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근 템플스테이 사찰 8선

등록 : 2016-05-12 14:47 수정 : 2016-05-12 16:41
조계사

조계사 도심에서 만나는 '시절인연'

서울의 중심 종로에 자리 잡은 ‘한국 불교 1번지’ 사찰이자 우리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함께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대한민국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총국이 있다. 인사동과 경복궁, 창덕궁 등 우리 전통을 간직한 곳과 청와대도 가까워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사찰이기도 하다.  

조계사 역사는 다른 사찰에 견주면 그리 길지 않다. 1910년에 창건된 각황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때 왜색화되는 한국 불교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 사찰이기도 하다. 한국 불교를 중흥시킨 태고 보우국사의 맥을 잇는다는 뜻을 담아 1937년 태고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후 1954년 불교 정화 운동을 거치며 조계사로 다시 이름을 바꿔 지금에 이른다. 사찰 안에는 보호수인 회화나무와 천연기념물 제9호 백송이 있다. 1박2일 템플스테이뿐만 아니라 매주 수요일 당일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절인연(時節因緣, 때가 되어 인연을 합함)을 주제로 소금 만다라, 전통 지화 만들기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문의 : (02)768-8523, http://jogyesa.templestay.com

봉은사

봉은사 강남에서 천년 숲길을 걸어 보자

서울 한강 이남의 최대 사찰인 봉은사는 강남의 소위 ‘노른자 땅’에 자리한 천년 고찰이다. 신라 원성왕 10년(794년)에 창건해 견성사라 했다. 조선시대 연산군 때 성종의 묘인 선릉을 지키는 사찰로 고쳐 지은 뒤 ‘성종의 은혜를 받든다’는 뜻으로 이름을 봉은사로 바꿨다. 조선시대 불교를 중흥시킨 보우대사가 선종을 크게 일으킨 사찰로도 유명하다.  


봉은사에는 추사 김정희가 만년에 쓴 ‘板殿’(판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 현판은 ‘신선의 경지’에서 쓴 글씨로 꼽히며, 추사 선생의 독특한 필치의 최고봉을 보여 주는 명작이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3호로 지정돼 있다. 1970년대에 법정 스님이 머무르며 함석헌 옹과 민주화 운동에 관여했던 다례헌이 있고, 미륵전과 대웅전 등 여러 전각들이 도심 빌딩숲 속에서 오아시스처럼 자리하고 있다. 봉은사에서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주제로 수행자의 일상과 삶을 경험하는 사찰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당일 또는 1박 2일 일정으로 운영한다. 대웅전 뒤편길을 둘러보는 1㎞가량의 숲길이 사찰체험 참가자들에게 호평 받고 있다.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문의 : (02)3218-4826, http://temple.bongeunsa.org

진관사

진관사 행복의 씨앗을 키우는 마음의 정원

삼각산(북한산) 진관사는 동쪽의 불암사, 남쪽의 삼막사, 북쪽의 승가사와 함께 서쪽의 진관사로 서울 근교의 4대 명찰로 손꼽혔던 사찰이다. 신라시대 고찰이라는 설과 원효대사가 진관대사와 더불어 삼천사와 함께 세웠다는 설도 있으나 고려 제8대 현종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진관스님을 위해 신혈사를 고치고 다시 지어 진관사라 일렀다는 설화가 유력하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여러 번 행차해 물이나 육지에서 떠돌고 있는 외로운 영혼들과 아귀들을 위로하기 위해 대규모의 수륙재를 올렸다.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최근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진관사는 항일독립운동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2009년 칠성각 보수공사를 하려고 해체하다가 불단과 기둥 사이에서 태극기를 발견했는데, 옥사한 독립운동가 초월 스님이 만드신 것으로 확인됐다. 비구니 스님들이 살고 있는 진관사는 사찰음식을 먹어 볼 수 있는 템플스테이로 유명하다. 주소 :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73 문의 : (02)388-7999, http://jinkwansa.templestay.com

화계사

화계사 '한국 불교 세계화' 이끄는 사찰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화계사는 한국 불교의 세계화 원력이 서려 있는 사찰이다.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받았던 숭산 스님(2004년 원적)이 한국 불교를 배우겠다는 전 세계의 수행자들을 위해 국제 선원을 세운 곳이다.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와 만경봉 동장대를 병품 삼은 화계사는 조선 중종 17년(1522년)에 창건됐다. 조선 왕실의 원찰로 임금과 상궁들이 드나들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최현배, 이희승 등 국문학자 9명이 기거하며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 불교를 전 세계에 알린 숭산 스님은 ‘세계일화, 즉 세계는 하나의 꽃’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화계사 앞에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이 있다. ‘종교 간의 화합’이라는 말이 낯설던 시대에 화계사는 이미 종교의 벽을 넘어 크리스마스가 되면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는 걸개막을 내걸어 종교 간 화합을 도모하기도 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필요에 맞춰 체험형, 휴식형, 당일형으로 진행한다. 주소 : 서울시 강북구 화계사길 117 문의 : (02)900-4326, www.hwagyesa.org

길상사

길상사 백석의 시와 사랑, 법정 스님 '무소유'를 만나는 곳

길상사는 으리으리한 집들이 즐비한 성북동에 고즈넉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백석의 연인으로 알려진 김영한(법명 길상화, 예명 자야)씨가 요정이었던 ‘대원각’을 1987년 법정 스님께 기증할 뜻을 밝힘으로써 탄생했다. 이후 법정 스님이 회주(법회를 주관하는 법사)로 계시며 서울 시민의 사랑을 받는 사찰로 만들었다. 법정 스님은 마지막 숨을 길상사에서 거두며 당신이 입적하면 ‘관도 만들지 말고 가사 한벌 입혀 화장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래서 스님의 법구(스님의 시신)는 승복 한벌만 입고 송광사에서 화장되어 평생 말한 ‘무소유 정신’을 온 세상에 보여 주었다. 길상사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 사찰이 되어 세상을 맑게 하는 도량으로 남아 있다.  

길상사는 매월 셋째·넷째주에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108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매월 첫째 토요일에는 4시간 일정으로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라이프를 연다. 사찰 행사가 있는 날에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성북2동 323번지 문의 : (02)3672-5945, http://kilsangsa.info

흥국사

흥국사 청춘 남녀의 인연을 맺어드립니다

신라 문무왕 원년(661년) 원효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흥국사는 북한산을 마주 보는 노고산 동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고양시에 속하지만 서울과 가까운 천년 고찰이다.  

북한산 원효암에서 수행 정진하던 원효 스님이 상서로운 기운에 이끌려 산을 걷다 약사 부처님을 발견해 그 자리에 흥성암을 세웠고, 조선시대 영조가 약사 부처님의 원력으로 나라를 부흥시키겠다는 원을 세우고 사찰 이름을 흥국사로 고쳤다는 설화가 있다.  맑은 날 인수봉, 백운대, 망경대, 원효봉, 노적봉, 보현봉, 나한봉 등 북한산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모두가 바위 봉우리로 되어 있어 하얀 속살을 드러낸 듯 아름답다.  

최근 숲길을 새로 꾸며 숲 명상을 해 볼 수 있다. 청춘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만남 템플스테이’도 운영한다. 1박 2일 동안 미혼 남녀가 함께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므로 인기가 높다. 주소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203 문의 : (02)381-7980, http://heungguksa.templestay.com

용문사

용문사 은행나무 사연 애절한 양평 의병 근거지

신라 신덕왕 2년(913년) 대경 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용문사는 수령이 1100년, 높이 62m, 줄기 둘레 14m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은행나무로도 유명하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대경 대사를 찾아와 심었다고 전한다. 일설에는 나라 잃은 설움을 안은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심었다고도 한다. 은행나무는 1962년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우리 전통 소나무인 금강송이 빽빽히 도열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용문사는 우리 민족이 나라를 잃었을 때 분연히 일어난 ‘양평 의병’의 근원지였다. 당시 일제는 대한제국의 황제를 강제 퇴위시키고 군대를 해산시키며 국권을 찬탈하려 했다. 이러한 시기에 양평 의병은 대일 항전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양평 의병은 용문산 용문사를 비롯해 상원사와 사나사를 근거지로 삼아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은행나무 아래서 열리는 은행나무 명상 프로그램과 함께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782 문의 : (031)775-5797, http://yongmunsa.templestay.com

봉선사

봉선사 광릉숲 걷기 명상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기회

광릉숲과 가까운 봉선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다. 고려 광종 20년(969년)에 법인 국사가 창건해 운악사로 이름을 지었다. 조선시대에는 선교 양종(禪敎兩宗)으로 통합해 교종 중심 사찰이 됐다. 세조의 비 정희왕후가 세조를 추모해 89칸 규모로 고쳐 지은 뒤 봉선사(奉先寺)로 절 이름을 바꿨다. 봉선사는 독립운동을 한 태허 스님과 경전 한글화에 앞장선 운허 스님이 머문 사찰이기도 하다. 그 뜻을 현재 조실(참선을 지도하는 스님)인 월운 스님이 이어 대장경의 한글화에 앞장서고 있다. 봉선사 전각 대부분이 한글 현판을 달고 있는 이유다.  

경내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우거졌고, 보물 제397호로 지정되어 있는 봉선사대종 등 문화재도 많다. 사찰 어귀에는 ‘춘원 이광수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봉선사 연밭에서 꺾은 연잎으로 연잎밥 만들기는 음식에 담긴 수행자 정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대웅전을 한바퀴 도는 프로그램과 함께 한국 최대 숲인 광릉숲에서 진행하는 비밀숲 걷기 명상은 봉선사에서만 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봉선사길 32 문의: (031)527-9969, www.bongsunsa.net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