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으로 하는 코어운동 중 하나인 소-고양이 자세. 한겨레 자료사진
“제가 복근이 약해서 허리가 아픈 것 같아요.” 허리가 아프다는 회원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그래서 허리 통증이 생기면 플랭크나 윗몸일으키기처럼 배에 힘주는 연습부터 한다.
‘복근이 강하면 허리가 튼튼해진다’는 말은 운동해본 사람이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복부를 둘러싼 근육은 척추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회원들을 지도하다보면 복근이 발달했다고 해서 반드시 허리가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확인한다. 복근이 선명하고 중량 운동을 잘하는데도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눈에 보이는 복근은 거의 없지만 허리 문제를 거의 경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복근이 ‘얼마나 강한가’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몸통 전체가 어떻게 힘을 만들어내느냐다.
‘천하장사’ 같은 소시지를 보면 부드러운 내용물을 감싸는 포장막이 일정한 장력을 유지하고 있어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한쪽에서 힘이 가해져도 외부 막과 내부 압력이 함께 버텨주기 때문에 형태가 유지된다. 똑같지는 않지만 우리 몸통도 비슷한 원리가 작용한다. 척추는 혼자 서 있는 단단한 기둥이 아니다. 여러 개의 척추뼈가 관절과 디스크를 사이에 두고 연결돼 있고 그 주변을 다양한 근육과 인대가 둘러싸고 있다. 이 구조가 움직이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주변에서 적절하게 지지해주는 힘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복부와 허리 주변의 근육이다. 앞쪽과 옆쪽의 복근, 등 쪽의 근육뿐 아니라 횡격막과 골반저근 등이 함께 작동하면서 몸통 내부의 압력을 조절한다. 이를 흔히 복강 내 압력 즉 ‘복압’이라고 부른다. 몸통 주변 근육과 내부 압력이 적절히 협력하면서 척추가 불필요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복근에 힘을 세게 주는 것과 복압을 잘 사용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스이나 데드리프트를 지도하다보면 “배에 힘주세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배를 최대한 안으로 집어넣거나 숨을 멈춘 채 온몸을 굳히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몸통을 지나치게 경직시키는 것이다.
좋은 ‘몸통의 안정성’은 항상 최대한 세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다. 가벼운 물건을 들 때와 무거운 바벨을 들 때 몸통의 긴장이 같을 이유가 없다. 걷는 순간과 100㎏ 바벨을 드는 순간에 필요한 안정성의 수준은 다르다. 몸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누운 상태에서 복근 운동을 잘하는 회원에게 한쪽 다리를 들게 하거나, 한 손으로 무거운 것을 들고 걷게 하면 갑자기 골반과 몸통이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복근 자체의 힘은 충분하지만 팔다리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몸통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반대로 복근 운동 기록이 뛰어나지 않아도 한쪽 다리로 서거나 물건을 들거나 방향을 바꿀 때 몸통의 중심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회원들에게 코어를 단순히 ‘복근’이라고 설명하지 않는 이유다. 코어는 특정 근육의 이름이라기보다 움직임 속에서 몸통을 안정시키는 하나의 시스템에 가깝다.
특히 허리 통증을 경험한 사람은 이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허리가 아프다고 무조건 복근 운동 횟수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허리 보호를 위해 복근을 강화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플랭크를 몇 분 버티는지보다 호흡을 유지하며 몸통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 팔다리가 움직여도 허리가 불필요하게 흔들리지 않는지 그리고 실생활에서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같이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허리 통증을 모두 ‘코어가 약해서’라고 하면 안 된다. 허리 통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통증의 양상과 지속 기간, 신경학적 증상, 수면과 업무 환경, 평소 활동량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다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이나 감각·근력의 변화처럼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운동이 아니라 적절한 의학적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근육의 집합’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허리가 아프면 복근, 무릎이 아프면 허벅지, 어깨가 아프면 어깨 근육을 강화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어 작동하지 않는다. 하나의 관절이 움직일 때 주변 관절과 근육, 호흡과 몸통의 안정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허리가 불편할 때 “복근이 약해서 그런가”라고 하기 전에 “나는 움직일 때 몸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바꿔보자. 복근을 만드는 운동과 허리를 지키는 운동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허리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강한 배가 아니라 움직임 속에서 힘을 받아내고 전달할 수 있는 몸통이다.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leo980715@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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