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가격을 사는가 가치를 사는가

이광수의 진보를 위한 투자 코스피 5000 시대에 생각해볼 질문

등록 : 2026-02-05 12:50
코스피가 종가 기준 5000을 넘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관계자들이 코스피 5000 안착을 축하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가격과 가치 구분부터 시작해야
가격보다 가치 높아야 투자 이유
차트 속 과거보다 내일 가치 봐야
격변하는 미래, 낡은 정답은 없다

코스피가 5000을 돌파했다. 1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상승이다. 식당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주식 이야기가 들린다.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질문도 늘어난다. 필자에게 가장 자주 들어오는 질문은 늘 비슷하다.

“이렇게 올랐는데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이미 엄청 오른 것 같은데 더 투자해도 될까요?” “너무 빨리 올랐는데 이제 떨어지지 않을까요?”

당연한 질문이다. 그러나 질문의 방향은 틀렸다. 투자는 미래에 하는 행위다. 과거나 현재를 묻는 순간, 투자는 투기가 된다. “이렇게 올라서” “그동안 많이 상승해서”라는 말은 모두 과거를 묻는 말이다. 하지만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다. 미래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이 상승이 어떤 변화에서 비롯됐을까?” “이 변화는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투자에 더 가깝다. 만약 주가가 크게 빠진 상황이라면 어떨까? 그때도 질문은 비슷할 것이다. “이렇게 빠졌는데 지금 사도 될까요?” 방향은 여전히 같다. 과거를 묻는다.


이 문제는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삶도 비슷하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현재와 과거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격과 가치를 구분하는 일이다. 워런 버핏은 가격을 ‘내가 지불해야 하는 것’(Price is what you pay) 그리고 가치는 ‘내가 얻을 수 있는 것’(Value is what you get)이라고 정의했다. 정확한 의미 규정이다. 가격은 지금의 숫자다. 가치는 앞으로 얻게 될 결과다. 투자는 미래에 하는 행위다. 그래서 가격보다 가치가 중요하다. 가격보다 가치가 높을 때, 비로소 투자의 이유가 생긴다.

그러나 우리는 늘 가격부터 본다. 싸냐, 비싸냐를 먼저 묻는다. 소비도 다르지 않다. 가치를 따지기보다 할인율에 반응한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세일이라는 이유로 집어 든다.

반면 가치를 묻는다는 것은 미래를 상상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주식 투자에서도 가치 평가가 중요한 이유다.

필자는 오랫동안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명쾌하다. 미래를 가정하고 그 미래의 가치를 계산하는 일이다.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늘 같았다. 변화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미래는 현재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치는 제대로 계산되지 않는다. 지금의 이익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지금의 부진이 구조적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현재와 과거에 쉽게 묶인다. 그래서 변화를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변화 없이는 미래도 없다. 가치 평가도 없다. 좋은 투자도 불가능하다.

이 질문은 주식을 넘어 사회로 확장된다. 대한민국은 변화를 인정하는 사회인가? 추운 날 밤, 학원에 다니는 아이를 데리러 학원가에 갔다. 두 차선을 가득 메우며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풍경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을까?

현실은 반대에 가깝다. 현재 돈을 잘 버는 직업을 목표로 가장 익숙한 문제를 반복해서 푼다. 과거 기출문제를 외우며 과거의 기준에 아이들을 맞춘다. 부모들은 말한다. “3년만 버티면 인생이 편해진다.” 그래서 가장 많은 돈과 에너지를 가장 안전해 보이는 길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그 길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몇 년 안에 숙련된 외과의사를 능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예측이 맞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하나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와 질적으로 다른 세계라는 점이다. 직업의 경계는 흐려지고 전문성의 기준은 바뀔 것이다. 한때 가장 안전하다고 여겼던 길도 더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붙들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 투자는 미래를 묻는 행위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미래가 변하고 있다면 투자 방식도 교육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잣대로 만든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교육이 격변하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과연 현명한 투자일까?

투자와 미래, 그리고 교육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다가 머리가 무거운 채로 집에 들어갔다. 아내는 손부터 씻고 나오라고 했다. 손을 씻고 나오자 이번에는 옷을 입어보라고 한다. 새로 샀다는 옷이었다. 입어봤다.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앞으로 자주 입을 것 같지 않았다. 미래에 이 옷을 입은 내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이 옷은 왜 샀어요?” 아내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세일을 엄청 해서 샀어요.” 우리는 지금 가치를 생각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가격만 보는가?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korea.analyst@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