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노들섬에 뜬 달의 의미

‘달빛노들’ 나은중 건축가

등록 : 2021-05-13 15:30

“복잡하고 밀도 높은 서울의 풍경에 존재하는 작은 비움이 아닐까요.”

방치되거나 버려진 공간에 예술작품을 설치해 명소로 바꿔주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서울은 미술관’에 선정된 ‘네임리스건축’의 나은중(44) 건축가는 자신의 작품 ‘달빛노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100년 넘게 휴양지로 사랑받았지만 강변북로가 건설되면서 끊어진 뱃길이 반세기 만에 열린 노들섬. 지난 3월 말부터 운항이 시작된 유람선이 회항하는 이곳엔 높이 12m의 거대한 보름달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4만5천 개의 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수많은 빛줄기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바람과 함께 일렁이는 강물에 달무리로 나타난다. 특히 수면 위에 떠오른 영롱한 달빛은 30분마다 비추는 조명 덕분에 ‘삭-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로 생동감까지 더해준다.

나은중 건축가는 ‘이름이 없다’는 뜻인 ‘네임리스(nameless)건축’의 대표로 활동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드러나는 것도, 규정하는 것도 없이 의미를 담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직사각형 블록으로 고정화된 학교를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삼각형으로 설계한 ‘동화고 삼각학교’의 사연과도 연관 있어 보인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좇았지만 다원을 강조한 작품 세계. 단순히 달을 재현하고 싶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색다른 방법으로 달을 공개한 것이란다. 나 작가는 구의 형태가 아니라 두 개의 원형 구조물을 서로 기대게 만들었으며, 올림픽대로와 한강대교, 노들섬 등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달의 풍경을 담았다. 보는 사람에게 삶의 감흥과 영감을 주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이곳이 어떻게 비치길 바랄까. “한강 위에 뜬 달의 도시 풍경부터 달 내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험까지 자신들의 관점과 경험에 따라 저마다의 달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 나은중은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뉴욕에서 네임리스건축을 개소한 뒤 서울로 사무실을 확장했다. 에이아이에이(AIA)뉴욕건축가협회상, 미국건축가협회 뉴프랙티스뉴욕,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받았다. 미국 건축지 <아키텍처럴 레코드>에서 세계 건축을 선도할 10대 건축가로 선정한 바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