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운동 다음날 안 아프면 헛수고일까?

운동은 투자다 l 근육통과 운동 효과의 상관관계

등록 : 2026-09-24 09:41 수정 : 2026-09-24 10:48
한 헬스클럽 이용자가 팔 근력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선생님, 어제 운동했는데 오늘 하나도 안 아파요. 운동이 제대로 된 게 맞나요?”

운동을 지도하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인데,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오랜만에 하체 운동을 하고 다음날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허벅지가 아프면 “어제 운동 제대로 했네요”라며 만족스러워한다.

땀도 비슷하다. 운동복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려야 운동을 많이 한 것 같고, 땀이 별로 나지 않으면 왠지 운동이 부족했던 것처럼 느낀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근육통’과 ‘땀’을 운동의 성적표처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운동생리학적으로 보면 근육통과 땀은 운동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생리적 ‘현상’일 뿐, 운동 효과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운동 후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 나타나는 통증을 흔히 지연성 근육통(DOMS)이라 한다. 특히 평소 하지 않던 새로운 동작을 하거나, 근육이 길어지면서 힘을 내는 수축 운동을 할 때 근육 손상과 통증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처음 런지를 배울 때는 몇 세트만 해도 며칠 동안 엉덩이가 아프지만, 몇 달 뒤에는 훨씬 무거운 덤벨을 들고도 다음 날 별다른 근육통이 없다.

그렇다면 처음 맨몸 런지를 했을 때가 덤 벨을 들었을 때보다 더 효과적인 운동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한 번 경험한 운동과 비슷한 운동을 다시 수행했을 때 근육 손상과 근육통이 줄어드는 현상을 ‘반복효과’ (Repeated Bout Effect)라고 한다. 2023년 발표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같은 유형 의 운동을 두 번째 수행했을 때 첫 번째보다 근육 손상 지표가 유의하게 낮았다. 즉 몸이 그 자극에 적응하면서 손상 반응이 작아진 것이다.

흔히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고 다시 붙으면서 커진다”고 믿으며 매번 근육통을 좇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다마스 (Damas) 연구진은 근력 운동 초기의 근육 단백질 합성과 실제 근육 성장의 관계를 추적했다. 운동 초기에는 단백질 합성이 크게 증가했지만 동시에 근육 손상도 컸다. 초기에 만들어진 단백질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근육을 만드는 데 쓰이기보다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부종을 가라앉히는 데 사용됐다. 훈련을 반복하며 근육 손상이 줄어든 이후에야 진짜 근비대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결국 ‘근육을 아프게 만드는 것’과 ‘근육을 성장시키는 것’은 같은 목표가 아니다. 매 번 다음날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근육을 손상시키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삼으면, 오히려 다음 운동의 수행 능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땀 역시 조금 다른 생리적 현상이다. 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운동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에너지를 쓰며 발생시킨 열을 빼앗아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발한량은 운동 강도뿐 아니라 기온과 습도, 체격, 수분 상태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한여름엔 밖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고, 냉방이 잘된 공간에 선 고강도 근력 운동을 해도 땀이 덜 난다.

운동 직후 땀을 많이 흘려 체중이 1㎏ 빠졌다고 해서 체지방 1㎏을 태운 것도 아니다. 이는 운동 중 땀으로 수분을 잃은 즉각적인 감소일 뿐, 물을 마시고 수분 균형이 회복되면 상당 부분 제자리로 돌아온다. 개인의 환경과 신체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땀의 양만 가지고 운동 강도를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까. 필자는 회원들에게 ‘흔적’이 아닌 ‘적응’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근력 운동을 한다면 한 달 전 10㎏으로 힘들게 하던 동작을 지금은 안정적으로 수행하는지, 달리기한다면 같은 속도에서 호흡과 심박수가 이전보다 편해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몸이 지난달보다 무엇을 더 잘하게 됐는가다.

운동은 매번 몸을 괴롭히는 행위가 아니다. 적절한 자극을 주고, 회복하고, 그 자극에 적응한 몸에 다시 조금 더 높은 수준 의 자극을 주는 ‘점진적 과부하' 과정이다. 운동 성과는 바닥에 누울 정도로 힘들었는지보다, 몇 달 뒤 계단을 더 편하게 오르고 더 무거운 물건을 거뜬히 드는 변화 속 에 남는다.

땀과 근육통은 운동의 흔적일 수는 있지만 운동의 성적표는 아니다. 좋은 운동은 오늘의 몸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가 아니라, 내일의 몸을 얼마나 더 나은 방향으로 적응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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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