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보다 ‘사람’ 우선되는 쓰레기 대책 바라며

등록 : 2022-10-27 14:47 수정 : 2022-11-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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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1일 마포구는 구청 광장에서 생활 쓰레기 성상 조사를 했다. 종량제 봉투 속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해 소각 폐기물이 대폭 감량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마포구 제공

가을이면 억새가 만발하고 도시의 석양이 운치 있게 저무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서울시민이 즐겨 찾고 사랑하는 명소다. 그러나 그 두 공원 사이에 하늘을 향해 높다랗게 솟아 있는 굴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서울시 생활폐기물의 4분의 1가량을 소각하는 마포자원회수시설이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2005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하루 처리 용량 750t 규모의 대형 쓰레기 소각장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무려 130여 대의 쓰레기차가 들어와 인근 5개 구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소각한다.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을 비롯한 각종 유해물질 때문에 지역주민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에 다시 1천t 규모의 신규 소각장을 설치하겠다는 서울시 발표가 있었다. 신규 소각장이 들어서면 기존 소각장 용량을 합해 총 1750t의 쓰레기가 9년간 동시에 소각되는 것이며, 이것은 서울시 전체 쓰레기의 절반이 넘는 양이다. 지금도 서울시 쓰레기의 4분의 1을 소각하는 마포구에서 서울시 절반 이상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날이 온다면 그 누가 마음 편히 숨 쉬며 살 수 있겠는가. 마포구민에게도, 월드컵공원을 즐겨 찾는 서울시민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전국을 넘어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기존 소각장 옆에 다시 대형 소각장을 추가 설치해 대도시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몰아넣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피 시설 설치의 대원칙인 ‘지역 형평성’을 철저히 위배하고 주민의 ‘건강권’을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에 분노와 함께 통탄을 금할 수 없다.

물론 날로 급증하는 쓰레기 대책이 시급함에 공감한다. 더구나 2026년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 직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현재 서울시에서 수도권매립지로 보내는 1천t의 쓰레기가 갈 곳을 잃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은 과연 소각장 추가 건설만이 답일까?

이탈리아 중부의 카판노리시는 유럽 최초 ‘제로웨이스트’ 도시다. 늘어나는 쓰레기로 소각장을 지으려 할 때 주민들의 반대운동이 일어났고, 그들은 소각장을 짓는 대신 쓰레기를 줄였다. 시 정부가 앞장서 주민과 노력한 결과 30% 이하였던 재활용률이 90%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쓰레기가 줄어 소각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카판노리시 사례처럼 분리배출과 재활용만 잘해도 소각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11일 마포구청 광장에서는 생활쓰레기 성상 분석이 실시됐다. 마포구에서 5일간 배출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뜯어 그 안의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주민 참관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실제 재활용이 가능하며 소각이 필요 없는 내용물이 60%에 달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생활폐기물을 대폭 감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전처리시설’의 자치구별 설치를 제안한다. 전처리시설은 폐기물을 소각하기에 앞서 종량제 봉투 쓰레기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 플라스틱, 폐비닐 등을 분리해 최종 소각 폐기물을 감량하는 시설이다. 실제 이 시설을 운영하는 강원도 동해시의 경우 소각 대상 생활폐기물을 최대 68%까지 감량하고 있다. 만약 서울시 각 자치구에 전처리시설을 설치해 사전에 선별된 쓰레기만을 4개 소각장(마포·양천·강남·노원)으로 보낸다면, 소각량 감소와 더불어 소각장 추가 신설 필요성도 사라질 것이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정의, 자유, 평등 같은 가치, 그리고 황금 송아지를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건강하게 살 권리’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공익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 주민들에게 더 큰 고통과 박탈감을 안겨주는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정책의 나침반은 항시 사람을 향해야 한다. 소통과 공감이 결여된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또한 소각장 건설 강행만이 유일한 해답이 아니다. 더욱 근본적인 쓰레기 관리와 대책을 서울시에 간절히 촉구한다.

박강수 ㅣ 마포구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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