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는 근력운동에 이어 단백질 섭취가 반드시 뒤따라야 근육을 유지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면 고기를 좀 줄여야 하지 않나요?” 중장년 회원들과 식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생각보다 자주 듣는 말이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식사량 자체가 줄어들고 아침은 밥과 국 정도로 간단하게 먹거나 점심도 국수처럼 탄수화물 중심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생각해 채소는 열심히 챙겨 먹지만 정작 단백질이 충분한지는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오히려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영양소 중 하나가 단백질이다. 근육은 운동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근력운동이 근육에 적응을 요구하는 ‘자극’이라면 단백질은 그 과정에 필요한 ‘재료’다. 아무리 좋은 운동을 해도 몸이 사용할 재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근육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노인의 실제 식사를 살펴보면 이 문제가 더욱 분명해진다. 2013~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살 이상 3512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남성 65.3g, 여성 49.7g이었다. 특히 남성의 약 48%, 여성의 약 60%가 단백질 권장섭취량에 미치지 못했다. 섭취한 단백질 가운데 동물성 단백질의 비중도 약 3분의 1에 그쳤다. 단순히 ‘한국 사람은 밥을 잘 먹으니 영양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노년기에는 같은 양의 단백질을 먹더라도 젊었을 때와 몸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동화저항’(anabolic resistance)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 섭취와 운동이라는 자극으로 인한 근육의 단백질 합성 반응이 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노인병학회와 한국영양학회의 전문가 합의에서는 건강한 노인의 근감소 예방을 위해 하루 체중 1㎏당 1.2g 이상의 단백질 섭취를 제안했다. 체중 60㎏이라면 하루 약 72g, 70㎏이라면 약 84g에 해당한다. 이는 일반 성인 기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근육에는 차이가 있을까. 흥미로운 국외 연구가 있다. 미국의 고령자를 장기간 관찰한 ‘헬스 에이비시’(Health ABC) 연구에서는 단백질 섭취량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의 제지방량(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수치) 변화를 약 3년간 비교했다. 단백질을 체중 1㎏당 약 1.2g 섭취한 상위 집단은 약 0.8g을 섭취한 하위 집단보다 제지방량 감소가 약 40% 적게 나타났다. 물론 이것만으로 단백질 부족이 근육 감소 차이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노년기의 단백질 섭취와 근육 보존의 관계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다.
우리나라 자료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가 확인된다. 최근 65살 이상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23개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체중 1㎏당 0.8g 미만인 집단의 근감소증 위험이 1.2g 이상 섭취한 집단보다 약 1.79배 높았다. 악력이 낮을 위험 역시 저단백 섭취군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만 근육량이나 보행속도 등 모든 지표에서 차이가 확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근감소증을 예방한다’고 단순하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백질 보충제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센터에서 회원들의 식단을 확인해보면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계산하기 전에 매 끼니 단백질 식품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은 빵과 커피, 점심은 국수, 저녁에야 고기를 먹는 식이라면 하루 총량뿐 아니라 섭취 패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달걀, 생선, 육류, 두부, 콩, 우유와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을 이용해 매 끼니 단백질을 나눠 섭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여기에 일주일에 꾸준히 근력운동을 병행한다면 ‘재료’와 ‘자극’을 함께 공급할 수 있다. 다만 단백질도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개인의 체중과 활동량, 전체 섭취 열량에 따라 필요한 양은 달라지고 특히 신장질환 등으로 단백질 섭취를 조절해야 하는 사람은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하다.
중년 이후 건강관리는 자꾸 ‘덜 먹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체중이 늘까봐 밥을 줄이고 고기를 피하고 식사량부터 줄인다. 하지만 노년기를 준비하는 식사는 조금 다른 질문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오늘 얼마나 적게 먹었는가”가 아니라 “오늘 내 근육을 지킬 만큼 제대로 먹었는가”다.
근육은 노년기의 외모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의자에서 스스로 일어나고 계단을 오르고 여행을 다니고 장을 보고 넘어질 때 몸을 지탱하게 해주는 삶의 자산이다. 운동이 그 자산을 지키라는 신호를 보내는 일이라면 단백질을 포함한 충분한 영양 섭취는 그 신호에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재료를 공급하는 일이다. 운동만큼 잘 먹는 것도 투자다.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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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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