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릎은 정말 발끝을 넘으면 안 될까

운동은 투자다 l 오래된 상식에 대한 고찰

등록 : 2026-07-30 12:16
무릎이 발끝보다 더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라는 얘기를 듣는 대표적인 자세인 런지 자세 스트레칭. 한겨레 자료사진

운동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무릎이 발끝을 넘으면 안 됩니다.”

스을 배우든 계단을 오르든 런지를 하든 가장 많이 듣는 조언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운동할 때 무릎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면 잘못된 자세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센터에 처음 오는 회원 중에도 스을 시켜보면 무릎이 발끝을 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엉덩이를 뒤로만 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현장에서 회원들의 움직임을 평가하다보면 오히려 그 습관 때문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얼마 전 50대 남성 회원 한 분이 무릎 통증 때문에 스을 못하겠다고 상담을 요청했다. 운동을 배울 때마다 “무릎을 절대 앞으로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상체를 과하게 숙이고 엉덩이를 뒤로만 보내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움직임을 평가해보니 문제는 무릎이 아니었다. 발목의 가동범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릎을 억지로 뒤에 두려다보니 허리와 고관절이 과도한 부담을 받고 있었다. 스을 할 때마다 허리부터 긴장했고 무릎은 오히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회원에게 발목의 움직임을 조금 확보해주고, 무릎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동하도록 다시 동작을 수정했다. 처음에는 불안해했지만 몇 주가 지나자 허리의 부담이 줄고 스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놀라는 부분이 있다. 사실 무릎이 발끝을 넘는 것 자체는 잘못된 동작이 아니다. 우리는 의자에서 일어날 때도, 계단을 오를 때도, 바닥의 물건을 집을 때도 무릎은 자연스럽게 발끝 앞으로 이동한다. 오히려 무릎이 전혀 앞으로 나오지 않으려면 상체를 크게 숙이거나 엉덩이를 과도하게 뒤로 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무릎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허리나 고관절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최근 운동역학과 스포츠의학에서도 중요한 것은 무릎 위치 자체가 아니라 하중을 어떻게 분산하는가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무릎이 발끝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보다 발목·무릎·고관절이 함께 움직이며 힘을 나누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릎이 많이 앞으로 나갈수록 좋은 것도 아니다.

발뒤꿈치가 들리거나 무릎이 안쪽으로 무너지거나 발바닥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교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발 전체가 안정적으로 지면을 누르고 있고 고관절과 발목이 함께 움직인다면 무릎이 발끝을 약간 넘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일 수 있다.

운동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사람마다 다리 길이가 다르고 발목의 유연성도 다르며 고관절 구조도 다르다.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 허벅지가 긴 사람과 짧은 사람은 같은 스 동작을 해도 무릎의 위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회원들에게 ‘정답 자세’를 가르치기보다 ‘왜 이런 움직임이 나오는지’를 먼저 설명하려고 한다. 동작을 외우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오래가는 운동 습관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운동을 지도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항상’ ‘절대’ ‘무조건’이라는 표현이다. 사람의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사람에게는 맞는 원칙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운동은 몸을 정해진 틀에 맞추는 과정이 아니라 몸의 특성을 이해하고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운동을 오래 할수록 동작 하나를 외우는 것보다 움직임의 원리를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혹시 지금도 스을 할 때 무릎이 발끝을 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다면 질문을 하나 바꿔보자.

‘무릎이 어디까지 나갔는가?’보다 ‘내 몸은 지금 힘을 어디에 나누어 쓰고 있는가?’ 그 질문이 스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동작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leo980715@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