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믿고 따라갔더니 진정한 나 만날 수 있었어요”

꿈 해설서 ‘푸른 문-꿈이 나를 열다’ 펴낸 미술치료사 김옥희 작가

등록 : 2021-11-29 14:58 수정 : 2021-11-29 17:36
최근 ‘푸른 문-꿈이 나를 열다’를 펴낸 김옥희 작가가 11월 중순 서울 경의선숲길공원에서 밝게 웃고 있다.

진주에서 처음 개인 상담소 연 작가이자

2004년 시 전문 계간지 통해 등단한 시인

“마음은 어쩐 일인지 계속 불편함 느껴”

매년 인도 찾아 명상 했지만 해결 못해

10년 전부터 자주 꾸는 꿈 해석 위해 전문가 찾고

올해 글쓰기 모임서 꿈 정리하며 자아 찾아


“남편의 배신 꿈은 내가 나 배신하는 메시지”

“푸른 문 꿈, 닫히지 않은 열린 미래” 해석

“많은 이가 꿈 통해 자신의 푸른 문 찾기 기대”


“꿈을 믿고 따라가면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 <푸른 문-꿈이 나를 열다>(도서출판 동연)를 펴낸 김옥희(64) 작가의 말이다. 진주에서 처음으로 개인 상담소를 연 미술치료사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김 작가는 일생 동안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다양한 직업과 경험, 그리고 배움을 실천해왔다. 하지만 김 작가는 그 많은 노력으로도 닿지 못했던 ‘진정한 나와의 만남’을 ‘꿈 해석’을 통해 이루어냈다고 말한다.

1983년 결혼해 1984년생과 1988년생 두 자녀를 낳고 평범한 주부로서 살아가던 김 작가는 1992년 부모교육과 관련한 심리상담을 받으면서부터 ‘사회’와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결혼 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그 당시에는 ‘삶이 이렇게 끝나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살아 있지만 죽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그는 이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곳의 상담소를 거치면서 약 5년 동안 심리상담을 받았다. 그 상담들은 그에게 ‘끝이 아니다. 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한다. ‘인생은 이렇게 타고 났고, 이렇게 죽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에 그는 43살이던 2000년 영남대 대학원 미술치료학과에 진학한다. “나 자신도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기대감이 컸어요.”

그는 대학원 진학과 함께 같은 해부터 ‘진주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상담부장을 맡았다. 이 때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석사논문 <여성주의 집단미술치료가 성폭력 생존자의 자존감과 불안에 미치는 효과>를 썼다. 그리고 2006년 ‘김옥희 미술치유상담소’를 열고 지금까지 미술치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작가는 또 2002년 2월 창원 창신대 문창과 졸업한 뒤, 2004년 시 전문 계간지 <시와 반시>를 통해 등단했다. 등단작은 ‘이사벨 로스돈에 관한 세 습작’ 등 5편이었다.

이렇듯 활발하게 활동하며 밖으로 보기에 성공한 인생을 살았지만, 김 작가는 “마음까지 성공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은 어쩐 일인지 무언가 계속 불편했다.”

김 작가는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멀리 인도까지 찾았다. 그는 1990년대부터 인도 타밀주 티루반나말라이에 있는 아루나찰라산과 라마나 마하리쉬 아쉬람 등을 매해 1월 방문해 15일간 머물렀다. 그곳에서 ‘나는 누구인가, 삶은 무구인가’를 화두로 깊이 명상에도 빠져보았다. 그러나 역시 온전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이에 김 작가는 ‘자신을 찾는 길이 밖에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면으로 눈길을 돌렸다. 자주 꾸는 꿈들이 생각났다. 김 작가는 미술치료를 할 때 배웠던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카를 융(1875~1961)의 말, “꿈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꿈의 효용성을 강조했던 융은 꿈이 삶의 진정한 의미·운명뿐만 아니라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까지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푸른 문-꿈이 나를 열다’를 펴낸 김옥희 작가가 경의선숲길공원에서 겨울 채비중인 나무를 안고 있다.

김 작가는 자주 반복되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중심으로 2010년 고혜경 크리스찬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에게 20회기 정도의 집단꿈분석을 받았다. 고 교수는 2016년 <꿈에게 길을 묻다>(도서출판 나무연필)를 펴낸 꿈 전문가이다. 이 책은 트라우마 악몽에 시달리는 5·18민주화운동 생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진행한 ’꿈작업’을 수록한 것이다.

김 작가는 또 2018년 3월에는 예수회 신부이자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김정택 신부를 찾아가 꿈 이야기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이 두 꿈 전문가의 도움으로 꿈에 대해 많은 통찰력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이런 그에게 결정적으로 ‘꿈이 자신을 해석하는 열쇠’라는 것을 일깨워준 것은 카를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이었다.

김 작가는 올해 초 융의 자서전을 반쯤 읽었을 때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라는 융의 주장들이 깊은 통찰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김 작가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자신의 꿈 이야기를 차분히 정리해나갔다. 책을 펴내는 것을 목표로 한 한 글쓰기 모임에 연초부터 참여한 것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

김 작가는 꿈 이야기를 책으로 정리하면서 꿈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됐다고 말한다.

가령, 김 작가는 “남편이 나를 배신하는 꿈을 반복해서 꿨지만, 그 꿈은 사실은 내가 나를 배신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메시지였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고 한다. 김 작가는 “그 자각은 아프면서도 절실한 전환이 되었고, 책을 계속 쓸 용기를 주었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또 자주 꿈에 등장하는 ‘푸른 문’에 대해서도 새롭게 해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푸른 문은 김 작가에게 닫힌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꿈 해석을 배운 뒤로는 그것을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길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계속 나타나는 문이 열리면 무엇이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면서 카를 융이 말한 ‘꿈을 통해 자신만의 신화를 찾는다’는 말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카를 융은 현대인들이 방황하는 데에는 ‘신화를 잃어버린’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꿈은 무의식적인 나를 보여주기에 가장 좋은 매개”라며 “다른 많은 사람들도 꿈을 통해 자신만의 푸른 문으로 나아가고 그 문을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fingerwha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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