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서민 껴안는 ‘역세권 임대주택’

이런 조례! 저런 조례! l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공급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 등

등록 : 2026-06-05 11:45
강서구가 지난달 입주자를 모집한 일자리 연계형 공공임대주택인 양천향교역 인근 ‘마곡 도전숙’ 조감도. 강서구 제공

서울의 만성적인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도입된 ‘역세권 임대주택’ 사업이 새로운 제도적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부지를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 서민층에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까다로운 행정 기준과 미흡한 인센티브 구조 탓에 사업이 정체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일련의 조례개정을 통해 현장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민간 참여와 주거 안정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정비했다.

과거 역세권 청년주택과 장기전세주택 사업은 공급 실효성과 규제의 적정성 문제를 두고 시의회에서 지속적인 지적을 받아왔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최진혁 의원(국민의힘·강서3)은 2022년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청년들의 실제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부작용을 구체적인 분석 자료와 함께 짚어냈다. 일반청년 유형은 150 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무작위 추첨 방식의 ‘셰어하우스형’은 공동 거주 부담감에 경쟁률이 2 대 1 미만으로 저조했다. 평균 면적 39㎡ 미만인 신혼부부형 역시 공간이 좁아 경쟁률이 0.9 대 1로 미달하는 사업지가 발생했다. 또한 보증금과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아 정책 목적이 퇴색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이봉준의원(국민의힘·동작1)도 2023년 2월 업무보고에서 청년주택의 대상 구역 재검토와 관리비 저감, 효율적 관리를 위한 조속한 수정계획 수립과 함께 공공임대 선매입 30% 달성을 촉구했다.

서민층의 안정적 주거를 지원해온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 또한 까다로운 운영기준과 구조적 한계로 공급 저하를 겪었다. 김경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1)은 2023년 8월 시정질문에서 사업 면적 상한 제한과 노후도 요건 강화(30년 이상 건축물 비율 30%에서 60% 이상으로 상향) 등 급작스러운 운영기준 변경이 시민들에게 고통을 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로변 대지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는 사전검토 요건은 현실적으로 달성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한 해 매입 예산이 84억원에 불과해 연간 고작 42가구만 매입 가능한 구조적 예산 부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종길 의원(국민의힘·영등포2) 역시 지난해 11월 시정질문에서 장기전세주택이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주거 안정 효과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물량이 제한적인 원인으로 용적률 인센티브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하며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의회는 법적 토대를 개선하는 조례 개정안들을 통과시켰다. 우선 이민석 의원(국민의힘·마포1)이 발의해 올해 4월 본회의를 통과한 ‘서울특별시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공급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기존 지하철역 중심의 ‘역세권’ 개념을 간선도로 교차지점 200m 이내까지 확장했다. 이로 인해 서울 시내 약 239곳이 신규 대상지로 편입될 전망이다.


아울러 행정지침 형태의 운영기준 설정 근거를 조례에 명시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는 서울시의 기준용적률 최대 30% 상향, 사업 기간 단축 등의 완화책과 맞물려 추정비례율 약 12% 상승, 조합원 1인당 평균 약 7천만원의 분담금 감소 등 실질적인 사업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소규모주택정비 사업에서도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조례 개정이 이뤄졌다. 최기찬 의원(더불어민주당·금천2)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12월 최종 의결된 ‘서울특별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준주거지역 임대주택 특례의 산정 기준이 되는 ‘적용계수’를 기존 2.5에서 5로 대폭 상향했다. 기존에는 공공임대를 늘려도 용적률 완화 효과가 부족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법적상한용적률 500%까지 적용이 가능해져 현장의 사업성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도록 제도를 현실화했다. 최근 통과된 조례 개정안들은 현장의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의 법적 근거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의의를 지닌다. 새롭게 정비된 자치법규 틀 위에서 역세권 임대주택 정책이 서울 시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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