모로 뽑는다고 했는데. “지원자 중에 혜경궁 홍씨 역할로 두 분을 선정했다. 정조대왕 역은 서울시 홍보대사인 탤런트 이광기 씨와 중견 연극배우 한 분을 섭외했다. 특별한 상금이 없고 10㎞ 이상을 도보로 참가해야 하다보니 순수 시민 자원자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역사 재현 축제는 최소 5년 이상 공들여야 해마다 하게 되면 재현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궤를 분석해보면 능행차는 27가지 테마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예산이 뒷받침되면 해마다 한 가지씩만이라도 원형대로 재현해보고 싶다. 180명에서 220명에 이른 정조 어가와 혜경궁 홍씨 행렬, 150명의 기마 취타대 행렬 등은 원형대로 재현하면 특히 장대할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많이 등재하는 것도 의미가 크겠지만, 조상이 남긴 완벽한 기록을 후손이 원형대로 재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만든다면 문화유산 10개 이상을 올리는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 본다.” 축제 전문 감독으로서 우리나라 도시들의 축제 문화에 대해 조언한다면. “단발성 이벤트는 비용만 들 뿐 지속성이 부족하고 지역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장기적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주제는 역사 재현 축제뿐이라고 후배들에게 강조한다. 역사 재현 축제는 최소 5년 이상은 공을 들여야 콘텐츠로서 완성도가 갖춰지는데, 지역의 단체장이 바뀌는 데 따라 흐름이 끊어지거나 아예 사라지는 게 문제다.” 박재호 감독은 축제 퍼레이드 연출의 베테랑이다. 2007년부터 서울의 대표 시민 축제인 ‘하이 페스티벌’ 총연출을 맡는 등 전업 축제 연출가로 서울시가 주관하는 공연과 축제 감독을 맡고 있다. 1983년 처음 공연 기획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쌓아온 다양한 현장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도 했다.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