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는 도시문제를 푸는 열쇠”

대담 박원순 서울시장-스티븐 버브 전 영국 시민단체대표협회장 “협치의 핵심은 지역공동체 시민의 참여”

등록 : 2016-09-30 10:43 수정 : 2016-09-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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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스티븐 버브 전 영국 시민단체대표협회장이 ‘2016 거버넌스 국제 컨퍼런스‘가 열린 다음 날인 23일 오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지구촌의 많은 도시정부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안전, 주거, 교통 등의 문제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복잡다단한 도시문제를 더는 행정의 힘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치(거버넌스)가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그간 ‘시민이 시장이다’는 시정 철학을 바탕으로 주민참여예산제, 청책토론회, 마을공동체 만들기, 원전 하나 줄이기 등 협치의 모델들을 만들어왔다.  29일에는  ‘민관 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조례’를 제정해 공표했다. 협치 조례 제정을 기념하는 ‘2016 거버넌스 국제 컨퍼런스’가 2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해 ‘거버넌스 활성화 방안과 정부·시민사회의 관계, 영국의 경험’을 강연한 스티븐 버브 전 영국 시민단체대표협회장과, ‘대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와 행정의 역할’ 토론에 함께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따로 만나 대담을 나눴다. 

대담 일시 : 9월23일(금) 오후 4시50분~5시40분 

장소 : 서울시청 시장실

사회 : 이현숙 한겨레 지역네트워크센터장

[사회] 서울과 런던의 시정에서 협치란?


[박원순 시장] 협치는 서로 이익을 보는 상생이다. 공무원끼리 결정하는 것보다 시민사회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과정에서 완벽해질 수 있고 실행에서도 쉬워질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스티븐 버브 회장] 명확한 메시지다. 덧붙이면 협치는 정부가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해 주는 게 핵심이다.

[사회] 서울과 런던이 협치 과정에서 마주하고 있는 행정 과제는?

[버브] 런던은 다인종 사회다. 런던 시는 다양한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공동체의 특성에 따라 정책 과정과 실행이 달라야 한다. 예를 들면 흑인들이 많이 사는 도심의 램버스 구에 흑인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 설립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소외된 지역공동체가 혁신하고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박원순] 서울은 빈부, 연령, 세대 등 여러 격차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현안이다. 대한민국의 전체 갈등비용이 240조 원이 넘는다는 말도 있다. 시민들을 의사 결정에 주체적으로 참여시키는 ‘협치’로 갈등을 줄여야 한다. 최근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과정에서 환풍시설을 만들려는 데 갈등이 생겨 공사를 중단하고 지역주민들과 합의를 거치게 했다.

[버브] 런던 시는 협약을 맺어 정부와 시민단체가 정책을 마련하기 전 의견 수렴 과정을 공식적으로 거치게 했다. 이 협약으로 정책 의사 결정 과정을 개선할 수 있었다.

시민사회를 성장시켜 주는 게 중요해

[박원순] 이번 거버넌스 국제 컨퍼런스에서 버브 회장님이 시민사회를 성장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했다. 한국은 정부와 시장에 견줘 시민사회 섹터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섹터 간 동등한 힘을 갖고 협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는 시민사회의 힘을 길러 주기 위해 더 노력하려 한다.

[버브] 런던에서는 지난 10년간 공공서비스 전달 체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비영리단체(엔피오), 사회적경제 조직 등이 아동복지, 노인 돌봄 등의 영역에서 시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도 비슷한 변화가 있다. 그런데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등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공공성에 문제(직원들 보수나 처우 조건의 약화 등)가 생길 수도 있는데, 런던에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버브] 런던에서는 정부와 시민단체가 계약을 체결할 때 공공성을 담도록 한다. 예를 들어 영국 정신질환자의 ⅓이 비영리단체로부터 정신보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정부와 엔피오가 맺은 계약서에는 성과와 공공성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 있다.

[박원순] 2010년 런던을 방문했을 때 협치의 혁신적인 모델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을 알게 됐다. 서울시장을 하면서 사회성과연계채권을 적용한 사업 몇 가지를 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의 높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사회성과연계채권 방식으로 민간기관이 사업을 하고 있다. 런던에서 배운 것이다.(웃음)

[버브] 실제 실행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서울시는 굉장히 앞서가고 있다.(웃음) 사회성과연계채권은 좋은 제도인데 긴축재정으로 런던에서는 위축된 상태다. 공공예산 규모 삭감으로 많은 시민단체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민참여 제도화 위해 조례 제정

[사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협치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버브] 정책을 개발하고 수립하는 과정에 지역공동체 시민을 참여시키는 게 협치의 핵심이다. 이런 프로세스(절차)와 더불어 좋은 문화가 있어야 한다. 협치는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있을 때 지속해서 시행될 수 있다.

[박원순] 제도화도 중요하다. 협치 조례를 마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 구청과 협력 관계 등 그간의 협치를 위한 여러 노력도 협치를 지속해가는 디딤돌이다. 공무원들이 협치를 이해하는 데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어렵게 이만큼 왔기에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희망은 갖고 있다.(웃음)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모든 시정은 ‘혁신과 협치’의 두 날개로 날아간다고 강조해왔다. 심지어 ‘정책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협치 실패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까지 말했다. 협치를 잘한 공무원을 높게 평가했다. 복지정책을 담당하던 과장이 여러 기관들과 잘 협의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정책 마스터플랜을 내놓아 국장으로 승진했다.

[버브] 어느 나라나 공무원들에게는 인사가 가장 중요하다.(웃음) 런던에서는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사업은 정권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협력적 관계가 확립되어 있어, 보수당이든 진보당이든 큰 이견이 없었다.

[박원순] 2010년 영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노동당 집권 때 만들어졌던 로컬커뮤니티청이 보수당 정권에서도 유지되는 게 인상적이었다. 캐머런 수상의 빅 소사이어티(큰 사회) 정책도 시민사회와 지역공동체를 중심에 놓고 있었다. 확실히 영국은 포용력 있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바꿔 임기 중에 성과를 내기가 어렵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정부가 잘하던 것은 유지하려는 경향이 보였다.

정당에 제한 없이 많은 정치인과 소통 필요

[버브] 블레어 총리와 가깝게 지내며 정부가 제3섹터청을 만들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캐머런 총리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빅 소사이어티 개념을 어떻게 실현해나갈지에 대해 시민사회 의견을 전달했다. 물론 재정 지원에서는 정권에 따라 분명한 차이는 있다.(웃음)

이번 일요일 노동당 컨퍼런스에 가고 다음 주말에는 보수당 컨퍼런스에 참여한다. 정당과 무관하게 여러 정치인과 네트워킹하고 시민단체 목소리를 전달할 좋은 기회다. 정당과 무관하게 많은 정치인과 시민단체 활동의 가치에 대해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6년 전 시민운동가로 런던을 방문했을 때 버브 회장님을 만났다. 당시 영국의 혁신을 배우기 위해 여러 기관을 방문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 서울을 방문해 좋은 말씀을 나눠 줘 감사하다.

[버브] 박 시장님처럼 시민운동가가 중요한 정치적 자리를 맡는 것은 시민단체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경험이 세계 여러 도시에서 공유되고 더 퍼지길 바란다.

이현숙 한겨레 지역네트워크센터장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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